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BY, 포르쉐 911 터보 S

  • 기사입력 2021.05.10 09:39
  • 최종수정 2021.06.28 16:5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차를 이 정도로 만들어 놓는 것은 반칙이다.


이 바닥에서 일하며 수백 대의 차를 탔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여태 타 본 차 중에서 최고다. 출력이 더 높은 녀석도 다뤄봤고 더 비싸고 멋진 녀석도 만났다. 하지만 이만큼 쉽게 출력을 다루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은 없다. 포르쉐 911 대장 터보 S 이야기다. 911에는 다양한 모델이 있다. 트랙 포커스를 둔 GT3나 GT2처럼 하드코어 911이 존재하지만 언제나 911의 기함은 터보였고 지금도 터보다. 차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여러 종류의 911의 차이를 모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터보의 유일한 단점이 이거다. 노멀 카레라보다 1억원 정도 더 비싸지만 1억원만큼의 시선을 더 끌지 못한다. 하긴 911 오너 중에서 남을 의식하며 카라이프를 즐기려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명품 중에서도 로고 플레이를 노골적으로 하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촌스러운 나라서 아쉬운 것일 뿐이다.

내 앞에 911 터보 S가 도착했다. ‘차쟁이’들인 우리들 눈에는 카레라와 확연히 다르다. 펜더가 살짝 더 와이드하고 뒷 펜더에는 공기흡입구를 뚫어 놔 자세가 전투적이다. 본디 911은 튀지 않고 은은한 멋을 풍길 때 진가가 나오는데 마침 시승차 색상도 실버라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하다. 먼저 앞모습을 둘러본다. 프런트 범퍼는 카레라와 다르지만 톤은 같다. 큰 기교 없이 에어 덕트를 3분할 했다. 생각보다 범퍼가 들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변식 스플리터가 출현하면 분위기가 묵직해진다. 이 프런트 스플리터로 인해 차고 조절 기능 옵션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스플리터를 범퍼에 숨겨 놓으면 웬만한 과속 방지턱과 지하주차장은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다. 주차를 한 후 그림도 중요하다면 스플리터를 내려놓고 시동을 끄면 된다.

911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옆모습을 보자. 초기 911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게 바로 이 실루엣이다. 동글동글한 눈망울은 잠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기에 이 실루엣만이 진정한 911의 유산이다. 갈수록 A필러는 눕고 있지만 여전히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 반면 도어 핸들은 최신식이다. 돌출되지 않아 공기저항을 줄여주고 다가가면 자동으로 레버가 튀어나와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터보 모델은 휠 디자인도 카레라와 다르다. 트윈 5스포크 휠은 스포크가 쭉쭉 뻗어 있고 센터록 타입이라 만족도가 높다. 휠 사이즈는 앞은 20인치, 뒤는 21인치라 빵빵한 엉덩이가 더욱 강조된다. 이 엉덩이에 터보 모델의 시그니처 가변 리어 스포일러를 달아놨다. 스플리터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혹은 수동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아까 말했던 최신식 도어핸들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인테리어는 카레라와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능을 느껴보겠다. 터보 S는 6기통 수평대향 3.8ℓ 트윈 터보 엔진을 품고 있다. 최고출력 662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괴력을 자랑한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 유닛으로 동력을 손실 없이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7초다. 200km까지는 8.9초, 최고시속은 330km에 달한다. 이 수치도 놀랍지만 포르쉐는 브로셔 스펙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기대된다.

일단 드라이빙 모드를 노멀로 놓고 차를 도로 위로 끌고 나온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여느 세단과 다를 바 없는 승차감을 보여준다. 배기 플랩을 닫으면 조용하기까지 해 일상 주행에 전혀 무리 없다. 그래도 터보 S이니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를 건너 스포츠 플러스로 설정한다. 확실히 엔진 리스폰스가 빨라진다. 터보 엔진이지만 자연흡기 엔진 필링이다. 이유는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고회전 영역에서 차가 더 날쌔게 움직인다. 이전 세대 991 터보 S는 저회전 영역에서 터빈이 스풀업 되는 시점이 느껴졌는데 992 터보 S는 그 지점이 없는 것 같다. 여느 터보 엔진과 다르다. 태코미터 바늘이 솟구치는 속도도 고속에서 더 빠르다. 지루했던 과거 911 터보가 아니다.

빠른 엔진 응답으로 더 밟고 싶어진다. 가속력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퀴 달린 것들 중 가장 빠르다. 과장이 아니다. 타이칸을 포함한 고성능 전기차를 뛰어넘는다. 실제로 양산형 전기차 중 가장 빠른 타이칸 터보 S보다 이 911 터보 S가 빠르다. 말이 안 된다. 이제는 재래식이 되어 버린 무기가 최첨단 무기를 압도하는 격이다. 이 폭발적인 가속력은 고속에서도 이어진다. 가속에 또 가속, 그리고 또 가속을 해도 힘은 남아돈다. 여기에 완벽한 변속기가 매칭되어 힘을 제대로 자랑할 수 있다. 변속 속도는 세상에서 제일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데 고의적으로 살짝 충격을 줘 흥분을 배가시켜줬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여기서 삼천포로 잠깐 빠지자면 개인적으로 911 터보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짜 911은 카레라 S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카레라 S의 주행감이 가장 내 취향에 맞았다. 공도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출력과 차가 가볍게 느껴져 코너를 타는 재미도 있고 뒤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911 터보(이전 세대까지)는 차가 묵직하게 전진해 스포츠카의 경쾌함이 없었고 서스펜션이 소프트해 가속 시 노즈업이 심해 불안할 때도 있고 와인딩 혹은 트랙에 어울리지 않았다. 코드 992로 진화하면서 911 터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형적인 스포츠카 마니아들이 환영할 세팅이다.

카레라처럼 몸놀림이 가볍고 이전 세대 대비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스프링 레이트가 강해져 가속 시 앞머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와인딩을 탈 수밖에 없다. 코너 성향은 뉴트럴에 가깝다.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보이지만 나처럼 운전 못 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진입속도와 탈출속도가 하이퍼카 급이다. 아니 하이퍼카라도 터보 S를 코너에서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이퍼카를 타보진 않았지만 확신이 든다. 복합코너도 가뿐하게 정복한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자연스럽고 섀시가 엉키지도 않는다. 이는 토크 벡터링과 후륜조향 시스템의 공도 크다. 트랙션이 얼마나 쫀쫀한지 타이어 스키드 음을 듣기도 힘들다.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운전자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911 터보 S는 포용력이 넓다.  

여기에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파워와 섀시를 컨트롤하기에 완벽하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를 달고 있는데 제동력이 환상적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다 풀 브레이킹이 들어가는 순간 차가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면서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이 없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잘 버티고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거동을 유지한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브레이킹 퍼포먼스다. 더구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임에도 패드 소음이 크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정말 타는 내내 감탄했다. 동승한 포토그래퍼에게 계속 “이차는 미쳤다”라고 했다. 어떻게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도로에서 662마력을 어디에서 쓸 수 있을까? 터보 S는 노면이 어떠한들 그 출력을 다 사용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완벽한 차다. 이 장르가 가져야 할 덕목을 지나치리만큼 꼼꼼하게 챙겼다. GT카처럼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고 때론 스포츠카처럼 재미있게 달릴 수도 있고 배고프면 슈퍼카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포르쉐 911 터보 S였다. 

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535×1900×1305mm휠베이스  2450mm  |  엔진형식  ​​​​​​F6 터보, 가솔린배기량 ​​​3745cc  |  최고출력  ​​662ps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구동방식 ​​AWD  |  연비  6.8km/ℓ가격 ​​​​​​​​​​​​2억743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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