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을 뒤집을 기세, 아이오닉5 시승기

  • 기사입력 2021.04.22 20:13
  • 최종수정 2021.06.28 16: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 첫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드디어 만났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이오닉5를 잠시 몰아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 녀석, 시장을 뒤흔들 기세다.

 
2만 3760대. 아이오닉5가 세운 사전계약 기록이다. 그만큼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차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사용한 첫 자동차이니 만큼 칼날을 바짝 세워 준비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이미 막강한 경쟁자들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과연 이러한 시장 상황을 뒤흔들 수 있을까? 마음속의 질문과 함께 이 녀석의 상품성을 기대하며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개구쟁이 같은 첫 인상은 아이오닉5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파라매트릭 픽셀’이라 불리는 아이오닉5의 디자인 언어다. 픽셀이란 이미지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말인데 아이오닉5는 네모난 픽셀을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촘촘히 심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날카로은 선과 면을 통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앞모습부터 살펴보자. 상단이 잘린 사각형 LED 주간 주행등과 그 안에 들어있는 LED 헤드램프가 그윽한 눈빛으로 도로를 쳐다보고 있다. 보닛은 클렘쉘 타입이며 프런트 범퍼와 이어지게 만든 라인으로 포인트를 줬다. 기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있는 자리는 플라스틱으로 막혀있으며 중간에는 삐쭉하게 아래로 뻗은 램프가 있다. 픽셀 인디케이터라 불리는 이 장치는 아이오닉5가 충전 중일 때 충전량을 표시해주는 램프다. 이를 통해 차의 외부에서도 충전량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런트 범퍼는 은색 플라스틱을 통해 디테일을 더했는데 그 형태 역시 세련되어 미래와 현재를 아우르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뒷모습에서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리어램프다. 앞서 말했듯 픽셀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측 램프를 이어주는 얇은 LED 램프가 추가되어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아래쪽이 점멸되는 방식인데 순차점등 방식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쉽다. 리어 범퍼 역시 프런트 범퍼에서 보았던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앞뒤 범퍼에 이어 도어의 아래쪽 까지 가로선 디테일을 심어 통일감 있는 디자인을 구성했다.

아이오닉5의 옆 모습은 전체적으로 SUV와 해치백의 중간형태를 띄고 있다. 여기에 Z자로 그어놓은 캐릭터 라인과 긴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휠 아치에는 사선으로 그어놓은 디테일울 통해 역동성을 더했다. 아이오닉5의 길이는 4635mm로 투싼(4630mm)보다 아주 살짝 더 긴데, 휠 베이스가 무려 3000mm다. 팰리세이드(2900mm)보다 길고 카니발(3090mm)보다 조금 짧다. 덕분에 앞뒤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아졌으며 이는 광활한 실내 공간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실내공간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제 문을 열고 아이오닉5로 들어가보자. 도어 핸들은 평상시에는 숨어있다가 운전자가 다가가면 쑥 하고 튀어나온다. 가볍게 잡아당겨 열면 화이트 톤으로 구성된 실내가 눈부신 자태로 운전자를 반긴다. 시트는 적당히 푹신하고 착좌감이 훌륭하다. 눈을 이리 저리 돌리자 광활한 실내가 체감되기 시작한다. ‘유니버셜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센터 콘솔은 앞 뒤로 140mm 이동이 가능한데, 이는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장치다. 2열 공간 역시 아주 넉넉하다. 운전석을 키 183cm의 기자에게 맞춰도 2열 무릎 공간은 주먹 두개 반이 들어가는 정도다. 또한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지원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변속기 레버는 스티어링 컬럼에 자리잡고 있다. 스위치를 위 아래로 돌려 전 후진을 선택할 수 있고 측면의 버튼을 눌러 파킹으로 둘 수 있는 형태다. 개인적으로 버튼 타입보다는 훨씬 낫다. 2단으로 구성된 대시보드와 터치식 공조장치 및 송풍구는 소재와 조작감 모두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또한 글러브 박스가 상하로 열리는 것이 아닌 서랍처럼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린다. 낯설지만 재미난 부분이라 칭찬하고 싶다.

확장성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USB 포트는 총 5개와 무선충전기까지 지원하여 탑승자들이 충전 문제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C타입 포트를 하나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빛나는 은은한 무드램프도 빠질 수 없는 분위기 메이커다.

아이오닉5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친환경 소재를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혼커버, 스위치, 스티어링 휠 등은 유채꽃과 옥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제작한 바이오 페인트를 사용했으며 시트에 사용된 가죽은 아마씨앗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활용했다. 헤드라이닝, 플로어 카펫, 카매트에 사용된 패브릭 역시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원사를 사용한 친환경 섬유가 적용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2스포크 방식이며 가운데 현대 로고가 사라진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둘 다 12.3인치다. 계기판은 인포그래픽이 변경되었으며 전체적으로 기존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포그래픽이 마음에 든다.

디자인을 둘러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례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AWD 모델로 최고출력은 225kW(305마력)에 최대토크는 605Nm(61.6kg·m)이다. 에코, 노말, 스포츠 세 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더욱 늘렸다. 공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아찔한 가속력은 뽐내지 않지만 2t의 무게를 가뿐하게 밀어 붙이는 맛은 일품이다. 고속도로 항속주행시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내연기관차의 느낌과 비슷하다. 풍요로운 힘과 그것을 우아하게 쏟아내는 감각까지 일품이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으며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무게중심이 낮고 휠베이스가 긴 덕분에 고속 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웬만한 요철을 만나도 실내에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으며 하부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 역시 훌륭하다. 짧은 시승 시간과 시승 코스의 한계로 코너링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잠깐 맛보니 꽤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패들시프트가 있던 위치에 마련된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장치를 통해 즉시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회생제동을 설정할 수 있다. 원 페달 주행부터 세일링 주행까지 못하는게 없다. 그리고 그 감각 역시 매우 자연스러워 이전 전기차들에서 느껴졌던 이질감 역시 꽤 잘 잡아냈다.

이 녀석에겐 또 한가지 특별함이 있다. 바로 디지털 사이드미러다. OLED 모니터와 카메라로 기존의 사이드 미러를 대체한 시스템이다. 30분 정도 주행하니 겨우 적응된 모니터의 화질과 시인성은 문제가 없다. 다만 이는 낮시간에 주행했을 때다. 야간 주행시 어떨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사이즈가 커져서 시인성이 더 좋아졌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하여 교차로에서 방향을 알려주고 고속도로 출구를 미리 안내하는 등의 기능은 제법 편리하다.

시승이 끝나고 아이오닉5를 다시 바라보았다. 개구쟁이 같던 첫인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전기차 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나선 장군의 모습으로 보인다. 부드럽고 풍요로운 주행감각, 사용자경험, 실내공간 활용성 등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디자인역시 과하지 않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개성이 흘러 넘친다. 사전 계약량이 어마어마 했던 만큼 시장을 뒤흔들 자동차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 한 획을 그을지 점을 찍을지는 결과를 보아야 알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굵은 획을 긋길 기대해본다.

글 | 조현규 사진 | 조현규,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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