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SILENT! YES, DIGITAL! KIA K8

  • 기사입력 2021.04.12 22:16
  • 최종수정 2021.06.28 16: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아의 새로운 준대형 세단, K8은 K7을 넘어서고자 한다. 엠블럼을 바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K8을 잠시 몰아본 결과, 진면목은 조용함을 갖춘 아늑한

공간에 있었다.

다시 한 번 살펴보자. K7이 아니고 분명히 K8이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K7에

남아있던 요소들은 대부분 지워지거나 새롭게 바뀌었다. 애초에 디자인부터 다르니 그럴 수 밖에.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국내 준대형 시장에서 파란을 한 번 일으키는 것’이다. 그 동안 등장할 때는 인기를 얻다가 현대 그랜저에 밀려 인기가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을 반복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면 엠블럼을 바꾸고 ‘자동차’라는

이름까지 떼어가면서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기아가

K8에 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자유로운 이동과 움직임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고유한 권리를 이 한 대에 담아낼 수 있을까? 시승을 위해 K8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아가 K8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듬은 것들은 알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스타 클라우드

전작인 K7은 준대형 세단이었지만,

젊음을 반영해 파격적인 디자인을 가졌다. 1세대 모델이 등장할 때도 그랬고, 피터 슈라이어의 주도로 차체 곳곳에 ‘Z’자를 본격적으로 그려나간

2세대 모델도 그랬다. 그렇다면 그 젊음을 이어받는 K8은 무엇을 그렸을까? 답은 ‘다이아몬드와

스타 클라우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다이아몬드를 통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만들고 있는데, 어느 곳 하나 심심한 채로 놔두지 않았다.

제일 먼저 전면 그릴에 압도당한다. 기아의 상징인 ‘호랑이 코 그릴’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 안에 수 많은 다이아몬드들이 있어서 한 번 놀라고, 호랑이 코

형태를 중심으로 뻗은 라인들이 차체에 강인한 근육을 만들고 있어 더 놀란다. 다이아몬드 하단에 작게

반사 영역을 만들었는데, 밤에도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 같은 모습을 위한 것이리라. 그 옆으로 이어진 LED 주간주행등 겸 방향지시등도 다이아몬드들이

뭉쳐져 별들이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만든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실제로 보고 있으면 난잡하다는

이미지는 없다. 게다가 근육이 꽤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잘

달려줄 것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거대한 그릴 뒤에

실제로 거대한 엔진이 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루프 라인이 생각보다 길게,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C 필러에 꽤 큰 면적의 오페라 글라스가

들어갔다.

테일램프는 지금까지 본 기아의 모델들 중에서 가장 독특하다. 하나의

거대한 띠를 이용해 트렁크를 장식한 뒤 거기서 두 개의 라인을 갈라 리어 펜더를 잠식하고 있다. 언뜻

보면 브레이크 램프만 있는 것 같은데, 주황색 방향지시등이 이 안에 가로로 숨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트렁크가 깔끔하고, 그 중심에 자리잡은 기아의

새로운 엠블럼이 눈에 잘 띈다. 후진등은 하단 범퍼 중앙에 있으며, 후진

시 바닥을 비추어 혹시 모를 보행자에게도 주의를 준다.

외형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실내는 상대적으로

그럴 일이 적을 것이다. 우드와 다이아몬드 패턴 장식으로 인해 비어 보이는 곳이 없고 꽤 고급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석에 앉았을 때 만족감이 배가되는데, 센터페시아가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다 디스플레이도 똑같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선을 살짝만 돌리면

다양한 정보가 한 번에 들어온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는 것이 참 편해졌다.

자동차 내부가 디지털화 되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느껴진다. 내비게이션 아래의 패널은 에어컨 조절과 오디오 조정을 동시에 담당한다. 특정

버튼을 누르면 패널에 등장하는 메뉴가 바뀐다. 시트는 편안함을 우선으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서도 다이아몬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를

제법 잘 지지해주며, 고속 주행 시 자동으로 옆구리를 부풀려 상체를 잡아준다. 1열 헤드레스트 후면에 만들어 둔 옷걸이가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하여

K8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준비되는데, 시승하는 것은 3.5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비가 오고 있으니 최고출력을 온전히 느끼기는 어렵지만, 출발해

보면 역시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여유로움에 감탄하고 만다. 자연흡기 엔진이니 당연히 저 회전에서 토크가

나올 일은 없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출력을 다룰 수 있다. 분명히

최고출력이 300마력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옛날 같았으면

막강한 토크로 인해 앞 바퀴가 흔들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도로로 나서서 달려보면, 꽤 놀라게 된다. 엔진음도 잘 들리지 않는 조용함 때문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엔진음은

조금씩 들리지만,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야만 비로소 인식될 정도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어가 물을 바닥으로 튀기는 소리도, 비가 차체에 부딪히면서 바람과 섞여

내는 기묘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그렇다. 사이드미러 주변에서 들려올 법한 미묘한 풍절음도 없다.

풍절음은 그렇다 쳐도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제일 놀랍다.

그러면서도 서스펜션은 제법 탄탄하게 반응하면서 코너링에서 재미를 부여한다. 물론 이 거대한,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을 스포츠카처럼 밀어붙일 수는 없다. 그러나

회전을 높이면서 정직하게 출력을 이끌어내는 자연흡기 엔진을 패들시프트로 제어해가며 달리면, 스포츠카

느낌의 끝자락 정도는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달리기 싫다면, 오른발에서

힘을 풀고 여유를 즐기면 된다.

그렇게 달려도 연비는 의외로 좋다. 대배기량 엔진이니 좋은 연비를

기록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주행을 마치고 나서 트립 컴퓨터에는 12.5km/ℓ의 연비가

기록됐다. 고속도로와 시골길을 반반씩 달린 데다가 엔진 회전도 높이면서 주행했으니, 정속 주행 또는 연비 주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투 챔버 토크

컨버터를 적용한 8단 자동변속기가 생각보다 일을 잘 해 주는 것 같다.

이 정도라면 연비 걱정 없이 대배기량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K8을 통해서 기아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각 모빌리티마다 이동하는 사람의 바램과 개성을 담는 것’이리라. 그래서 ‘풍요로운

그리고 여유 있는 이동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K8을 만든

것이다. 약간의 스포티와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한 강한 개성을 부여한 것은 ‘맛을 내기 위한 양념’이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이동 경로를 차례대로 띄우며 시선을 사로잡는 HUD는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세상은 어느 새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자기기는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동차에서 아날로그를 찾는다면, 그것 또한 모순된 것일지도 모른다. K8은 디지털이 필요한 곳에 확실하게 디지털을 넣었고, 아날로그는

탄탄한 차체에 확실히 새겼다. 그래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확실하게 조화를 이룬 조용한 이동 공간’이 만들어졌다. 아직까지는

바퀴와 내연기관을 달고 있지만, 미래는 또 달라지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의 K8은 그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SPECIFICATION

KIA K8

길이×너비×높이 

5015×1875×1455mm

휠베이스 

2895mm  |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470cc  |  최고출력  ​​300ps

최대토크 ​​36.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FF 

|  복합연비  10.3km/ℓ

가격 

4912만원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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