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 혼다 테크매틱 & 프란츠 시스템

  • 기사입력 2021.05.21 15:47
  • 최종수정 2021.06.28 17: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일반적인 자동차는 팔다리를 모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손 또는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은 자동차를 포기해야 할까? 혼다가 만든 시스템이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람은 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만들었고, 지금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여기서 잠깐! 만약 일반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동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대중교통에 탑승하면 된다’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도 많은 데다가, 다른 이들의 시선이 불편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동의 자유’를 위해 창립된 혼다 역시 장애인들에 대한 문제를 겪었다. 창립자인 혼다 소이치로가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에 있는 장애인 자립 지원 시설에 들렸을 때, 자립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혼다도 이런 일을 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신체장애인을 위한 운전 시스템을 만들고 개량해 왔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시스템, 혼다 테크매틱과 프란츠 시스템이다.

손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을다리를 사용할 수 없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면, 어떻게 자동차를 운전해야 할까? 페달을 조작할 수 없으니 두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 분야는 예전부터 연구가 이루어져서 소위 ‘핸드 컨트롤러’를 이용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제어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자동변속기가 대중화되면서 변속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컨트롤러에 방향지시등이나 경적 조작용 스위치를 추가하기도 한다.그 컨트롤러에는 아무래도 단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아무리 조정을 잘해도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 두 번째는 금속 샤프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을 차지해 발을 놓는 공간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자동차에 탑승하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별거 아닌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결점을 해결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거나 느끼고 싶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 시점에서 혼다가 직접 만든 핸드 컨트롤러, 혼다 테크매틱(Techmatic)이 등장한다. 테크매틱 자체는 1980년대에 등장한 것인데, 2002년까지만 해도 다른 핸드 컨트롤러와 마찬가지로 금속 샤프트를 이용해 페달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발을 놓는 공간이 좁아지는 단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이때부터 금속 샤프트가 아니라 와이어를 이용해 페달을 제어하는 방식을 고안, 실물로 제작하게 되었다. 혼다는 2010년 이후로는 계속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혼다 테크매틱은 와이어를 사용하면서도 ‘리니어한 조작 감각’을 추구했다. 마치 손이 그대로 페달이 되어 직접 자동차와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바로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것이 더 크다. 그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다의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제로 터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을 정밀하게 다듬고, 손에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조작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테크매틱의 장점은 또 있다. 최근에 등장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장거리 주행에서 편리함을 가져오지만,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운전 보조 장치에서 입력된 데이터를 보조 시스템의 프로그램이 오류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자동차 제작 시 운전 보조 장치가 개입하는 버퍼를 미리 프로그램 안에 만들어 두어야 한다. 테크매틱은 혼다의 순정 부품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처음부터 고려해 제작된다.

손이 없어도 조작이 가능한 자동차만약 손이 없다면, 발만 갖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까? 자동차는 앞뒤로 가는 것을 제어하는 것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제어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곧 등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직도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혼다의 시스템을 사용하면, 발만으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언급하는 ‘혼다 프란츠 시스템’이다.이 시스템의 등장은 1981년으로 올라가야 한다. 당시 혼다에서 홍보를 담당하던 직원은 어느 신문 기자에게 “국제 장애인의 해인 올해 혼다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즉시 대답을 할 수 없어서 부끄러웠던 그는 구마모토 지사에서 장애인을 위한 클럽을 조직했으며, 멤버들 중에서 양팔이 없는 장애인이 운전을 갈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바로 장애인을 위한 운전 시스템 제작에 착수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법규였다. 당시 일본의 도로교통법은 ‘두 팔을 팔꿈치 관절 이상 잃은 사람은 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단 제작해 보자’라고 결정했으니 혼다의 정신이 어떤 것인지 알 만하다. 사전 조사 결과 영국에서 개발한 ‘바닥에 원반을 놓고 돌리는 방식’과 독일에서 개발한 ‘자전거 페달을 놓고 돌리는 방식’이 있었다. 독일의 시스템이 인간의 움직임에 더 최적화되었기에 혼다는 이를 선택했다.이 시스템이 바로 ‘아벨 하르트 프란츠’가 개발한 소위 ‘프란츠 시스템’이다. 결정이 내려진 후 혼다 독일 지사로 엔지니어들이 파견되었고, 프란츠 시스템의 개발자를 직접 만나 기술과 도입에 대한 합의도 진행했다. 이후 이 시스템을 직접 구입해 장착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베이스가 된 모델은 혼다 시빅 자동변속기 모델. 장착 후 완성도를 높이기까지 한 달의 시간만이 주어졌다. 그 사이에 경시청을 설득해 법을 개정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작 후 시범은 성공적이었다. 양팔이 없는 장애인이 발만으로 시빅을 조작한 것이다. 첫날은 천천히 움직였지만, 두 번째 날에는 익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본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차를 몰고 국회로 돌입했고, 의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염원이 통했던 것일까, 이후 경시청에서 직접 자동차 테스트를 진행했고, 1982년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며 양팔이 없는 장애인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혼다 테크매틱과 프란츠 시스템은 조작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장애인도 이동의 자유를 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무언가를 하러 떠나지 않더라도, 다른 곳을 향하고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달라지게 된다. 자율주행차가 빠르게 등장하지 못하는 현재, 이런 시스템은 장애인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누구든지 이동의 자유를 누리도록 법까지 개정해 가며 노력해 온 혼다의 엔지니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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