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를 달리다. 로얄엔필드 인터셉터650

  • 기사입력 2021.04.21 13:53
  • 최종수정 2021.06.28 16: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오래된 모터사이클의 멋과 감성은 좋은 것이지만, 섣불리 다가가기는 힘들다. 필요한 만큼만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고전적인 멋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로얄엔필드 인터셉터 650은 그때의 멋, 그리고 낭만을 현재로 불러낸다.


필자는 평소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어떨 때는 나가서 달려보고 싶고, 경치를 즐기고 싶기도 하다.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한 번 나가는 것도 꽤 용기가 필요하지만, 자신만의 이동수단이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만약 여기까지만 듣고서 ‘자동차를 구매하기에는 소득이 좀…’이라고 생각한다면, 잠시 그 생각을 멈추어 주시길.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동수단은 모터사이클이니 말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모터사이클 역시 훌륭한 개인 전용 이동수단이다. 대중교통 안에서 다른 사람과 맞부딪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원할 때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로 인해 ‘개인 이동수단’이 중요해진 현재, 아직 자동차를 구매할 정도의 여력이 안 되는 이들에게 모터사이클은 정말 고마우면서도 만족스러운 이동수단이 된다. 평일에는 출퇴근을, 주말에는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작은 규모이지만 캠핑도 가능하다.그리고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람을 가르면서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맑은 날, 바람을 가르면서 근교에 있는 근사한 카페에 도착하고 나면, 짧은 시간을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하루를 여행으로 충실히 보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도 이런 개방감은 자동차에서는 느끼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봄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고, 바람을 가르는 느낌을 감성으로 바꾸어 줄 레트로 모터사이클, 로얄엔필드 인터셉터 650을 고르고 있었다.

Classic, It’s real모터사이클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해도 인터셉터 650의 디자인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1세기가 되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고전적인 형태를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형 헤드램프와 그 옆으로 작게 돌출된 방향지시등, 크롬으로 감싼 원형 사이드미러, 두 개의 바늘이 느긋하게 돌아가는 계기판, 고전적인 형태의 연료탱크와 그 뒤로 길게 자리 잡은 시트 등 모든 것이 1960년대의 모터사이클을 떠오르게 만든다.단순히 형태만이 고전적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와이어 스포크 휠과 차체 좌우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머플러도 있지만, 디자인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제일 큰 이유는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에 고전적인 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LED가 대세가 된 시대에 전구를 사용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지만, 밤에 도로를 밝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빛을 발한다. 수명을 다해도 교체가 쉽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외형은 이 정도만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떠나보자. 시동을 걸면 2기통 특유의 툴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배기량은 제법 있지만, 긴장하면서 출발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 오른손을 돌리면서 왼손에 쥔 클러치를 서서히 놓으면 아주 부드럽게 출발한다.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오랜만에 수동 변속 모터사이클을 접하는 라이더일지라도 운전하는 데 있어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인터셉터 650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는 셈이다.흔히 말하는 역동적인 형태의 ‘스포츠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오른손을 한껏 돌리면 그만큼 속력이 나오기는 하지만, 라이딩 포지션이 그렇게 달리지 않도록 만든다. 어디까지나 허리와 다리는 편안하게 두고 어깨에서도 힘을 뺀 채로 손은 핸들바 위에 자연스럽게 얹으면 된다. 그렇게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세에서 기분 좋게 낼 수 있는 속도는 시속 90km 정도. 성능상 그 이상의 속도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기를 권하고 싶다.

그 속도를 넘어가면 상체에 바람이 너무 세게 다가와서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그때는 고개와 상체를 조금 숙이면 그만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때 즈음 들려오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 때문이다. 두 발 사이에서는 조금 툴툴대는 것 같으면서도 고동을 울리며 라이더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엔진이 있고, 귀의 좌측과 우측을 순차적으로 울리는 머플러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살아난다.편하게 타기에는 너무나 좋다. 게다가 보기와는 다르게 노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요철을 만나더라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요즘 모터사이클에서 유행하는 도립식 서스펜션이 아니라 바퀴가 물려 있는 쪽이 더 굵은 정립식 서스펜션을 갖고 있는데, 승차감 면에서는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고전적인 형태의 와이어 스포크 휠도 충격을 꽤 잘 흡수해 준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갈길을 달려보면 승차감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속도를 즐기면서 그리고 좌우로 흐르는 풍경을 즐기면서 주행한다면, 장거리 주행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처음 장거리를 달렸을 때는 엉덩이가 약간 불편했는데, 시트 형상을 잘 보니 약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앉아야 장거리 주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만약 동승자가 있다면 어떡하냐고? 엉덩이에 느낌이 올 때 즈음 잠시 쉬면 그만이다. 둘이서 여행을 떠나는데 급하게 갈 필요가 있을까. 여유와 풍경을 즐기는 것이 모터사이클의 묘미다.인터셉터 650은 아마도 하드코어를 즐기는 라이더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캠핑 장비를 잔뜩 싣고 오지를 찾아 긴 거리를 떠나기에는 힘들고, 빠르게 주행하면서 속도를 즐길 수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하드코어를 즐기는 이들보다 가볍게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즐기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은 많은 법이다.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것 역시 하나의 경험이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무언가 좀 아쉽다.

단순히 이동하는 것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굳이 오지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폭이 넓은 시트에 가방을 추가한 뒤 짐을 적재할 수 있고, 짧은 시간 동안의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도 가능하고, 가방에 싣는 짐 정도로 충분하다면 어디서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든 이동의 자유가 있기에 그 이상의 삶의 확장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인터셉터 650은 그런 확장을 누리기에 정말 좋은 모터사이클이다. 편안하고 다루기 쉽고 게다가 정비와 관리에 신경 쓸 부분도 적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전적인 스타일로 멋과 개성을 챙기는 것도 가능하다. 가끔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가볍게 오른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모터사이클일 것이니 말이다.

SPECIFICATIONROYAL ENFIELD INTERCEPTOR 650길이×너비×높이  2122×789×1165mm  |  휠베이스  1400mm엔진형식 ​​​​​​I2, 가솔린  |  배기량  ​​​648cc  |  최고출력  ​​47ps최대토크  5.3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복합연비  - km/ℓ  |  가격  ​​​​​​​​​779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라이딩웨어 협찬 | 얼리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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