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타입 쿠페, 여전히 아름다운지

  • 기사입력 2021.05.18 18:10
  • 최종수정 2021.06.28 17: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은 등장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과 독특한 운전의 즐거움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아름다움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도시와 외곽을 달리며 느껴 보았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스포츠카를 고른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고르게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차체, 칼날 같은 핸들링, 탄환처럼 달리는 차체를 언제든지 세워줄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를 가진 스포츠카를 고를 것이리라. 그래서 독일의 자동차들이 인기가 좋고 스포츠카 분야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허나 그런 차에서 유기적인 그러니까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느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점에서 다른 스포츠카로 눈을 돌리면, 영국의 모델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 기간 스포츠카를 만들었고 국제적인 대회에 나가 우승도 거두었기에 믿음직스럽다. 과거보다는 그 영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F1 레이스카를 비롯해 많은 스포츠카들이 영국에서 조립과 정밀한 조정을 거친다. 그런 영국의 자동차들 중에서도 스포츠카에 진심인 브랜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재규어다.

재규어, 그중에서도 이번에 운전해 본 F-타입은 재규어의 오랜 스포츠카 헤리티지를 물려받은 녀석이다. 이안 칼럼이 E-타입에 대한 존경을 담아 디자인했고, 당시에도 지금도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헤리티지를 담은 디자인’의 대표 주자로 꼽아도 될 정도이다. 디자인만 그럴듯했으면 아쉬움이 컸겠지만, 재규어답게 성능과 움직임, 그리고 감성에도 큰 신경을 썼다. 그리고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녀석을 만나게 됐다.

영겁의 세월을 살다페이스리프트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소소한 변화만을 준 정도이지만, 마치 다른 자동차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헤드램프의 형상 때문에 그런데, 세로로 긴 형태의 헤드램프만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에 새롭게 태어난 가로로 긴 형태의 헤드램프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형 세단 XF와 준중형 세단 XE에 적용된 헤드램프가 F-타입에도 이식되었다는 느낌이다.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있으면, 그 헤드램프가 꽤 잘 어울린다. 혼자서 튈 것 같은 스포츠카이니 뭐니 해도 재규어의 패밀리 룩을 가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육각형의 그릴은 좀 더 커졌고 그 옆으로 자리 잡은 에어 인테이크도 덩달아 커졌다. 헤드램프가 바뀌면서 보닛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기존의 헤드램프 영역을 보닛으로 덮어버리면서 자연스럽게 클램쉘 형태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공기를 부드럽게 가르고 나가겠다는 의지다.

가는 띠에 반원을 겹친 독특한 형태를 보여줬던 테일램프는 이제 반원이 아니라 육각형의 절반을 품는다. 그 외의 부분들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유지된다. 쿠페 모델은 지붕에서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라인이 꽤 아름다운데, 지금도 그 신선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디자인의 힘’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만다. 지면을 힘차게 박차고 나가기 위해 커다란 바퀴를 담아낸 펜더는 자연스럽게 부풀어 올라 힘을 자랑한다.실내 역시 언뜻 보면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두 명만이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를 단단히 붙잡아두는 스포츠 시트도 그대로다. 다양한 정보를 띄우기 위해 온전히 디지털을 받아들인 계기판을 봐야만 변화를 알 수 있다. 조금 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세월을 견뎌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변화였을 것이다. 센터 콘솔에서 우뚝 솟아오른 변속기와 주행 모드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스위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반갑다.

머슬의 감성, 이토록 매혹적인기왕이면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녀석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준비된 것은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상대적으로 수수한 녀석이다. 그렇다고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영국이 자랑하는 ‘브리티시 머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편린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냥 6기통이 아니라 슈퍼차저를 더한, 직관적인 힘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 자동변속기라는 사실이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이번에는 뒷바퀴 한 번 제대로 태워볼 생각이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일이 많다 보니, 거친 운전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자제하면서 달리게 된다. ‘나는 이만큼 운전을 할 수 있어’라고 알리는 그 과정이 다른 운전자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일반도로가 아니고 마침 주변에는 다른 자동차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사람이 살 것 같은 동네도 저 멀리 점으로만 보이니 마침 딱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짓이기니, 뒷바퀴가 맹렬하게 회전한다. 타이어가 미처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맹렬한 힘은 어느새 열기와 연기가 되어 흩날린다. 트랙션 컨트롤? 자세 제어 시스템? 물론 F-타입에 갖추어져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실력과 강단이다. 그것을 마음껏 배출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면, 그 이후는 즐기는 일만 남았다. 매혹적인 F-타입과 함께 말이다.브레이크를 놓으니 맹렬하게 앞으로 뛰쳐나간다. 어느새 고속 영역을 지나 초고속 영역에 돌입하고 있지만, 스티어링을 쥔 손은 평온하기만 하다. 손으로 전해지는 차체의 미세한 움직임과 흔들림을 느끼면서 상황에 따라 아주 약간만 흔들어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작은 꼬리가 하늘로 솟구치고, 엉덩이를 차분하게 지면에 밀착시킨다. 그 와중에 매혹적인 자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대단하다. 달릴 때도 정지할 때도 아름다운 자동차다.

코너를 만나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조금 고속으로 진입한 것도 같지만, 그래서 엉덩이가 조금 흔들리는 것도 같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고 스티어링을 살짝 돌리고 오른발에 조금만 더 힘을 가해본다. 엉덩이가 조금 미끄러지는 것 같더니 어느새 흔들림을 잡아내고 다시 의연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분명히 이 녀석은 서킷보다는 일반도로에서 더 강하겠지만, 평소에는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형태가 된다.어느새 아무도 없는 곳을 지나 일반도로로 접어드는 지점이 나왔다. 희열의 시간은 이제 끝났고, 폭주하는 재규어를 멈춰 세워야 하는 시간이다.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하는 지점에 세울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브레이크가 있으니 걱정은 없다. 만약 일반도로를 개량해 만든 서킷이 있다면, 어쩌면 이 녀석은 그곳에서 다른 자동차들을 능가할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 말이다.

세월이 흐르고 페이스리프트로 얼굴을 바꾸어도, 재규어는 아니 F-타입은 여전히 아름답다. 다른 차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스포츠카로서, 아름다움은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 진리를 담뿍 맛본 지금, 필자가 마음속에 그린 꿈의 스포츠카가 확실히 정해진 것 같다. 단,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아름답기는 쿠페가 더 아름답겠지만, 지붕을 열고 달리는 쾌감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새로 태어났지만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 컨버터블을 한 번 더 느끼고 싶다.SPECIFICATIONJAGUAR F-TYPE COUPE길이×너비×높이  4482×1923×1311mm  |  휠베이스  2622mm엔진형식  V6K, 가솔린  |  배기량​​​2995cc  |  최고출력  ​​380ps최대토크 ​​46.9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R복합연비  8.6km/ℓ  |  가격  1억4937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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