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을 원한다면? 혼다 레블 500

  • 기사입력 2021.05.26 10:06
  • 최종수정 2021.06.28 17:13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하나의 형태로 특정할 수 없는 독특한 모터사이클, 혼다 레블 500을 만났다. 성능, 달리는 기분, 적용된 기술은 모두 다르지만, ‘편안하면서 즐거운 라이딩’이라는 명제를 제대로 추구하고 있다. 


혼다는 독특한 회사다. 이동의 자유를 위해 모터사이클을 만들었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장르를 고르게 아우르고 있다. 국수 배달 청년이 자전거 대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슈퍼 커브, 영국의 브랜드가 가진 ‘고성능 네이키드 모터사이클’과 대적하는 CB1000, 독일의 브랜드가 가진 ‘어디든지 달리는 모터사이클’과 대적하는 아프리카 트윈, 이탈리아 브랜드가 가진 ‘날카롭게 달리는 모터사이클’과 대적하는 CBR1000RR-R 파이어블레이드까지.

이번에 장거리를 함께 떠나게 될 레블 500은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미국의 브랜드가 가진 ‘여유로운 주행을 위한 모터사이클’과 대적하는, 소위 ‘아메리칸 크루저’다. 형태 자체는 크루저의 전형을 조금 벗어나 있는데, 그래서 굳이 아메리칸을 붙이기보다는 퓨전 또는 크로스오버라고 칭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후면을 가볍게 다듬어 낸 모습을 보면 2차 대전 이후 태어나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바버’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젊음과 디지털이 아메리칸과 어우러지다길을 떠나기 전에 이 녀석을 한 번 둘러보자. 정면과 측면, 후면에서의 인상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는 모터사이클은 처음인 것 같다. 정면은 분명히 아메리칸 크루저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원형으로 다듬은 헤드램프와 그 옆으로 돌출된 원형 방향지시등, 앞바퀴까지 시원하게 뻗은 서스펜션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보면 또 인상이 다르다. 헤드램프는 네 개로 나누어진 LED를 품고 있으며, 방향지시등도 LED로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으로도 보인다.측면에서는 낮게 드리워진 시트, 측면에 당당하게 드러난 엔진, 뒷바퀴 쪽으로 굵게 뻗은 머플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가는 형태로 다듬어져 높게 솟아오른 연료탱크와 굳이 V자 형태를 품지 않은 엔진은 레블 500이 다른 장르를 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트 포지션은 꽤 편하고, 정지 상태에서도 두 발을 땅에 붙이는 것은 물론 무릎을 굽히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다리가 그리 길지 않아도 말이다.

후면은 단정하게 다듬었고, 텐덤 시트가 리어 펜더 위에 아주 조그맣게, 살포시 올라앉았다. 펜더 끝에는 브레이크 램프와 방향지시등이 있는데, 브레이크 램프가 생각 외로 크다. 밤에 보이지 않는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핸들 바는 라이더가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다듬어졌고 원형 계기판은 디지털을 품고 속도를 숫자로 보여준다. 사이드미러도 원형으로 다듬어졌는데, 레블 500이 크로스오버 모델이지만 아메리칸 크루저를 동경한다는 증거다.

이렇게 즐거운 모터사이클이 있었다니레블 500은 그 이름처럼(살짝 어긋나긴 하지만) 2기통 471cc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 46마력을 발휘하니 우습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가벼운 체구를 경쾌하게 이끌고 나가기에는 충분하다. 시동을 걸었다가 꽤 놀랐는데, 배기량이 작은 것에 비해 머플러를 울리는 고동 소리가 제법 크게 났기 때문이다. 곤히 잠든 사람들을 깨울 정도는 아니지만, 라이더에게 달리는 기분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의 소리다.기어를 넣고 클러치에서 손을 떼면, 꽤 높은 토크가 느껴진다. 엔진의 느낌에 익숙해진다면, 2단 출발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1단 기어비가 상당히 짧게 느껴진다. 만약 언덕길을 만난다면, 1단으로 출발한 뒤 바로 2단으로 변속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시내에서도 변속을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왼손과 왼발이 하는 일이 줄어드니, 주행 중 피로도 그만큼 감소된다. 경쾌한 라이딩이 지속되는 것은 덤이다.

엔진 회전과 속도를 높이면 라이더를 자극하는 고동이 몸을 감싼다. 그리고 머플러는 연신 굵은 음색을 토해낸다. 굵으면서도 높은 음색인데, 그래서 속도를 높여 주행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없다. 역시 ‘레블’이라는 이름을 가질 만하다고 느껴진다. 계기판에 회전계가 없기 때문에 변속은 엔진의 음색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편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중 자연스럽게 엔진의 고음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다.이런 장르는 그동안 코너링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레블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직하게 반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코너를 즐길 수 있어 즐겁다. 주행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모터사이클과 신체를 같이 기울이면, 그만큼만 안정적으로 반응해 주면서 코너에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모터사이클에 익숙하지 않아도 그런 동작을 할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시트 포지션에 있다. 시트가 낮은 데다가 언제든 발을 땅에 붙일 수 있으니, 그만큼 더 자신 있게 코너를 돌 수 있다. 코너링을 위해 엉덩이 한쪽에 무게를 싣는 것도 다른 모터사이클에 비해 훨씬 편하다. 낮은 자세에서 오는 안정감이 이렇게까지 코너링에 영향을 줄 줄은 몰랐는데, 역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몰랐던 아메리칸 크로스오버의 매력을 레블 500을 통해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시트도 편하고 라이딩 포지션도 편하니, 장거리 주행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 주행 시 다가오는 바람이 문제가 되겠지만, 헤드램프에 작은 페어링을 추가하고 고속 주행에서 연료탱크에 상체를 붙이면 그만이다. 연료탱크의 독특한 형상으로 인해 상체를 많이 숙일 필요가 없기에, 고속 주행을 즐기고도 허리가 아플 일이 없다. 정말 보면 볼수록, 운전해 보고 느껴볼수록 매력적인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주행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전 같았으면 여기 도착할 때 즈음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바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을 보니 그만큼 주행 중 축적된 피로가 적었던 것 같다. 레블 500의 매력 하나를 더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동안 다재다능한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스쿠터나 혹은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기에 레블 500이 들어가고 있었다.혼다 레블 500과 즐긴 하루는 꽤 즐거웠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니 아쉬운 게 하나 생겼다. 아무리 변속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도심에서의 수동 변속은 번거로운 면이 있다. 그래서 DCT를 탑재한 혼다 레블 1100을 꼭 느껴보고 싶다. 왼발과 왼손을 쉬면서 라이딩의 즐거움과 낮은 자세에서 오는 안정감을 동시에 즐긴다면,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아메리칸 크루저’가 꿈꾸는 궁극의 모습이 아닐까?SPECIFICATIONHONDA REBEL 500길이×너비×높이  2205×760×1090mm  |  휠베이스  - mm엔진형식 ​​​​​​I2, 가솔린  |  배기량  ​​​471cc  |  최고출력  ​​46ps최대토크  4.4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복합연비  40.2km/ℓ  |  가격  ​​​​​​​​​85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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