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빈 슈미츠(Sabine Schmitz).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녀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설령 모른다 해도,
포드의 상용차 트랜짓(Transit)을 이용해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공략했던 영상
정도는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뉘르부르크링 근처에 살았고, BMW ‘링 택시’를 운전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택시 운전사’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빈 슈미츠는 1969년 5월 14일에 태어났다. 그녀의 집은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뉘르부르크링에서 1마일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본래 호텔 운영을 위한 교육을 받았지만, 레이서가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비밀리에 뉘르부르크링을 돌았고, 이후에는
어머니의 차를 이용했다. 그 뒤 폭스바겐 폴로 GT를 구매해
끊임없이 코스를 공략했다. 마치 축구장 근처에서 자란 아이가 프로 축구 선수가 되듯이, 그녀도 그런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초, BMW 팀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든 슈미츠는 그 뒤로 화려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 중에서도 놀라운
것은 1996년과 1997년에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 여성 레이서로써 이룬
최초의 업적이었다. 이후에도 레이스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2015년 5월에는 독일 WTCC 레이스에서 역사를 세웠다. 영국 ‘탑기어’에도 출연하면서
명성을 날렸지만, 2017년부터는 암 치료를 위해 무대를 떠나 있었다.
사빈은 생전에 뉘르부르크링에 있는 73개의 코너를 모두 꿰뚫고 있을
정도로 레이스에 진심이었다. 그녀가 사망하면서 많은 이들이 애도와 경의를 표했으며, 한 때 탑기어를 진행했던 ‘제레미 클락슨’도 그녀를 기렸다. 현재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코너 이름을
변경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한 상태이다. “나는 서킷을 배울 필요가 없다. 내 피 속에 있으니까.”라고 말했던 그녀는 다른 세계에서도 여전히
뉘르부르크링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글 | 유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