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VS 로봇청소기, 승자는 과연 누구인가?

  • 기사입력 2021.05.04 00:06
  • 최종수정 2021.06.28 16:5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본격적인 상용화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자율주행차를 도로가 아닌 집 안으로 불렀다. 과연 이 경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을 대신해 움직이는 로봇 제작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과거에는 공상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현재는 인간의 행동을 거의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로봇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는 두 다리를 이용한 직립 보행은 물론,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다.

우리들이 흔히 언급하는 자율주행차도 크게 보면 로봇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운전자 없이 목적지까지 알아서 이동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동작을 구사하는 자율주행차다. 운전자가 있다면 비상시 대응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없는 경우 모든 판단을 자동차가 알아서 해야 하므로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제조사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자율주행 로봇이 집 안에도 있다. 바로 ‘로봇청소기’다. 단순한 형태로 움직이는 현재의 로봇청소기를 보면 자율주행 기술이 실감 나지 않겠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CES 무대에서 공개한 ‘제트봇 AI’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텔의 AI 솔루션(Intel® Movidius™)을 탑재해 자율 주행 능력이 대폭 개선되었으며, 주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사물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LiDAR(단거리 레이저 레이더) 센서와 3D 센서를 탑재했기 때문이다.그렇다. 이러한 AI(인공지능)와 센서, 칩의 조합은 자율주행차의 구성과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와 로봇청소기가 대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동차를 로봇청소기와 비슷한 크기로 만든 후 집 안에 불러들여 보았다. LiDAR 센서가 없는 테슬라의 모델들은 제외하고, 현재 한정적이기는 해도 자율주행 3단계를 구현한다는 아우디 A8과 대결하기로 했다. 물론 국내에는 이 기능이 없으니 외국에서 직수입해야 한다.

ROUND 1장애물 인식 및 피하기제트봇 AI는 딥러닝 기반으로 1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전에 학습하고 주요 장애물과 가전제품, 가구 등을 인식한다. 또한, 3D 센서가 기존의 2차원 센서로는 감지하지 못했던 높이가 낮은 물체, 복잡한 구조물의 형상을 인식하고 1m 이내에 있는 장애물의 거리와 형상을 인식해 미리 피할 수 있게 해준다.아우디 A8 역시 다양한 이미지를 사전에 학습했다. 애초에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을 인식하려면, 자율주행차에서 딥러닝 기반의 기술은 필수이다. 주행 중 쉬지 않고 주변 이미지를 파악, 계산하며 이를 위한 센서도 당연히 갖고 있다. 자동차 크기가 줄어들었으니 센서의 감지 범위도 그만큼 줄어들었겠지만, 그래도 로봇청소기보다는 더 먼 거리에 있는 장애물도 인식할 수 있다.아우디 A8  1 : 0  제트봇 AI

ROUND 2공간 파악 및 지도 생성제트봇 AI는 LiDAR 센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집 안에 있는 사물을 분석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인식해 공간에 대한 지도를 생성한다. 사용자는 원하는 공간이나 특정 방만 골라 청소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아우디 A8 역시 전면에 LiDAR 센서를 갖고 있지만, 용도는 약간 다르다. 공간을 인식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인식하는 고정밀 데이터를 통해 장애물을 파악하고 이를 미리 피해 가는 것이 주목적이 된다. 집 안에서 대결해야 하니 각 방에 대한 지도는 이미 입력되어 있다.아우디 A8  2 : 1  제트봇 AI

ROUND 3다양한 장애물 회피제트봇 AI는 고성능 AI 솔루션과 센서를 함께 적용함으로써 그동안 다른 로봇청소기가 스스로 피하지 못해 흡입구 막힘을 유발했던 수건이나 양말 등을 비롯해 컵, 전선, 반려동물의 배설물 등도 스스로 인식해 회피한다. 이로 인해 로봇청소기 사용 전 바닥을 일일이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크게 줄었다.

아우디 A8도 AI를 품고 있으며, 장애물 회피를 명령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수건이나 양말은 그렇다 쳐도, 전선이나 반려동물의 배설물 등 큰 저항이 없는 장애물은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치고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이지만, 집 안에서는 불리하게 적용된다.아우디 A8  2 : 2  제트봇 AI

ROUND 4음성인식 및 자율 행동제트봇 AI는 삼성 고유의 빅스비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며, 사용자가 “냉장고 주변을 청소해줘”라고 하면 알아서 그 주변을 청소한다. 또한 자동 먼지 배출 시스템 ‘청정스테이션’을 적용해 청소뿐 아니라 먼지를 비우는 과정까지 스마트해졌다. 청소기 내에 먼지가 가득 찼을 경우, 스스로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먼지통을 자동으로 비우고 충전도 진행한다.아우디 A8 역시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목적지까지의 이동과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 게다가 아직은 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하면서 일일이 자율주행 기능을 설정 또는 해제해야 하므로 알아서 스테이션으로 이동한 뒤 세차 또는 연료 보충을 진행할 수 없다. 자율주행 기능이 더 발전한다 해도, 스테이션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할 것 같지는 않다.아우디 A8  2 : 3  제트봇 AI

이번 대결의우승자삼성 제트봇 AI무대가 일반도로가 아니라 집이라는 점 그리고 아우디 A8이 아직은 제한된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로봇청소기의 제어 기술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어 놀라웠다. 만약 로봇청소기에 로봇 팔이 추가된다면,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제트봇 AI가 ‘삼성봇™ 핸디(Samsung Bot™ Handy)’와 융합하면, 집 안의 유능한 자율주행 가정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 유일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