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시리즈를 만든 한국인 디자이너, 임승모

  • 기사입력 2021.03.24 08:40
  • 최종수정 2021.06.28 16:3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세로로 긴 형태의 파격적인 키드니 그릴을 적용해 화제가 되고 있는 BMW 4시리즈. 이 모델을 디자인한 사람은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 ‘임승모’다.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이 독특한 그릴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그리고 디자이너로 살면서 어떤 야망을 품고 있는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신형 4시리즈에 BMW 여타 모델과 다른 형태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4시리즈는 최강의 콤팩트 세단인 3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4시리즈에 3시리즈와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4시리즈에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적용해 한눈에 봐도 또는 언뜻 보더라도 3시리즈와 디자인이 구별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신형 M3, M4 같은 고성능 모델과 앞으로 등장할 전기차 iX, i4에도 유사한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적용했는데,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적용 범위가 궁금하다.디자인 언어는 포괄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에 초점을 두고 말씀을 드리면, 4시리즈의 그릴이 전체 모델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각각의 서브 브랜드와 모델들에 어울리도록 최적화된 그릴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스포츠 모델과 전기 모델이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BMW의 스포츠 모델과 전기 모델은 그 동력과 관계없이 모두 BMW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디자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BMW의 모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BMW 코어 모델, M, i(전기)는 비율부터 디테일까지 서로 다른 뉘앙스, 각각의 방식으로 표현된 Look & Feel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새로운 키드니 그릴은 처음 소개될 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다. 보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과거에 등장했던 초기형 BMW 모델들의 키드니 그릴은 대부분 세로로 긴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그릴의 비례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해 재해석을 한다면, 진정한 BMW이면서도 특별하고 신선한 이미지, 그리고 극대화된 존재감을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어쩌면 ‘주어진 디자인 헤리티지를 활용하지 않고 익숙한 변화에만 안주하는 것이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MW는 그동안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술을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부터 적용해 왔다. 쿠페의 플래그십 모델인 8시리즈가 아니라 4시리즈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BMW 디자인의 진화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모델이 시작이고 어느 모델에서 그 진화가 끝난다고 명확히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4시리즈 역시 개발 과정에서 7시리즈 또는 8시리즈처럼 플래그십 모델들이 가진 우아함과 역동성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4시리즈 고유의 캐릭터를 구성했고, 4시리즈 디자인의 가치가 BMW 디자인의 진화 과정에서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각 모델의 특징을 살리는 차별화된 디자인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는데, BMW가 이어 온 패밀리룩 개념은 없어지는 것인지? 만약 차별화된 와중에도 패밀리룩을 유지한다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
모델별 디자인의 차별은 더욱 명확해지더라도 여전히 BMW의 패밀리룩은 유지할 것입니다. 재해석된 여러 BMW의 아이콘들과 함께 BMW 고유의 비례와 자세, 볼륨 및 하이라이트 처리 등을 통해서, 어떤 각도에서 BMW를 보더라도 BMW로 알아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세련되고 진보된 패밀리룩으로 BMW를 디자인 할 것입니다.

BMW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점점 대형 그릴이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그릴 디자인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기술적인 요구사항, 그리고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서 디자인과 마케팅적 목적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검정 바탕의 그릴 안에 센서, 레이더, 카메라, 전조등, 공기 흡입구 등 수 많은 기술사항들을 한 번에 통합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검정색과 차체 색상의 강한 대비를 활용해 강력한 전면 인상을 만들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형 4시리즈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 디자인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키드니 그릴을 제외하고 말이다.이전 4시리즈와는 다르게, 신형 4시리즈 디자인은 3시리즈와 한눈에 차별이 가능합니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갖고 있으며, 측면은 낮게 그어진 하나의 라인으로 대담하게, 그리고 임팩트 있게 볼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교하게 디자인된 미래적인 디테일까지 더해진 4시리즈 쿠페는, BMW 쿠페 디자인의 액기스만을 담아 표현력이 훨씬 강한 캐릭터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신형 4시리즈 디자인을 양산 모델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물론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과정 중 쉬운 과정은 하나도 없지만, 이번 4시리즈의 핵심인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이 유독 까다로웠습니다.우선 키드니 그릴 뒤에 크래시 빔(앞 범퍼에 내장되는 충격 흡수용 강철)이 지나가고 있으며, 그릴 안에 카메라, 에어플랩 컨트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세 가지의 다른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니 성능을 유지하면서 디자인 품질까지 잡아야 했습니다.이러한 다양한 요구 조건 안에서 디자인을 최대한 강화하다 보니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갈수록 화려하고 복잡한 디자인의 자동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신형 4시리즈는 이와 반대로 선을 최소화하고 면을 강조한 간결한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독자 여러분들이 완벽한 비례와 탄탄한 몸매를 갖춘 모델을 보게 되면, 단순한 옷을 걸쳐도 세련되고 매력이 넘치게 보일 것입니다. 이처럼 신형 4시리즈는 완벽한 BMW 쿠페의 비례를 바탕으로 선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볼륨을 강조해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쿠페 캐릭터를 강조한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저는 단순한 디자인이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디자인보다 더 눈길을 끌고 동시에 디자인의 신선함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디자이너로 신형 4시리즈를 디자인했다. 3시리즈 세단과 차별화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을 텐데, 어떤 요소들을 통해서 차별화를 이루어냈는가?신형 4시리즈는 3시리즈와 비교해 좀 더 낮고 넓고 긴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먼저,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중심으로 범퍼를 과감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바깥쪽으로 배치하면서 위아래로 두꺼웠던 기존 헤드램프를 BMW 모델들 중 가장 얇은 형태의 램프로 바꿨습니다.측면을 살펴봤을 때도 급격히 떨어지는 루프라인으로 3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부여했고, 리어 펜더의 볼륨과 역동적인 테일램프 그래픽 등을 통해 4시리즈만의 차별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신형 키드니 그릴은 당신의 아이디어인가?사실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을 4시리즈에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모던 BMW에서 양산 모델에 적용한 것은 신형 4시리즈가 최초이지만, BMW 디자인 팀 내에서는 사실 매우 오래 전부터 이 세로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뿐만 아니라 옛 모델을 재해석한 콘셉트카 328 Hommage(오마주), BMW 비전 넥스트 100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키드니 그릴은 오랜 시간 BMW 디자인 팀이 함께 만들어 낸 공동의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예상했던 것인가? 논란을 의도한 것은 아닌지?신형 4시리즈의 키드니 그릴이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었습니다.BMW는 오래전부터 콘셉트카 지나(Gina),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비전 넥스트 100처럼 파격과 혁신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여 왔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진행되었던 품평회에서 받은 긍정적인 피드백은 대담한 4시리즈 디자인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BMW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는지?제가 디자인한 모델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매 순간이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제 디자인을 일반도로에서 마주쳤을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당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자동차는?신형 4시리즈의 측면 캐릭터 라인은 BMW M1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BMW에서는 지나,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좋아하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다른 모델은 맥라렌 F1, 2005년식 포드 GT가 있습니다. BMW의 디자이너로서 이후 반드시 디자인해보고 싶은 모델이 있는가?4시리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럭셔리한 자율주행 BMW를 디자인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아이콘이 될 BMW,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혁신과 변화를 줄 수 있는 감성적인 BMW를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자동차 디자이너 꿈나무들이 당신을 동경할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이나 지름길 또는 조언을 해준다면?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자동차, 사람, 기술, 세상이 향하는 방향에 대한 본인만의 믿음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한국의 소비자분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을 선도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저희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4시리즈가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잘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신형 4시리즈가 여러분들께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BMW 4시리즈와의 짧은 만남짧은 시간이지만, 신형 4시리즈와 달려볼 기회가 있었다. 6기통의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M440i가 아니라 일반적인 4기통 모델인 420i지만, 쿠페 모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동적으로 달리고 싶어진다. 시동을 걸고 오른발에 힘을 주면 3시리즈와 거의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진짜 매력은 코너에 뛰어들면서부터 시작된다. 바퀴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인데, 3시리즈보다 더 기민하고 코너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영종도의 구불구불한 일반도로를 달리다 보면 위험한 상황을 많이 마주치게 되지만, 4시리즈라면 그 위험을 크게 덜어낼 수 있다. 다소 급하게 스티어링을 좌우로 흔들어도 꽤 빠르게 자세를 잡아나가며, 브레이크 역시 믿음직하다. 가속 시 들리는 음색은 3시리즈보다 조금 더 날카롭다. 고성능 모델인 M4라면 더 짜릿함을 줄 수 있겠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다루기 쉬운 420i도 꽤 매력적이다. 근시일 내에 모터매거진 기자들이 이 움직임을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다.

글 | 유일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