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역사를 장식한 열 대의 20세기 전기차

  • 기사입력 2021.03.22 12:52
  • 최종수정 2021.03.22 15: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최근 자동차 분야에서 전기차의 확산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차와 제조사들은 매번 새로운 기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것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보다 먼저 등장한 것이 바로 전기 자동차였으며, 아주 오래전,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많이 팔리던 시절도 있었다.
 
20세기 초반에 들어 전기차의 잠재력이 커지면서 신차 시장의 1/3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짧은 거리만 다닐 수 있고 충전 시설 또한 미비했기에 전 세계는 운용하기 편한 내연 기관 자동차를 주목하여 개발했다. 앞으로 소개할 열 대의 전기차는 전기차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모델들이다.

베이커 일렉트릭 쿠페 (1899)
최초의 전기 자동차는 1830년대에 만들어 졌지만, 널리 사용 가능한 전기차는 1899년 베이커 일렉트릭이다. 이 2인승 전기차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Baker Motor Company에서 생산됐다. 출시 가격은 850달려 였으며 당시 기준으로 다소 비싼 편에 속했다. 이 차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초기 모델 중 하나를 구입하면서 유명해졌다.
베이커 일렉트릭은 1마력의 최고출력으로 시속 약 16km의 최고속도와 24km의 주행거리를 가졌다. 지금 기준으로 전기 자전거만도 못한 성능이겠지만 당시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보다 더 빠르거나 강력하지 않아 나름대로의 경쟁력은 있었다.
 

스터드베이커 런어바웃 일렉트릭 (1902)
1900년대 초, 스터드베이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 중 하나였다. 스터드베이커는 1902년 스터드 베이커 런어바웃 일렉트릭이라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개방형 모델은 좌석 아래에 24개의 배터리 셀을 배치해 전기모터를 통해 뒷바퀴를 굴렸다. 기본가격은 950달러였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29km였다. 주행거리는 배터리의 품질에 따라 30~65km정도로 각 제품마다 차이가 상당했다.
스터드베이커는 세단, 최대 10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미니 버스 등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저조했으며 1912년 스터드베이커는 1841대의 자동차와 버스를 생산한 후 전기차 생산을 중단했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1907)
1907년부터 1939년까지 13,000대가 넘는 자동차가 생산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초기 전기차 회사 중 가장 성공적인 회사였다. 그들의 모델은 최대 130km를 달릴 수 있었고,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경쟁도 치열했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당시 최대 340km를 달려 당시 가장 멀리 달리는 전기차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최고 속도는 시속 32km였는데 당시 포장된 도로가 없어 더 빨리 달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DKW 일렉트로-바겐 (1956)전기차의 개발은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하지만 전후 최초의 대량 생산 전기차는 서독의 DKW 일렉트로 바겐 밴이었다. DKW는 아우디의 자회사로 소형 배송차량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들은 1956년 바닥에 6.7마력 엔진과 납 축전지를 장착한 전기 모델을 소개했다. 그 후 1962년까지 생산했으며 DKW는 다양한 공공 서비스 및 전력회사에 이 차를 공급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40km였으며 주행가능한 거리는 약 80km였다.

헤니 킬로와트 (1959)르노 도핀의 차체를 사용한 헤니 킬로와트는 배터리 팩과 뒷 바퀴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전기차였다. 1959년 출시한 헤니 킬로와트 초기 모델의 최고 속도는 시속 65km였고, 주행가능 거리는 65km였지만, 1960년에는 최고속도 시속 97km, 주행가능 거리는 약 100km까지 늘렸다. 르노의 자료에 따르면 단 47대만 판매되었으며 1962년 생산이 중단되었다.

쉐보레 일렉트로 베어 II (1966)1966년 코베어 세단을 기반으로 한 일렉트로베어는 전면에 산화은 배터리팩과 후면에는 전기 모터를 탑재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9km였고 주행가능 거리는 65~129km였다. GM은 이 차의 생산과 출시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산화은 배터리의 비싼 가격과 입증되지 않은 내구성 때문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AMC 페이서 (1978)1970년대는 원유의 가격 상승과 환경 문제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오늘날 거의 잊혀진 브랜드인 AMC는 당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미국의 독립 제조업체였다. 1978년에는 전기 자동차 협회(EVA)와 협업하여 페이서 소형 모델의 전기 버전을 생산했다. ‘Change of Pace’라고도 불리는 AMC의 전기차는 후드 아래에 납축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89km, 주행가능 거리는 85km였다. 총 100대가 생산되었으며 12,360달러에 판매되었다. 

GM EV1 (1996)
GM의 EV1은 현대적으로 대량 생산된 첫 전기차였으며, GM 이름으로 판매된 유일한 자동차였다. 임대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된 EV1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같은 일부 지역에서만 운용할 수 있었다. 생산은 1996년에 시작되어 1999년에 종료되었고 총 1,117대의 차량이 생산되었다.
EV1은 가볍지만 견고한 알루미늄 섀시와 복합 차체 패널을 갖춘 자동차였다. 137마력 전기모터와 16.5kWh 납축 배터리 팩으로 구동되었다. EV의 최고속도는 시속 129km로 제한되었으며 GM이 발표한 주행가능 거리는 약 160km였다. 다만 이 차의 운전자들은 실제 가능 거리는 훨씬 낮았다고 설명한다.
 

혼다 EV 플러스 (1997)혼다의 EV 플러스는 1997년에 발표되었고 1999년에 출시되었다. 납축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최초의 전기차로 28.7kWh 배터리 팩으로 구동되었다. 당시 광고에서는 최대 97~129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으나 일부 테스트에서는 169km까지 도달하기도 했다.당시 EV 플로스가 가장 화제가 된 이유는 놀라운 가속력에 있다. 1999년 EV 플러스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만에 도달해 화제가 됐다. 최고속도는 비록 시속 130km에 제한되었지만 가속력 하나 만큼은 당시 슈퍼카와 비슷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토요타 라브4 EV (1997)
지금에야 전기 SUV라는 개념이 흔해졌지만 당시에는 아주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1997년 출시되어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된 토요타의 RAV4 EV는 세계 최초의 전기 SUV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 차에는 27kWh 배터리 팩과 67마력 전기 모터가 앞 바퀴를 굴렸다. 최고속도는 시속 137km였으며 주행가능한 거리는 153km였다. 다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약 18초가 걸렸는데, 당시 다른 전기차들에 비해서 매우 떨어지는 수치였다고 한다.
 
최초의 전기차가 대중에게 판매되기 시작한지 100년이 넘은 지금, 이제서야 전기차의 시대가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 현재로부터 다음 100년이 지난 뒤 전기차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쉽게 예측하긴 힘들지만 전기차의 시대가 끝나고 또 다른 동력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글 | 조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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