자동차의 과거이자 미래인 전기차의 역사

  • 기사입력 2021.05.26 17:26
  • 최종수정 2021.06.28 17:1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제법 흥미롭다. 놀랍게도 내연기관의 역사보다 더 길다.


전기자동차의 판매량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량보다 10배 많고, 모든 전시장과 도로를 전기차가 장악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1890년대 후반의 이야기다. 또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조사들은 앞으로 내연기관을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토마스 파커가 개발한 전기차

전기자동차의 탄생사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보다 30년 앞서 발명됐다. 1834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의 전기차인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했는데,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가 발명한 최초의 내연기관은 1864년에야 세상에 등장했다. 1882년엔 영국의 윌리엄 아일턴과 존 페리가 전기 삼륜차로 도로 주행을 시작했는데 이는 독일의 고틀리프 다임러가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발명한 것보다 한 해 앞선 일이다.최초의 전기자동차는 1984년 영국의 토마스 파커가 제작했다. 이후 전기차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 등장했다. 뉴욕에는 60대가 넘는 전기 택시가 승객들을 실어날랐고, 파리 시내도 전기 택시가 거리를 누볐다. 그렇게 1900년부터 전기자동차는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당시 판매된 전기차는 도로에 있는 모든 자동차의 약 1/3을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 - 파리와 뉴욕에 도입되었던 전기 택시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당시 내연기관 자동차가 가진 불편함이다. 당시의 가솔린 자동차는 진동과 냄새 및 소음이 상당히 심했다. 또한 당시 가솔린 자동차는 움직이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동작을 수동으로 해야 했다. 심지어 시동을 걸기 위해 자동차 밖에서 수동으로 크랭크를 돌려야 했다. 그에 비해 전기차는 조작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으며 냄새와 소음이 없다는 장점으로 당시 상류층의 여성 운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된 도로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당시 전기차도 주행 거리가 짧았지만, 그 이상 멀리 가는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아 큰 단점은 아니었다.1900년대 전후로 미국의 시내에는 전력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소의 보급으로 인해 충전을 쉽게 할 수 있어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는 총 3만3842대의 전기차가 등록되었으며 전기차의 판매량은 1910년대 초에 정점에 달했다.

사진 - 포르쉐 박사가 만든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렇게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자 많은 발명가들이 기술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르쉐의 아버지, 페르난디트 포르쉐 박사가 P1이라는 전기차를 개발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만들기도 했다. 포르쉐 P1은 2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최고 시속 35km에 주행 가능 거리는 80km 수준이었다. 토머스 에디슨 역시 전기차가 우수한 기술이라 생각하고 더 좋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사진 - 당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전기차의 몰락하지만 전기차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08년에 출시한 포드 모델T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가솔린 자동차를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격 또한 가솔린 자동차가 훨씬 저렴했다. 1912년 가솔린 자동차는 650달러에 판매했지만 전기차는 175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해 GM에서 전기 스타터를 장착한 모델을 출시해 크랭크로 힘들게 시동을 걸 필요가 없어졌고, 머플러 기술을 개발해 소음 역시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줄였다.도로 개발도 전기차의 쇠퇴에 기여했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각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 시스템을 구축했고, 미국인들은 더 멀리 나가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자 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의 석유가 발견되어 연료의 가격이 저렴해졌으며 유통망을 구축해 전국적으로 주유소가 나타났다. 그에 비해 전기는 도시 밖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더 먼 곳으로 나가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전기차의 인기는 빠르게 식어갔다. 결국 전기차는 도로에서 거의 사라졌고, 지게차, 우유 수레, 골프 카트 등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됐다.

사진 - 1910년 당시 웨벌리 쿠페의 광고사진, 당시 2250달러는 현재 약 6만 2천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이후 전기차는 발전을 멈췄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내연기관 기술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 시기에 전기자동차를 실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최고 시속 약 96km의 속도에 한 번 충전으로 1시간가량 이동할 수 있는 전기차를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훨씬 비싼 가격에 부족한 성능을 가진 전기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1961년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꾸준히 기술을 개발했다

그 후 전기차는 오랜 시간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저렴하고 풍부한 휘발유와 내연기관의 지속적인 발전은 대체 연료 차량의 필요성조차 제거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에 발생한 제1차 석유파동은 전기차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외국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고, 미국 내 연료 공급원에 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1976년 미국 의회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구 개발과 관련한 법률을 통과시켰다.비슷한 시기에 크고 작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대체 연료 차량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 GM은 1973년 젓 도시형 전기자동차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다른 제조사들은 미국 우정청이 사용할 배달용 전기차를 생산했다. NASA가 달 탐사를 시작하면서 달에서 운전하는 최초의 유인 자동차 역시 전기차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가솔린 자동차보다 단점이 컸다. 전기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시속 약 72km에 최고속도 제한이 걸려있었고, 주행 가능 거리 역시 64km에 불과했다.그렇게 전기차는 다시 20년간 관심에서 멀어졌다. 1990년대에 들어 환경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친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각 자동차 제조사는 또다시 전기차를 꺼내 들었다. 이때 개발된 전기차는 일상적인 주행에 문제가 없을 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었고 100km에 가까운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이 시기에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전기차는 GM의 EV1이다. 다른 제조사들이 기존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량하려 했던 것과 달리 EV1은 독립적으로 새롭게 설계하고 개발했다. 주행 가능 거리는 약 130km에 달했고 시속 80km까지의 가속은 7초 만에 끝냈다. 이러한 성능에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높은 생산 비용과 정유회사들의 견제로 인해 GM의 EV1은 경쟁력이 없었고, 결국 시장에 출시하지 못한 채로 사라졌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중산층이 늘어났다. 석유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은 연비와 대체 연료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 노력은 1997년에 출시한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토요타 프리우스로 인해 빛이 났다. 2000년대에 들어 프리우스는 전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관심을 가져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되었으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전기차는 또 다른 이벤트로 인해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2006년 테슬라의 등장이다. 실리콘 밸리의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던 테슬라가 한 번의 충전으로 3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고급 전기 스포츠카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테슬라는 그 약속을 지켰고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테슬라의 성공은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다. 각 제조사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전용 전기차를 만들거나, 기존 모델에 전기 시스템을 얹는 등 미래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전기차의 구입을 고민하게 되었다. 테슬라는 이미 매력적인 라인업을 구성했고,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소형차부터 SUV까지 전기차의 크기에 대한 선택권 역시 넓어졌다. 이미 디젤 엔진에 대한 연구는 많은 제조사가 중단했으며 2030년을 전후로 내연기관의 생산을 중단하는 제조사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았을 때, 우리가 달리고 있는 도로도 머지않아 다시 전기차가 정복할 것이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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