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그리고 즐거움, 라라클래식 마이크로레이서

  • 기사입력 2021.04.15 10: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의 시대가 와도 자동차는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만드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 시제작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주는 전기차가 있다. 그 개발 과정에 살짝 편승해 보았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차량협조 | 라라클래식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디자인도, 성능도 평준화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클래식카를 찾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제작 기준이 완화되어 있던 과거에 태어난 모델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영혼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지내는 동안 클래식카를 직접 운전해본 것은 서너 번 정도고 제일 오래된 모델이 1950년대에 등장했던 소형차이지만, 그때마다 ‘영혼을 울리는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클래식카는 그래서 쉽게 탈 수 없는 하이퍼카와 더불어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클래식카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하이퍼카는 수리 센터에 맡겨놓으면 돈으로라도 해결되지만, 클래식카는 집 근처에서 믿을 만한 수리 및 관리 센터를 찾는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클래식카를 수리하다가 정비의 달인(!)이 되어 정비소를 직접 차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클래식을 느끼고 싶지만 그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다면, 레트로 모델을 찾으면 된다. 최신 엔진이라 감흥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외형만으로도 즐거움이 살아난다. 그리고 여기에 1930~60년대에 등장했던 자동차들의 독특한 외형을 갖고 전기모터를 품은, 시대에 맞게 전기차가 된 레트로 모델이 있다. 국내에서 클래식카를 취급하는 ‘라라클래식’에서 제작한 전기차, 마이크로레이서다. 양산형이 아닌 프로토타입 모델이지만, 자세는 당당하다.

마이크로카가 무엇입니까?그 전에 이 차가 왜 나왔는지 잠시 살펴보자. 국내에서는 이런 장르가 생소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초소형 자동차를 가끔이라도 볼 수 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만 가도 그런데, 작은 크기의 1인승 자동차를 ‘마이크로카’라고 따로 분류해 놓았다. 주로 모터사이클에 탑재하는 소배기량 단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50km로 묶어놓는다. 등록이 간단하고 유지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단거리 이동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모터사이클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탑재하는 모델들이 늘기 시작했다. 몇 개의 회사가 전기차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양산과 출시, 판매까지 이어지는 것은 의외로 적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기차가 아무리 구조가 간단하다 해도 근본은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엔진만 덜어냈을 뿐이지 차체에 적용되는 수많은 공학, 관련 규제 등 여러 제약을 극복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번에 라라클래식에서 제작한 마이크로레이서는 바로 이 ‘마이크로카’를 모티브로 한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아무리 작은 크기의 전기차라고 해도 개발은 꽤 어렵다. 디자인만 하고 구체적인 설계 및 생산은 중국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도 꽤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레이서는 라라클래식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개발을 담당하는 김주용 관장이 과거 대우자동차(현 쉐보레)에서 근무하며 ‘누비라’ 등 자동차 제작 과정에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입? 즐거움은 MAX!이번에 등장한 마이크로레이서는 2차 프로토타입이다. 즉, 아직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양산까지는 아직 넘을 벽들이 있는 자동차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 것인지는 알 수 있다. 길고 가는 차체, 유선형으로 마무리한 후면은 과거 ‘인디 500’에서 활약했던 레이스용 자동차를 연상케 한다. 그때는 이 디자인이 공기역학의 정점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하는 요소다.이제는 이렇게 차체에서 온전히 돌출된 형태의 헤드램프를 보기 힘들다. 법규 때문에 헤드램프는 무조건 차체에 딱 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영국의 ‘모건’에서 만든 클래식 스타일의 자동차도 이제는 헤드램프가 차체에 딱 붙어있다. 원형 헤드램프와 그 아래 작게 달린 방향지시등을 보고 있으니, 마치 1930년대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메시를 품은 거대한 그릴도 그런 느낌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트는 1.5인승.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운전하고 그 옆에 아이가 탑승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다. 그래서 스티어링이 차체 중앙에서 왼쪽으로 가 있는데, 스티어링을 중앙에 두고 한 명만 탑승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배터리 게이지만 있다. 조작 스위치도 전원, 변속, 경적 등으로 심플하게 만들어졌다. 스티어링 디자인은 양산 모델에서는 바뀔 것이다.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 보자. 전기차이기 때문에 전원 스위치만 돌리면 곧바로 깨어난다. 앉아서 운전해보려고 하는데, 조금 불편함이 있다. 페달과 스티어링의 위치가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양산 모델이라면 당장 화를 낼 일이지만, 프로토타입 모델이니 이 정도의 오차는 인정하고 넘어가자. 대기업에서 만드는 자동차도 프로토타입 시절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것을 양산 전까지 잡아나가는 것도 엔지니어가 할 일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초반에 꽤 속도가 잘 붙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40km이지만, 이 정도라면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의점 또는 가게를 들르는 데 문제가 없다. 그것보다 사실 더 중요한 건, 레트로 모델이 주는 과거의 감성이다. 운전자의 조작을 마음대로 판단해 제한을 두는 ‘너무 똑똑한 차’가 아니라 운전자의 조작을 그대로 따라주는, 그래서 다소 과격한 조작을 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주는 감성 말이다. 그래서 운전의 재미가 있다.그래서 직선 도로를 주행하는데도 괜히 스티어링을 잡고 좌우로 차체를 흔들어 보았다. 차체가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잠시 기울었다가 곧 반발하면서 빠르게 돌아오는 게 마음에 든다. 자동차가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렇게 반응한다. 그래서 이런 레트로 모델은 ‘조율’이 필요하다. 운전자가 자동차와 궁합을 맞춰야만, 그 시점부터 자동차의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레이서는 의외로 그 궁합을 맞추기가 쉽다. 엔진이 아니라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기차라는 것이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으니 ‘전기차가 최신의 기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사실 전기차는 과거부터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서 전기차가 거기에 대응하지 못해 잠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뿐이다.본래는 잠깐 시승할 예정이었지만, 운전의 재미가 느껴지다 보니 어느새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달리고 있었다. 꽤 긴 거리를 달렸고, 충분히 느꼈다. 감성이 더 높은 와이어 스포크 휠을 사용하지 않았다든지,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지만, 마이크로레이서는 꽤 잘 만들어진 자동차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쉽지만 운전석에서 내렸다. 더 개량되어 좋은 차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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