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강한 8기통, BMW M550i xDRIVE & BMW X7 M50i

  • 기사입력 2021.04.14 10:13
  • 최종수정 2021.06.28 16:47
  • 기자명 모터매거진

강인함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겉으로 굳이 드러내지 않을 때가 멋있다. 자동차의 세계에서 강인함을 상징하는 V형 8기통 엔진. 이를 품은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특유의 고동을 울리며 도로를 찢을 듯한 기세를 드러내는 가운데, 여기 조금은 평범한 것 같은 두 모델이 있다. 하드코어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그 힘을 잘 발휘하는, 거대한 녀석과 중간 크기의 녀석. 이들은 M 퍼포먼스라고 불리면서 동시에 부드러움을 품는다.


BIG AMERICAN COMFORT
BMW X7 M50i
글 | 안진욱

BMW 라인업 중에서 가장 미국스러운 차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이 정말 좋아할 차다. 실제로도 미국에서 인기가 좋다. 판매량이 보여주고 있다. 큰 덩치에 8기통을 사랑하는 그들이 군침을 흘릴 녀석이 눈앞에 있다. BMW X7 M50i다. 풀사이즈 SUV에 8기통 엔진이 담겨 있다. 외모부터 압도적이다. 본디 X7이 잘 생기기도 했지만, M 파츠를 두르니 더욱 위풍당당하다. SUV이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정말 BMW라는 브랜드는 이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 이런 장르까지 엔진을 캐빈룸쪽으로 최대한 당기다니. BMW 기준에서는 이 덩치도 BMW다운 움직임을 보여줘야 했나 보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인테리어는 BMW 패밀리룩에 최고급 가죽으로 마감하며 고급스러운 향기를 풍긴다. 버튼들은 유격 없이 작동해 조작감이 좋아 손으로도 고급차라는 게 느껴진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굵고 잡는 맛이 일품이다. 실내의 하이라이트 크리스털 기어노브는 밤에 더 빛난다. 여기에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스카이라운지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여준다. 앰비언트 라이트 색상에 따라 바뀌기에 운전자 기분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코너에서도 어느 정도 운전자를 지지할 수 있게끔 사이드 볼스터가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 체형에 딱 맞는 포지션이 가능하다. 뒷좌석으로 이동해보자. 이 차는 휠베이스가 3m가 넘는다. 그만큼 넉넉한 2열 공간이 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레그룸이 여유롭다. 3열은 아이들이나 체구가 작은 여성들이 앉을 수 있을 정도니 남자들은 탐내지 말길. 트렁크 사이즈는 기본적으로 326ℓ이고 3열 시트를 접으면 750ℓ를 활용할 수 있다. 2열 시트까지 접으면 최대 2120ℓ까지 확장되는데 작은 냉장고도 들어갈 것 같다.

모델명에 M 배지가 포함되어 있다. 달려보자. 기다란 후드 안에는 빅 유닛이 숨어 있다. V8 4.4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괴력을 생산하고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초에 불과하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차가 말도 안 되는 스펙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밟아 보면 브로셔에 거짓은 없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가속력은 환상적이다. 어지간한 고성능 차는 이 녀석을 요리할 수 없다. 폭발적으로 튀어 나간다. 공도 위에서 이보다 빠른 차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프런트 그립이 약해지면서 튀어 나가지 않는다. 보통 고성능 SUV들은 물렁한 하체와 높은 무게중심으로 직진에서도 불안하기 마련인데 X7 M50i는 스포츠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고성능 세단 정도의 트랙션을 확보한다. 인상적이다.고속 안정감도 훌륭하다. SUV 중에서 고속안정감 과목은 X7이 1등이다. 차고가 높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에 깔린다. 풍절음도 거의 없다. 덕분에 음악과 함께 완벽한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이런 큰 차는 장거리 여행에 빛을 낸다. 이 차에는 반자율시스템까지 달려있다. 직관성이 좋아 처음 타더라도 쉽게 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차선의 중심을 잘 잡고 앞차와의 간격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잘 간다. 정말 똑똑하다. 설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기능이 활성화 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기능이 바로 꺼지니 편리하다. 사용하기 번거롭지 않으니 더 유용하다. 차를 오래 타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매력적이고 상품성이 높은 차다. 이 장르에서 주행능력은 따라 올 차가 없다. 큰 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무거운 차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BMW가 무슨 짓을 했는지 궁금하다. 강한 엔진을 다는 것은 쉽지만 그 힘을 이렇게 쓰는 게 힘들다. X7 M50i야 말로 진정한 아빠들의 드림카다. 근사한 디자인에 럭셔리 유모차를 실을 수 있고 가끔 2열에 부모님, 3열에 아이들을 태우고 외식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친구들과 이 차로 라운딩을 가면서 그린피를 아낄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퇴근길에 잠시 한적한 길로 빠져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결혼 전 3시리즈로 신나게 놀던 때를….

RIGHTSIZE MUSCLEBMW M550i xDrive글 | 유일한힘이 세다 못해 넘칠 것만 같은 엔진을 품고 편안함을 추구해 본 적이 있는가? 아직 스포츠카를 좋아한다면, 그 명제 자체에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그런 자동차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바로 대형 세단이다. 뒷좌석에 탑승한 이를 위해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거대한 덩치를 이끌어나가야 하기에 힘이 센 엔진을 탑재한다. 그렇다면 그런 대형 세단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크기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답은 바로 BMW M550i xDrive다.겉모습만 봐서는 이 차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못 느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M 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한 5시리즈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초고성능 모델인 M5도 마찬가지라고? 그래도 M5는 곳곳에 탄소섬유를 두르고 있으니 꽤 눈에 띄는 편이다. 리어 범퍼에 두 개의 머플러가 있는 것도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트렁크 리드에 붙어 있는 M550i 엠블럼을 떼 버리면 하나도 구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실내도 5시리즈 디자인의 전형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M 모드 전용 버튼도, 엔진 시동 스위치도 없다. 몸을 꽉 잡아줄 것만 같은 버킷 시트 대신 편안함과 부드러운 착좌감을 보장하는 가죽 시트가 있고, 탄소섬유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계기판 한가운데 떠오르는 M550i라는 문구만이 이 차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뭐 이 녀석을 선택할 운전자라면 겉모습을 추구하지는 않을 테니 의외로 괜찮을지도?일단 시동부터 걸어보자. 그래도 8기통 엔진을 품고 있으니, 엔진음에서 짜릿함을 찾을 수 있으리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짜릿함은 절반 정도만 느껴진다. 8기통 특유의 특이한 울림은 숨길 수 없지만, 시끄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녀석을 울부짖게 만들고 싶다면, 적어도 4000 회전은 가볍게 넘겨야 한다. 그때부터는 최고출력 530마력을 서서히 발휘하면서 도로에서 본격적으로 차체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M5 정도는 아니어도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한 데다가 출력도 꽤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저 너머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달리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니, 편안함의 감소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보통 출력을 올리게 되면 자동차를 되도록 직진하게 만들기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인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는데, M550i는 그 상식을 깨고 일반 5시리즈의 부드러운 서스펜션 감각을 유지한다.

이 정도라면 승차감에 꽤 예민한 사람이 동승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M5를 ‘가족을 위한 스포츠카’라고 하지만, 요철을 만났을 때 여지없이 차체를 튀어 오르도록 만드는 조금 단단한 서스펜션은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M550i라면? 부드럽게 반응하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가족 점수가 꽤 높아진다. 출력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면, 8기통의 근사한 모델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승차감을 고려해서 코너링 성능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착각이다. 의외로 와인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BMW의 역동적인 코너링을 그대로 보여준다. 탄탄한 모습으로 코너에서 버텨주었던 과거의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의 개념에 맞게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으로 운전자에게 안심을 준다. 슬쩍 강화한 브레이크도 차체를 세우기에는 정말 좋다.

BMW의 대표 엔진은 직렬 6기통이고 그 가치는 과거에도 현재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기통 엔진을 접하면서 6기통에 대한 매력은 조금 지울 수 있었다. 특유의 엔진음과 발끝에서 느껴지는 토크, 그리고 승차감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니 M550i가 꽤 좋아 보인다. 게다가 카탈로그를 확인해보니 6기통 모델과 가격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괜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M5를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SPECIFICATION _ BMW X7 M50i길이×너비×높이  5150×1990×1805mm  |  휠베이스 3105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530ps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연비  6.5km/ℓ  |  가격  ​1억6940만원SPECIFICATION _ BMW M550i xDrive길이×너비×높이  4965×1870×1480mm  |  휠베이스 2975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530ps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연비  6.5km/ℓ  |  가격  ​1억1660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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