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디자이너로 사는 것

  • 기사입력 2021.03.31 17:0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디자인하기 가장 어려운 자동차는 무엇일까? 이것을 명확하게 수치화 할 수는 없겠지만 포르쉐 911 시리즈가 특히 어려울 것이다. 오랜 세월 간직해온 디자인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약간의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911의 디자인은 팬층이 워낙 두껍고 그들의 성향 또한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특정한 비율을 바꾸거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바꾸었을 때, 그 모습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팬들의 원성이 자자해지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데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원형 헤드라이트 같은 911의 고전적인 디자인의 보존이 특히 중요하다 보니 디자이너들의 골치는 더욱 아파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쉐의 디자이너로 지내는 것은 어떤 일일까. 포르쉐의 외장 디자인 디렉터인 피터 바르가(Peter Varga)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올해로 42세인 그는 독일 포르츠 하임에서 교통 디자인을 공부하고 17년 전 포르쉐의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의 성향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운전자가 차량 내부에서 차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신형 911 터보 S의 사이드 미러에서 뒷바퀴 위의 공기 흡입구를 볼 수 있도록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할만큼 말이다. 또한 “자동차는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단 1밀리미터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번 디자인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의 디자인 팀은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르쉐 개발 센터에 작업 공간을 갖췄다. 그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며 포르쉐를 디자인한다. 연필과 종이, 컴퓨터를 활용한 2D에서 3D 모델링, 증강 현실을 이용한 디자인, 플라스틱 및 점토를 사용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간다.

바르가는 “설계 과정에서 차량의 모든 수치에 대해 논의하고 다른 많은 개발 부서와 논의하며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전체 개발 프로세스에는 몇 년이 걸린다”고 말하며 “포르쉐 911 터보의 디자인은 역대 가장 큰 도전이었으며 디자인과 기술의 호환에서 이보다 더 복잡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직장 밖에서의 바르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의 여가 시간은 스피드로 채워진다. “저는 달리기와 윈드 서핑처럼 속도와 관련된 스포츠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곡가 한스 짐머의 사운드 트랙을 즐기면서 두 딸의 아버지로서 가정 생활 역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은 가정에서도 발휘되는데, 좋아하는 식탁을 찾는데 3년이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독특하다. 그의 딸 나오미는 이제 막 네살이 되었는데, 최근 작은 박스터 모델을 가지고 놀다가 “이건 자동차야? 포르쉐야?”라고 물었을 때 미소를 참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가족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바르가는 이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이다. 글 | 조현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