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자동차,인도 시장에 있소이다!

  • 기사입력 2021.04.29 22:10
  • 최종수정 2021.06.28 16: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제3 세계를 노리고 크기는 작게, 가격은 저렴하게 만든 자동차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어쩌면 자동차의 미래는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제3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주목해 볼 만한 인도 시장을 살짝 알아보았다.  


지금은 그 판매 규모가 약간 줄어들었지만,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소형 SUV는 기아의 ‘셀토스’다. 그런데, 이 차는 사실 국내 시장을 노리고 만든 자동차가 아니다. 인도 시장에서 판매 확장을 노리는 기아가 인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다듬은, 인도 시장 특화 모델이다. 그렇다면 왜 인도 시장을 위해 만든 SUV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을까? 아마도 인도 시장을 위한 특징 중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보다 큰 인도 시장 그리고 SUV 열풍

2019년의 인도 시장을 분석해 보면, 승용차 판매량이 277만 대 이상에 달한다. 사실 이 역시 2018년의 337만 대 이상에 비하면 꽤 줄어든 것이지만, 인도 시장이 큰 잠재력이 있다는 증거다. 인도 시장의 터줏대감은 스즈키의 인도 지사인 ‘마루티 스즈키’. 2019년에만 14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점유율 50%를 넘기고 있으니,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정말 부러운 회사일 것이다. 스즈키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이유다.인도 사람들은 자동차를 권력과 풍요의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세련되면서 정교하게 제작된 자동차를 원하지만, 인도 사람들의 평균 수익을 고려해 보면 자동차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 시장에 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인도 사람들은 SUV를 멀리해 왔다. 오랜 기간 인도 시장을 지배했던 마힌드라 스콜피오, 타타 사파리 등의 SUV는 거칠고 세련미가 없었기 때문이다.인도 사람들이 SUV를 선호하게 된 계기를 만든 자동차가 있다. 르노 그룹 산하의 ‘다치아’에서 제작한 ‘더스터’다. 더스터는 강력하게 오프로드를 지배하는 SUV는 아니었지만, 인도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마케팅을 통해 ‘세단보다 현명한 구매’라는 선택지를 주었다. 더스터가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면서 다른 제조사에서도 잇달아 소형 SUV를 공개했는데, 그중에는 현대차의 인기 모델, 크레타도 있다.

인도를 지배하는 SUV들

2020년 10월, 현대차와 기아가 인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인도 SUV 시장 점유율을 36.2%로 늘린 것이다. 인도의 터줏대감인 마루티 스즈키의 SUV들이 22.9%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이 수치는 2019년보다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SUV 모델들이 인도 시장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년간 인도 내에서 일본 브랜드와 이렇게까지 격차를 벌린 적은 없었다.당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인도 내 점유율 1위를 달성한 SUV는 ‘현대 크레타’다.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갖게 되었는데, 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면서도 기능이 풍부하고 안전성도 높기에 인도 내에서는 젊은 가족이 가장 선호한다. 2위는 기아가 인도 시장 전용으로 만든 쏘넷. 현대 베뉴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디자인을 좀 더 역동적으로 다듬었으며, 다양한 엔진이 있어 가격에 따라 고를 수 있다.그 아래로 스즈키 비타라 브레자가 3위, 기아 셀토스가 4위, 현대 베뉴가 5위를 기록 중이며, 인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제조사인 타타와 마힌드라의 모델들도 10위권 내에서 순항하고 있다. 토요타도 두 대의 모델을 올려놓았지만, ‘토요타 어반 크루저’의 경우 스즈키 비타라의 리배지 버전이기 때문에 인상적이지는 않다. 주로 5인승 모델이 잘 팔리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을 위한 7인승 SUV도 꽤 많이 팔린다.

어쩌면 인도가 자동차의 미래?

인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소형 SUV는 어쩌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미래와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인도 시장을 노리고 제작한 현대 베뉴와 기아 셀토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셀토스는 여세를 몰아 한국 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으며, 쏘넷 역시 러시아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고 보면 의외로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해 가진 욕심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2018년에 일본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화려한 옵션을 갖춘 모델보다는 약 180만엔(약 1870만원) 선에서 기능이 단순하면서 운전이 쉬운 자동차에 대한 선호가 더 높았다. 물론 시장마다 조금씩 사정은 다를 것이고 선호하는 모델들도 다르겠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가형 모델에 대해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 일시적인 움직임은 아닐 것이다.환경과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내연기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고, 제3 세계에 판매하는 모델에서 그런 면까지 고려하기는 힘들 테니 다른 나라에는 수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앞으로 인도 시장의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인도 시장을 노리는 모델이라면 국제 규제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대기질이 심각할 정도로 나쁘기 때문에 굉장히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가격과 공간 모든 것을 만족시켜야 하는 인도 시장 전용 모델은 그래서 글로벌 마켓에서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인도가 계획대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진행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우며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여겨졌는데, 어쩌면 그 역할을 중국이 아닌 인도가 가져갈지도 모른다. 앞으로 등장할 자동차를 예상해 보면 더 그렇다.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사이버펑크 2077’에는 주인공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탈 것이 등장한다. 그중에는 인도에서 개발한 자동차도 몇 대 있는데, 설명서에는 ‘인도 시장에서 태어나 서민들을 위한 탈 것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그저 게임 속에 드러난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했는데, 현재의 인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게임 속 세계가 현실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인도 시장에서 어떤 자동차가 등장하는지,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 같다.제3 세계에서 태어난 주목할만한 모델들

마힌드라 타르(Mahindra Thar)

지프 랭글러보다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기분을 줄 수 있는 SUV가 있다면 어떨까? 인도 마힌드라에서 만든 타르는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마힌드라가 개발한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0마력을 발휘하며, 아이신에서 만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마힌드라의 3세대 보디 온 프레임을 사용해 오프로드를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다. 인도 판매 가격은 121만 루피(약 1890만원)부터 시작한다.

르노 키거(Renault Kiger)

다치아 더스터를 통해 인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르노 그룹이 준비한 또 다른 소형 SUV다. 현대적이면서 역동적인 디자인,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실내를 갖추고 있는데도 차체 길이는 4m가 되지 않는다. 엔진은 1.0ℓ 자연흡기 또는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준비되며, 5단 수동 또는 CVT를 조합한다. 닛산이 인도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 소형 SUV, 매그나이트(Magnite)와 형제이다.

포스 구루카(Force Gurkha)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를 좋아하지만 화려한 면과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인도에서 만든 ‘포스 구루카’가 있다. 외형은 G클래스와 꽤 비슷한데, 후면이 약간 다르다. 보디 온 프레임을 사용해 견고함을 자랑하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보여준다. 최고출력 140마력을 발휘하는 2.2ℓ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데, 이 엔진은 놀랍게도 벤츠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만들었다. G클래스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타타 넥슨 전기차(Tata Nexon EV)

넥슨 전기차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전기 SUV다. 이미 인도 내에서 2200명 이상이 선택했으며, 인도 내 전체 전기차 판매의 74%를 차지했다. 30.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주행하는데, 실제로는 200km를 간신히 넘긴다고 한다.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129마력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120km 정도다. 다른 전기차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인도 시장을 사로잡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닛산 킥스(Nissan Kicks)

킥스는 본래 닛산이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작한 모델이다. 닛산의 미국과 브라질 스튜디오가 나카무라 시로(中村 史郎)의 지휘 아래 제작했으며, 2014년에 브라질 상파울루 오토쇼에 콘셉트로 선보인 적이 있다.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북미 시장에도 판매되고 있으며,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후 닛산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인 ‘e-파워’를 탑재하고 일본과 태국 시장에도 판매되고 있다.

라다 니바(LADA Niva)

러시아의 자동차 제조사인 ‘아브토바즈(AvtoVAZ)’에서 1977년부터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는 소형 SUV다. 본래 농촌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크기와 특이한 형태로 인해 도시에서도 사용하기 용이하다. 엔진을 비롯해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제외하면, 오랜 기간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져 왔는데, 최근 니바에 대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2024년에는 르노의 CMF-B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니바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게 될 것이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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