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 포르쉐 718 박스터 4.0

  • 기사입력 2021.05.17 14:03
  • 최종수정 2021.06.28 17:02
  • 기자명 모터매거진

거창한 취미가 없다면 이 차를 데려오라. 이 차로 무엇을 해도 재밌으니.


스포츠카란 무엇일까? 단순히 고출력이면 될까? 아니면 근사한 외관이면 될까? 자동차 마니아들이 생각하는 스포츠카는 코너를 잘 타는 능력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만 이 장르를 부여한다. 이런 게 진짜 스포츠카이자 펀카다. 바로 포르쉐 718 박스터다. 어느 각도의 코너도 만만하게 보인다. 코너링 퍼포먼스가 환상적이다. 숏코너나 고속코너, 그리고 복합코너 뭐든지 따지지 않는다. 가벼운 앞머리를 들이대기만 하면 된다. 최근 고성능차들이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박스터는 완벽한 뉴트럴스티어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돌 수 있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빠르고 솔직해 차체를 이리저리 휘젓는 재미는 박스터가 최고다.

포르쉐 심볼 911의 경우 오르막 와인딩이 어렵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있는 만큼 오르막에서 프런트 트랙션이 약해져 언더스티어 현상이 일어난다. 벗어나는 라인을 안으로 당기려 가속 페달을 더 밟았다가는 오버스티어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911을 이해하고 운전에 능숙한 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비루한 운전실력을 가졌다면 911은 다루기 힘든 무기다. 반면 박스터는 완벽한 밸런스로 자신 있게 코너를 탈 수 있다. 보통 타이어 스키드 음으로 코너링 한계를 짐작하는데 박스터를 타면서 타이어 비명을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속도가 아주 높았음에도∙∙∙. 방향이 전환되는 테크니컬 코너에서도 박스터는 당황하지 않는다. 내가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포장해주는 기특한 박스터다.신기한 것은 댐퍼 스트로크가 그리 짧지도 스프링 레이트가 그리 강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좌우 롤링과 피칭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차는 댐핑압을 조절 할 수 있었는데 감쇠력을 풀어놓더라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충분히 받아줬다. 오히려 감쇠력을 바짝 쪼이면 고르지 못한 국내 노면에 어울리지 않았다. 조금씩 차체가 튀면서 노면을 놓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로드홀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적으로 하체가 부드러울 때 차를 다루기가 쉬웠다. 여하튼 일상 주행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주면서 극적인 움직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속 안정감도 준수하다. 포르쉐 박스터를 오너 중에서 애프터마켓 코일오버를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이유를 알겠다. 포르쉐는 다양한 부분에서 놀랍지만 하체 세팅이 가장 경이롭다. 이 서스펜션을 조율하는 실력만 보존된다면 훗날 포르쉐 전 라인업이 전기차로 구성되어도 다른 브랜드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나게 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제동 성능 덕분이다. 마음껏 달리기 위해서는 잘 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마음껏 달리기 위해서는 잘 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완벽한 브레이킹 실력이다. 노즈다이브,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불쾌함이 전혀 없다. 달리다가 제동이 걸리면 정자세로 주저앉아 버린다. 시승차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가 장착되지 않았지만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페이드 혹은 베이퍼록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와인딩을 타면서 무자비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 동선을 해치지 않는다. 페달의 답력도 보통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살짝 무겁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브레이킹 컨트롤도 괜찮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길을 타고 있는 와중에 귀가 즐겁다. 하이톤 배기 사운드가 산에 울려 퍼진다. 그렇다. 이 박스터의 풀 모델명은 718 박스터 GTS 4.0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자연흡기 엔진을 캐빈룸 뒤에 숨겨뒀다. 하드코어 버전인 718 스파이더와 카이맨 GT4에서 사용하던 엔진을 디튠해 집어넣었다. 과급기 도움 없이 4.0ℓ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파워를 생산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0초, 최고시속은 288km에 이른다. 박서 타입 자연흡기 엔진에 최고의 변속기가 물렸다. 엔진 반응속도도 정말 빠르다. 고배기량이라 저회전 토크도 꽤나 두툼하다.

가속력은 매콤하다. 4기통 2.5ℓ 터보 GTS와 비교해보겠다. 분명 출력은 4.0 모델이 높다. 두 대가 나란히 달리면 4.0이 앞설 것이다. 실제로 달려보진 않았지만 포르쉐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반면 체감되는 가속력은 아무래도 2.5 터보 모델이 낫다. 토크 그래프만 보더라도 저회전 영역에서 순간적으로 기울기가 급하게 올라간다. 고회전 영역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엔진회전수를 레드존에 가깝게 두고 달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스로틀을 살짝 열 때는 2.5 터보가 더 경쾌하게 전진한다. 2.5 터보 모델을 타본 지 오래되었지만 내 기억으로는 이렇다.

자연흡기 엔진이기에 펀치력은 살짝 달리지만 쥐어짜면서 타는 재미는 터보 차에서 느낄 수 없다. 오랜만에 자연흡기 차를 타는 터라 태코미터 바늘을 고회전 영역에 두는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최고의 변속기 도움을 받아 적응할 수 있었다. 7단 듀얼 클러치 유닛은 언제 만나도 완벽한 모습만을 보인다. 변속 속도는 두말하면 입 아프고 다운시프트도 적극적이라 운전자의 흥을 깨지 않는다. 또한 기어 레버를 수동모드로 두고 앞뒤로 변속할 때 그 느낌은 레이스카와 같다. 우리가 영상에서 보던 레이스카의 시퀀셜 기어노브 체결감이 든다. 911이 코드 992로 넘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 기어 레버를 버린 것이었다. 정말 1의 유격도 느껴지지 않는 이 조작감은 포르쉐 매장에 가서 직접 만져보길 권한다.결론을 내자. 단점이 없는 차가 세상에 존재할까? 아예 없진 않지만 무결점에 가까운 차가 바로 박스터다. 시승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배기 사운드 하나였다. 물론 음색이 포르쉐 특유의 건조함이 입혀진 터라 매력적이었지만 음량이 작고 백프레셔가 터지지 않았다. 인증 때문에 그랬겠지만 배기 사운드가 조금만 더 날라리(?)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것을 제외하면 완벽하다. 포르쉐에서 만든 자연흡기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의 미드십 스파이더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퍼포먼스는 포르쉐 배지가 보증하고 하드웨어 구성은 소장 가치를 올리는 718 박스터 GTS 4.0이었다.

SPECIFICATION _ PORSCHE 718 BOXTER 4.0길이×너비×높이  4390×1800×1275mm  |  휠베이스  2475mm  |  엔진형식  ​​​​​​F6 터보, 가솔린배기량 ​​​3995cc  |  최고출력  ​​407ps  |  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연비  8.4km/ℓ   |  가격  ​​​​​​​​​​​​​​​1억214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