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있잖아! 넘치잖아! 혼다 CR-V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1.03.22 09:57
  • 최종수정 2021.06.28 16: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혼다의 간판 SUV, CR-V에 하이브리드가 추가됐다. 평범한 형태의 하이브리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기모터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즐거운 느낌을 강렬하게 제공한다.


본격적인 SUV 전성시대다. 과거처럼 각을 키우고 남성미를 내세우는 SUV는 많이 줄어들었고, 세단과 비슷한 주행 감각에 살용성을 더한 도심형 SUV들이 많아지고 있다. 옛날이라면 ‘무거운 차체로 인해 연료를 많이 소모하고 그만큼 환경 오염도 심해진다’고 말했겠지만, 동력 효율이 높아지고 그것도 모자라 전기모터까지 더하고 있는 지금은 그 말조차도 무색해졌다. 그렇다. 본격적인 전기모터 시대를 맞아 하이브리드로 무장한 SUV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 혼다도 동참했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한때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SUV, CR-V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한 것이다. 단순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혼다가 본격적으로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운전자에게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CR-V 하이브리드와 함께 오랜만에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해남 땅끝마을로 달려 나갔다. 자연이 혼다를 부르고 있다.

정체성 잇기와 골격 개조그 전에 잠시만 CR-V를 자세히 살펴보자. 현재 눈앞에 있는 자동차는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혼다는 그동안 CR-V에서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5세대를 디자인할 때 부담이 꽤 컸다고 한다. 그래서 혼다가 선택한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강렬함을 더하는 것’이었다. 그 강렬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측면에 있는 도어다. 넓은 어깨를 강조하려는 듯, 두꺼우면서도 강렬한 형태의 사이드 라인이 지나가고 있다.그러면서 그동안 CR-V가 유지해 오던 정체성도 그대로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테일램프 위치인데, 실용성과 시인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높은 곳에 있으니 험로 주행 중 자갈이 튀어도 깨지지 않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다. 5세대에 들어와서는 L자 형태로 다듬어지면서 시인성과 디자인 요소를 동시에 갖추게 되었다. 3세대 모델부터 이어져 온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측면 유리창’도 충실하게 계승했다.

언뜻 보면 근육만 강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곳곳에서 실용적인 면을 체험할 수 있다. 2열 도어가 90°에 가깝게 열리는데, 이로 인해 어른이 아이를 시트에 앉히고 벨트를 채우거나 화물을 적재할 때 불편함이 없다. 도어 하단과 범퍼는 검은색으로 다듬었는데, 손상을 입기 쉬운 곳을 무심하게 다듬어 실용성을 높인 것이다. CR-V에 SUV다운 모습을 만들어주며, 차체 색상과의 조합도 생각보다 좋다. 여기에 크롬 도금을 살짝 더해 약간의 고급스러움도 만든다.자세한 분석은 훗날을 기약하고 빠르게 출발해야 하니 일단 차에 올랐다. 혼다의 하이브리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점은 ‘주동력이 엔진이 아니라 전기 모터’라는 점이다. 2.0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이 145마력에 불과하지만,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이 184마력에 달해 일상 주행 속에서 스트레스는 없다고 봐도 좋다. 게다가 전기모터의 특성상 토크가 막대하니, 도심에서 발진과 가속을 진행하는 데 있어 다른 자동차에게 뒤처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출발하게 되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든다. 배터리만 충분히 충전되어 있다면, 오른발을 조금 더 강하게 짓이겨도 모터만을 작동시키며 이때는 아주 조용하면서 여유로운 가속을 만끽할 수 있다. 전자식 CVT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른발을 바닥까지 붙이지 않는 한 CVT 특유의 늘어지는 감각은 없다. 1.7t이 약간 넘는 차체가 정말 가볍게 움직이고 있으니, 여행길이 정말 즐거울 거 같다는 기분이 든다.주행 속도 시속 50km를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엔진 회전음과 주행 속도의 불일치가 느껴질 수도 있다.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엔진이 회전하는데, 사실 이때는 엔진이 동력에 개입하지 않는다. 모터를 구동할 전기를 만들고 배터리를 채우기 위해 작동할 뿐이다. 그래서 엔진 회전과 오른발의 균형이 맞지 않는데, 엔진 소리를 의식에서 지우고 ‘전기모터로 구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도 그렇게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연비가 좋게 나온다.

기존 형태의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부분이 바로 ‘고속 주행’일 것이다. 이때는 모터보다 엔진의 효율이 더 좋기 때문에 엔진이 본격적으로 동력에 개입하는데,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기 위해 오른발에 힘을 주면 CVT 특유의 늘어지는 감각도 동시에 다가온다.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지키며 주행한다면 그럴 일이야 적겠지만, 가끔씩은 서킷에서 신나게 달리고 싶을 때도 있을 터이다. 물론 CR-V로 서킷을 달리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고속 주행이 왜 아쉽다고 느껴지는가 하니, 서스펜션에서 이전보다 역동적인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체의 강성이 워낙 높은 데다가 이전의 혼다와는 달리 중후한 느낌도 조금씩 섞여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움을 지닌 혼다 특유의 느낌이 유지되지만, 코너링 시 차체가 좌우로 잘 흔들리지도 않기에 안심하고 코너에 뛰어들 수 있다. 역시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F1에 뛰어들었던 혼다다운 선택이다.

어느새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내려서 다시 한번 살펴보니, CR-V 하이브리드는 참 잘 만든 자동차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외국에서 먼저 등장했다는 CR-V PHEV 모델이 더 궁금해진다. 그야말로 ‘전기모터 시대를 본격적으로 이끌어나갈 모델’이 아닐까 싶다. 이 매력적인 혼다 특유의 하이브리드를 CR-V를 넘어 다른 모델에서도 느끼고 싶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4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로 출시한다고 했는데, 한동안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SPECIFICATIONHONDA CR-V HYBRID길이×너비×높이  4630×1855×1690mm휠베이스  2660mm엔진형식 ​​​​​​ I4+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1993cc최고출력 ​​145ps  |  합산출력  215ps변속기  e-CVT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14.5km/ℓ  |  가격  4770만원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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