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EASY 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 기사입력 2021.05.11 15:29
  • 최종수정 2021.06.28 17: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렇게 생긴 녀석 중에서 가장 편하다. 스포츠 세단 수준의 승차감이다.


월요병에 걸릴 수 없는 월요일이다. 한 주의 시작을 아우디 R8과 시작하니깐. 예쁜 스티어링 휠에 달린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시작을 알리는 배기 사운드가 머플러 커터에서 터져 나온다. 이래서 자연흡기 엔진을 포기할 수 없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서서히 차를 몰아본다. 스티어링 휠 감도도 가볍고 승차감은 여느 스포츠 쿠페보다 편하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서스펜션이 단단하긴 하지만 과속방지턱 혹은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한다. 데일리카로 사용하더라도 척추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달려있음에도 저단에서 울컥거리는 현상도 없다.

드라이빙 모드는 몇 가지 준비되어 있는데 날씨도 상쾌하고 기분도 좋으니 그냥 다이내믹으로 설정한다. 가속페달을 밟아 스로틀을 활짝 열어버린다. 역시 엔진 리스폰스가 상당히 빠르다. 배기 시스템의 플랩이 가스의 길을 막지 않으면서 사운드의 볼륨은 점점 커지고 음색은 날카로워진다. 스로틀이 닫히면 백프레셔가 귀를 즐겁게 한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 환경 문제 때문인지 소음 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증 절차에서 제한이 걸리는 것 같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 대비 배기 사운드 음량이 줄었다. 이것은 비단 R8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스포츠카나 슈퍼카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자동차 마니아로서는 슬픈 일이다. 

그래도 작지만 매력적인 이 사운드를 머리 뒤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독일 프리미엄 3사 중 유일한 자연흡기 엔진이며 실린더 10개도 R8만이 가지고 있다. V10 5.2ℓ 엔진은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생산한다. 수치만 보면 시트에 몸이 파묻힐 것 같은데 터보 차에 익숙해지다 보니 리니어 한 가속력이 낯설다. 펀치력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고회전 영역에서는 회전 질감이 환상적이다. 신경질 부리지 않고 깔끔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저회전 영역에서 힘이 달린다는 것은 아니다. R8을 R8답게 타려면 태코미터 바늘을 6과 7 부근에 두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번개 같은 변속 속도가 어우러지는데 엔진과 변속기의 리듬이 잘 맞아떨어진다. 7단 듀얼 클러치는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이어서 운전자의 흥을 깨지 않는다. 이 변속기와 영리한 콰트로 시스템 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1초에 불과하다.파란색 R8이 고속도로에 떴다. 당연하겠지만 고속에서도 파워는 남아돈다. 고속안정감도 준수해 운전자는 더욱 용감하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차체가 낮고 공기저항이 적어 차체가 노면에 밀착되는 게 캐빈룸으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스펜션도 고속에서는 댐핑 압력이 강해져 움직임이 불안하지 않다. 왼손은 스티어링 휠에 오른손은 기어 노브에 얹히고 뱅앤올롭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며 여유로운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이제 와인딩 타임이다. 차가 경쾌해 재미있는 산행이 될 것이다. 먼저 스티어링 휠의 피드백이 재빠르고 솔직해 코너 앞에서도 위풍당당하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코너 라인을 더 작게 그리기 위해 가속페달에 일찍 발을 가져가면 된다. 고의로 오버스티어를 내려고 하면 쉽게 되니 재미없겠다고 예상하진 말자. 복합코너에서도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괜찮다. 또한 섀시 밸런스가 좋고 똑똑한 주행안정화장치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 주행안정화장치는 개입 시점은 보통 차 수준이다.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을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20인치 림을 꽉 채우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순간에 차를 세워준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속적으로 들어가도 페이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움직임이 라인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가볍다. 트랙 주행을 염두 한다면 조금 무거운 편이 낫지만 데일리카 비중이 큰 만큼 이 세팅이 현명한 것이다. 카본 세라믹임에도 패드 소음도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신나게 놀고 차를 둘러본다. 1세대가 대박을 치고 2세대부터는 그 인기가 식어버렸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제대로 겪었다. 이에 페이스리프트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얼굴이 정말 잘 생겨졌다. 조금은 밋밋했던 이전 범퍼를 공격적인 분위기로 바꿨다. 강한 인상으로 아우디 스포츠카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근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프런트 범퍼의 끝이 살짝 들려 있는 형상이라 일상 주행도 편안하다. 과속방지턱이나 지하주차장의 경사도를 따질 필요가 없다.

R8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 각도는 측면이다. 미드십 모델이라 낮고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어 뒤로 카본 사이드 블레이드가 1세대와 마찬가지로 자리한다. R8의 상징이었던 이 파츠는 기다란 하나가 진화하면서 두 개로 나뉘었다.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늘씬한 몸매처럼 보이게 한다. 휠은 20인치로 작은 차체를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엉덩이는 빵빵하다. 시승차는 카본 리어 스포일러까지 달려 레이스카 포스도 풍긴다.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적용된 테일램프는 차체와 잘 어우러진다. 리어 범퍼 하단에 위치한 디퓨저는 날이 바짝 서 있다. 공기를 정리 정돈할 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는 차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머플러 커터는 여태 본 것 중에서 가장 크다. 정말 대포 같다.

실내 구경을 하러 두툼한 도어를 연다. 최신 아우디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잘 녹여냈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운전자 중심이라 안정감이 들고 버튼을 최소화해 정갈한 맛이 난다. 디스플레이도 12.3인치 계기반 하나로 끝이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내비게이션을 보기에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밑동을 자르고 타공 가죽으로 마무리해 미끄러지지 않는다. 패들시프트의 위치도 알맞다. 재질을 플라스틱 말고 메탈이나 카본으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시트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두를 아우르는 성격이다. 장거리 주행에도 힘겹지 않고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이제 결론을 내자. 이틀 동안 즐겁게 탔다. 이 정도 고성능 차를 이 시간 안에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나 R8은 누구라도 쉽게 다룰 수 있게끔 세팅되어 있다. 슈퍼카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GT카 성향이 강하다. 운전에 자신이 없지만 610마력을 느껴 보고 싶다면 R8을 만나보는 것을 권한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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