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WITH 페라리 GTC4루쏘 T

  • 기사입력 2021.04.28 09:40
  • 최종수정 2021.06.28 16:5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날씨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차와 함께 한 여행.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차를 타 본다. 생애 타 볼까 말까 한 차들을 마음껏 몰아 볼 때 이 직업의 소중함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드림카인 페라리 역시 타 봤다. 한두 번도 아니고 셀 수 없을 만큼 탔다. 허나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안에 페라리의 매력을 깊게 알기는 힘들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같이 자야 진면목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터인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페라리와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목적지는 정했다. 바로 영종도다. 서울에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공항을 안 가본 지 오래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갈 수는 없지만, 공항으로 가는 그 설렘을 만끽하고 싶었다.

갈 곳은 정해졌고 이제 페라리 중에서 어떤 모델을 타고 갈지만 정하면 된다. 운 좋게도 내가 정할 수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 선택은 GTC4 루쏘 T(이하 루쏘)다. 더 화려하게 생긴 페라리도, 더 빠른 페라리도, 그리고 뚜껑도 열리는 페라리도 있었지만 루쏘를 골랐다.

이유는 딱 3가지다. 먼저 루쏘는 페라리의 유일한 4인승이며 뒷좌석이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니다. 여행을 함께 할 멤버가 2명 더 있었는데 2열에 키 180cm의 성인 남성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거짓말 같지만 휠베이스가 3m에 달해 레그룸이 여유롭고 유려한 루프 라인이지만 헤드룸이 전혀 손해 보지 않는다. 다음으로 루쏘에는 촬영 장비를 포함한 꽤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는 트렁크도 있다. 다른 페라리였다면 짐을 줄이거나 다른 차 한 대를 더 가지고 가야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488 시리즈 출시 이후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페라리를 타 봤는데 루쏘 승차감이 가장 부드러웠다. 영종도가 멀진 않지만 꽉 막힌 서울 시내를 뚫어야 하고 촬영 스팟을 온종일 이동해야 하기에 승차감은 포기할 수 없었다. 나 혼자 운전해야 하니까.이렇게 해서 루쏘가 당첨되었고 눈앞에 루쏘가 도착했다. 페라리 하면 레드 혹은 원색 계열의 색상이 대부분인데 이틀 동안 소유할 내 루쏘는 은빛을 휘감았다. 튀는 컬러가 아님에도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기다란 보닛에 루프라인은 해치 타입으로 마무리 지었다. 전정한 슈팅 브레이크다. 짐을 싣고 각자 자리에 앉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시트는 세미 버킷형으로 컴포트와 스포츠 성향 모두 아우르지만, 컴포트 색이 조금 더 짙다. 척추를 잘 잡아주고 최고급 가죽으로 감싸 감촉도 만족스럽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공도에 루쏘가 떴다. 긴 보닛 때문에 운전이 어려울 것 같지만 5분 만에 적응된다. 승차감이 훌륭하다. 플래그십 세단 수준은 아니지만 안락한 GT카 정도다. 페라리 하면 무조건 단단한 하체로 운전자를 괴롭힐 것 같지만 페라리의 서스펜션은 공도 주행에 적합하게 조율되어 있다. 스페치알레나 피스타와 같은 트랙 포커스 모델이 아니라면 승차감이 준수하다. 루쏘는 특히 더 편안하다. 댐퍼 스트로크도 길고 스프링 레이트도 강하지 않다. 브레이크 답력도 강하지 않아 정체 구간에서도 발목이 힘겹지 않다. 또한 드라이빙 모드를 컴포트에 두고 교통흐름을 따라가면 엔진회전수도 낮게 사용해 조용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정체 구간이 끝나고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편하지만 이 녀석은 여전히 페라리다. 루쏘는 8기통 터보 엔진과 12기통 자연흡기 엔진 중 하나가 탑재된다. 나의 루쏘는 V8이다. 최고출력은 610마력, 최대토크는 77.5kg∙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5초다. 최고시속은 320km다. 수치가 말해주듯 정말 잘 나간다. 시내에서 얌전했던 녀석이 돌변한다. 4명이 탈 수 있는 슈퍼카다. 이러한 괴력에 맞춰 변속기도 환상적이다. 저속에서 토크컨버터처럼 유연했는데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직결감과 동시에 고의적인 변속 충격을 줘 박진감을 선사한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잘 빚어 놓은 실루엣 덕분에 대기를 쉽게 돌파한다.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도 페라리는 신난다. 페라리 안에서 동승자와 수다도 떨고 음악도 들으니 촬영지에 금세 도착했다. 아니, 약 2시간 걸렸지만 체감으로는 이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참고로 뒷좌석에 포토그래퍼(키 180cm 성인 남성)가 탔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꿀잠’을 잤다. 예술가답게 예민한 성격인데 해맑게 잘도 잤다.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있어 허리가 편하고 공간도 여유로운 데다 글라스루프로 햇살이 눈부시지 않을 정도로 투과되어 평화롭게 잘 수 있었다고 한다. 개운하게 자서인지 촬영이 순조롭게 끝났다.일과를 마치고 호텔에 닿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페라리 타고 최고급 호텔을 왔다.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일을 기약하며 루쏘와 인사를 나눴다. 평범한 주차장에 세워 놓기만 해도 그림이다. 한동안 이 작품을 감상하다 숙소로 들어가고 아침이 밝았다. 체크아웃하고 주차장에 가니 루쏘가 나를 맞이한다. 이 순간 진짜 페라리 오너가 된 것 같다. 아쉽지만 서울로 가야 한다.

기로에 섰다. 연료 게이지에 두 칸이 남았다. 연료탱크에 기름이 약 20% 남은 것이다. 주유를 하고 갈지 아니면 그냥 갈지. 귀찮기도 하고 올 때 한 칸 정도 썼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영종도에서 서울 성수동까지 70km가 넘는다. 공항고속도로에서 마지막으로 달려보고 필요하다면 서울에 입장하자마자 주유소에 들어가기로 한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별생각 없이 달렸다. 강변북로로 진입하고 반포대교를 지나서야 한 칸이 줄었다. 도착까지 5km 정도 남았고 디스플레이에는 주행가능거리가 50km라고 뜬다. 만약 연비 주행을 했으면 한 칸도 줄이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연비가 좋다. 브로셔에 적힌 7.0km/ℓ가 거짓이 아니다.  

목적지인 성수동 페라리 인증 중고차 매장에 도착했다. 1박 2일을 함께 보낸 터라 정이 들었다. 루쏘가 처음 등장했을 때 트랙에서, 그리고 공도에서 열심히 달리기만 했다. 성능에 의심은 없었고 단순히 여느 GT카처럼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루쏘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었다. 앞서 더 화려하게 생긴 페라리도, 더 빠른 페라리도, 그리고 뚜껑도 열리는 페라리도 있다고 말했다. 루쏘는 더 화려하게 생긴 페라리과 달리 차분한 매력이 있고 더 빠른 페라리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뚜껑 열리는 페라리처럼 하늘을 볼 수 있다. 거기에 루쏘는 4명이 편안하게 저 멀리 떠날 수 있는 유일한 페라리다.

루쏘를 사고 싶다고?루쏘는 단종되었다. 때문에 매장에서 살 수 없다. 허나 성수동에 위치한 페라리 공식 인증 중고차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중고차지만 페라리에서 190가지 이상의 항목을 까다롭게 점검하고 테스트 드라이브 과정도 거친다. 만약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오리지널 파츠만을 사용해 점검 및 수리를 하기에 제품 컨디션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12개월간 마일리지 제한 없이 주요 부품 수리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페라리 연장 보증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922×1980×1383mm휠베이스  2990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배기량 ​​​3855cc  |  최고출력  ​​610ps최대토크  77.5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RWD  |  연비  7.0km/ℓ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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