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듣던 시절의 카 오디오

  • 기사입력 2021.03.23 16: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아주 오래 전, 페라리 F40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의문인 것이 있었다. 시승을 하는 저널리스트가

‘이 비싼 차에 카 오디오도 없다’고 불평하자, 페라리 딜러가 “엔진소리와 배기음이 곧 오케스트라인데 오디오가 더

필요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만큼 판매하는 자동차에 자부심이

있었다는 이야기겠지만, 조금 더 앞선 시기에 나왔던 람보르기니 쿤타치에는 카 오디오가 있어 신기해했던

경험도 있다.

 

자동차가 등장한 거의 초창기부터 오디오가 장착되었지만, 카 오디오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955년에 크라이슬러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장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오디오는 급속히 발전해왔는데,

아쉽게도 국내 모델에서는 잘 찾을 수 없었다. 긴 역사를 가진 모델이 적기 때문인데, 그래서 독일에서 꽤 긴 역사를 갖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의 라디오를 갖고 왔다.

이를 살펴보면 카 오디오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골프 Mk1, 브라운슈바이크

라디오

1974년, 1세대 골프가 ‘브라운슈바이크’ 라디오를

탑재했다. 왼쪽에 전원과 음량을 조절하는 로터리 형태의 노브가 있고,

오른쪽 노브를 돌리면 주파수를 맞춰 방송국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세 개의

버튼이 있는데, 하나는 중파(medium wave) 선택용, 나머지 두 개는 VHF 선택용이었다. 카세트 테이프는 없었고 라디오만 들어야 했지만, 그 때의 젊은이들은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을 것이다.

골프 Mk2 & MK3, 감마

라디오

1983년, 2세대 골프가 조금 디지털화 된 ‘감마’ 라디오를 탑재했다. 이제 라디오 주파수가 LCD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었고, 카세트 테이프도 소화할 수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 특유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돌비’ 버튼이 있었고, 그 외 몇 개의 기능을 더 넣었다.

1991년, 3세대 골프가 개선된 라디오를 탑재했다. 사실 이전과 큰 성능 차이는

없었지만, 자동으로 방송국을 검색하는 등 기능이 좀 더 좋아졌다. 독일에서는

스콜피온스(Scorpions)의 곡이 울려 퍼졌고, 한국에서는

신승훈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도 같이 울려 퍼졌다.

골프 Mk4, CD 체인저를

품다

1997년, 4세대 골프가 등장했다. 이 때는 본격적인 CD의 시대였기에 골프 역시 CD 체인저를 품었다. 트렁크에 있는 유닛에 CD들을 넣고 데크에서 재생을 원하는 CD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카세트를 넣을 수 있었고 라디오는 여전히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싱글 유닛이었지만 옵션으로 이중 유닛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국내에 수입된 것도 이중 유닛이다. 이 때 독일에서는 엘튼 존(Elton John)의 노래가 들렸고, 한국에서는 ‘지누션’이

엄정화와 함께 화려한 랩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골프 Mk5, 카세트를

저 멀리

카세트의 멸망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2003년, 5세대 골프가 등장하면서 카세트 플레이어는 삭제되고 CD 플레이어만 남았다.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디지털 MP3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옵션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낡은 장치가 되어버렸다.

골프 Mk6, 터치스크린을

품다

2008년 등장한 6세대 골프는 본격적으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라디오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이제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라디오를 수신하기 시작했다. USB 포트와 3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도 장착되어 있으며,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는 독일에서나

한국에서나 ‘콜드플레이(Coldplay)’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울려 퍼졌다. 원더걸스의 히트곡 ‘노바디’도

이때 인기를 얻었다.

골프 Mk7, 본격적인

진화

2012년 등장한 7세대 골프는 3D 지도와 블루투스를 비롯한 ‘종합 미디어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사실 그 때는 Mk6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2016년에 최신 모듈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하면서부터이다. ‘디스커버 프로’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아날로그 버튼이 제거된

것이 특징이며,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골프 Mk8, 기술의

도약

이쯤 되면 고전적인 ‘라디오’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라디오를 수신하긴 하지만, 모든 것은 화면 상에서 터치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음량도 다이얼을

돌리는 게 아니라 터치 슬라이더를 통해 조정한다.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 기반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많은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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