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공간, 현대 스타리아

  • 기사입력 2021.05.20 14:30
  • 최종수정 2021.06.28 17: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가 새로 만드는 미니밴, 스타리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심플하면서도 멋있는, 우주선 같은 외형과 실용적인 공간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상용과 승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는 만들기 정말 힘들다. 그리고 사람들은 욕심이 많다. 아무리 상용이라고 해도 매끈한 외형,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손에 거친 부위가 닿지 않는 실내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야 한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그래도 해 내야 한다. 왜냐하면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 회사에서 수없이 보게 될,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스타리아’는 그러한 사람들의 요구 하에 탄생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실용성을 갖춰서 사람들이 제대로 탈 수 있는지, 짐은 제대로 적재할 수 있는지, 온종일 운전해도 편안함을 유지할 것인지 궁금한 것은 많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충실하게 많은 것을 알아볼 예정이다. 그런데 잠깐! 시승인데 뒷자리에 타라고 한다! 운전사가 운전해준다고? 플래그십 세단도 그렇게 경험해 본 적은 없는데!

EXTERIOR이러한 상용차의 외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차별화를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각형의 상자 같은 외형은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개성을 발휘하다 보니, 일본의 경우에는 그 개성이 너무 과해 애니메이션에서나 등장할 법한 앞모습을 가진 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리아는 어떨까? 그동안 디자이너를 대놓고 칭찬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예외다. 스타리아는 앞모습과 뒷모습을 정말 잘 만들었다. 심지어 옆모습까지도.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닛 끝부분에 있는 띠를 두른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이다. 그동안 주간주행등을 잘 활용해 개성을 살린 경우는 많았지만, 아예 그 빛이 메인이 될 줄은 몰랐다. 차체 색상과 상관없이 앞 범퍼는 모두 블랙으로 처리했는데, 이 안에 그릴과 헤드램프, 방향지시등이 모두 들어가 있다. 개성을 살리면서도 야간에 마주 오는 자동차가 눈부시지 않도록 만드는 방편이다. 보닛과 A 필러는 모두 동일한 각도로 기울어져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측면을 보면 스타리아만의 개성이 또 그대로 드러난다. 아마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등장했던 원박스 모델들 중에서 가장 큰 측면 유리창을 갖지 않았나 싶다. 운전석에 앉으면 벨트 라인이 어깨 밑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허리 부근에 있으니 말이다. 어느 좌석에서나 풍경을 보는 데 답답함이 없다. 그 아래로는 살짝 부풀어 오른 펜더가 있고, 18인치 휠을 품은 타이어가 있다. 차체에 비해 휠타이어가 작은 편이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후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양 끝에 세로로 긴 형태로 배열된 ‘파라메트릭 픽셀 테일램프’다. 브레이크 램프가 굉장히 크게, 그리고 밝게 들어오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물 흐르듯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방향지시등도 인상적이다. 상단의 절반 이상이 블랙으로 감싸이는 테일게이트와 그 중간을 장식하는 스타리아 레터링, 구릿빛으로 다듬은 현대 엠블럼도 눈에 잘 띄는 요소다.

INTERIOR실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겠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탑승 인원에 따라 실내가 어떻게 다른가’와 ‘그 공간이 실용적인가’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를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승한 모델은 7인승 라운지 모델이지만, 9인승과 11인승 모델도 이리저리 살펴보고 앉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쉽게도 화물 적재에 특화된 카고 모델은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 모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보겠다.9인승 모델은 2열이 회전한다. 바깥쪽으로 90도 회전, 안쪽으로 180도 회전이 가능하며, 2열과 3열에 앉은 사람들이 마주 보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 안에 간단한 이동형 회의실이 차려지는 것이다. 이 기능은 사실 조상인 ‘그레이스’에도 있었지만, 스타리아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구현할 수 있다. 탑승객들이 레그룸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도 9명 모두 탑승할 수 있는데, 이 정도라면 1~2시간 정도의 장거리 주행도 문제없을 것 같다.

11인승 모델은 구성이 약간 특이한데, 1열과 2열 중앙에 좌석을 추가했다. 중앙 폭이 꽤 넓기 때문에, 벌크업 등으로 어깨가 넓어진 성인이 아니라면 중앙에 앉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2열 이후의 좌석이 모두 평평하게 접히며, 여기에 매트를 올리면 차박이 가능한 넓은 공간이 나온다. 앞뒤 길이는 9인승과 차이가 없는데, 9인승도 4열로 좌석을 배열했으니 동일한 요령으로 시트를 맞추고 사람들이 앉으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이제 대망의 7인승 모델, 그중에서도 라운지 모델이다. 광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2열 시트가 굉장히 편하다. 버튼 하나로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비슷한 ‘휴식을 취하는 시트’를 만들 수 있으며, 그 상태에서도 3열 승객에게 거의 영향이 가지 않는다. 통풍 시트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름에도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 상태에서 넓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PERFORMANCELPG 모델을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준비된 것은 최고출력 177마력을 발휘하는 2.2ℓ 디젤 엔진이다. 일단 태생이 태생이니만큼, 스포츠카의 성능 또는 세단의 성능을 그대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디젤 엔진이라 토크가 있어 출발이 굼뜨거나 하지는 않지만, 성격이 매우 급한 운전자라면 출발 후 가속에서의 답답함을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고속 영역으로 들어설수록 말이다.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하거나 초고속 영역으로 돌입하는 건 정말 힘들다.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꽤 잘 억제되어 있다. 상용차로도 사용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대신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까지는 어찌할 수 없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내에서 그나마 풍절음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조금 단단하게 조여든 서스펜션은 요철을 만나면 여지없이 튀어 오르지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만약 가족을 태웠다면, 성격을 이해하고 요철에서 속력을 조금 줄이는 정도로 극복할 수 있다.

당초의 걱정과는 달리 스타리아는 꽤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사랑받을 만한 구성을 갖췄다. 스타리아를 시승하기 며칠 전,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이 스타리아에 큰 관심을 갖던 것이 떠올랐다.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을 법하다. 단, 엔진은 디젤이 아니라 LPG로 추천하고 싶다. 디젤보다는 조용할 것이고, 높아진 배기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비로 메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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