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KING LION, 푸조 2008

  • 기사입력 2021.03.19 13:18
  • 최종수정 2021.06.28 16: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몸집이 조금 커진 채로 새로 돌아온 아기 사자, 푸조 2008을 만났다. 새로움과 매력은 더하고 편안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소형 SUV 그 이상의 만족으로 보답한다. 


개인적으로 푸조 2008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자동차 전문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처음으로 탑승했던 차가 바로 당시 국내에 새로 들어왔던 2008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2008은 수입 소형 SUV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존재였고(QM3는 르노삼성의 이름으로 판매했다),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예정 수입 물량이 모두 예약되는 바람에 대표가 발표 행사에 참가하지도 못한 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급히 프랑스로 갔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 뒤로 다른 브랜드에서 소형 SUV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2008의 힘은 조금씩 떨어져 갔지만,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면서 한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는 것이 바로 그 2008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 메커니즘을 품고 파워트레인에도 큰 변화를 줬다. 이전처럼 화제의 중심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묻혀도 될 모델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출시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불러냈다.푸조 2008을 이 자리에 불러낸 이유는 또 있다. 국내에서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의 선호도가 높아진 지금, 디젤 엔진이 과연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가를 한 번 알아보기 위해서다. 집과 직장 간 거리가 멀어 매일 장거리를 다녀야 하는 운전자는 여전히 존재하며, 아직까지는 집 주차장에 전기 충전기를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러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불러들였다.

날카로운 송곳니 품은 아기 사자조금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였던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현재의 2008은 꽤 날카로우면서 든든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릴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는데, ‘커다란 그릴 뒤에 거대한 엔진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디자이너의 말이 떠오른다. 그 옆으로는 양 끝을 장식하는 ‘사자의 송곳니’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이 있는데, 낮에는 물론 밤에 그 존재를 크게 각인시킨다. 마치 도심이라는 밀림 속에 당당하게 선 아기 사자를 보는 것 같다.자세히 보면 측면에도 그리고 후면에도 휠 아치를 제외하면 곡선이 없다. 지붕도 앞에서 뒤까지 직선으로 올곧게 다듬었다. 그럼에도 조금 역동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필러와 지붕을 모두 검은색으로 다듬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푸조는 색의 마술을 부릴 줄 아는 것 같다. 고성능 모델인 308 GTi의 색 분할 방식만 봐도 느껴지는데, 2008에서도 그런 기교가 보인다. 그 와중에 옆 창문의 크기를 늘려 사각지대를 줄인 것도 칭찬해 줄 만하다.

테일램프 역시 ‘사자의 발톱’에서 영감을 받아 역동적으로 다듬었다. 3008에서 물려받은 디자인인데, 크기를 줄이면서도 시인성은 확보했기에 낮에도 그리고 밤에도 이 차를 못 알아볼 일은 없을 것 같다. 후면 범퍼 상단에는 스트립이 있는데, 장식과 동시에 화물로 인해 범퍼가 상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그 아래로 드러나 있는 머플러는 가짜로, 진짜 머플러는 하단을 향하게 되어 있다. 화물 적재 시 배기가스에 화상을 입지 말라는 작은 배려다.

실내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이 파격적인 형태로 변한 운전석이다. 푸조는 이 급에서 HUD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작고 선명한 계기판을 만들어 꽤 높은 위치로 올렸기 때문이다. 도로와 계기판을 번갈아 봐야 하는 운전자를 배려한 것으로, 그만큼 시선 이동이 줄어들어 편하다. 이제는 계기판이 3D 그래픽을 품고 있으며, 시선을 감지하는 센서도 없어 그만큼 깔끔하게 느껴진다. 좌우로 주행 속도와 엔진 회전이 번갈아 떠오르는데도 단번에 인식이 가능하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재미있는 운전을 위한 푸조의 배려다. 굳이 팔에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돌릴 수 있지만, 적절한 반발력은 있기에 손맛이 꽤 있다. 앞 시트는 꽤 편안하면서도 측면을 확실히 지지해 역동적인 주행도 받아주며, 뒤 시트는 넓은 공간을 보장해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다. 차 크기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면 한 단계 상위급 모델의 넓이로 착각할 정도다. 트렁크 공간 역시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디젤, 꽤 좋은데요?국내에서 전기 모터 버전도 판매하는 2008이지만, 이번에는 굳이 디젤 엔진 버전을 골랐다. 배기량은 1.5ℓ로 작은 편이지만, 무려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리고 있기에 부드러운 주행을 기대해 본다. 시동을 걸면 처음에는 시끄러운 디젤 엔진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열이 조금 오르고 나면 이내 부드러워진다. 아주 예민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약간 시끄러운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는 푸조 디젤 엔진의 장점이기도 하다.

토크는 충분하다. 소형 SUV라 그다지 무겁지도 않지만,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발진한다. 디젤 엔진이지만 중간 또는 고회전 영역까지 지체 없이 바늘을 솟구치게 만들며, 언제든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고회전을 더 잘 즐길 수 있지만, 일반 주행 모드만으로도 급가속 또는 추월 등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고회전 영역에 도달하면 힘이 급격히 빠지지만, 이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가자.

그 발진을 받쳐주는 자동변속기도 꽤 놀랍다. 8단이나 되기 때문에 변속 시 느껴지는 충격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회전계의 움직임 또는 엔진음의 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부드러운 발진 감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순항 영역에 들어서면, 부드러움이 편안함으로 바뀐다. 작은 스티어링 휠을 갖고 있지만, 어깨나 손에 특별히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웬만한 충격은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서스펜션도 꽤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순항의 영역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기에는 아까운 자동차가 바로 2008이다. 돌출된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서 변속 시점을 운전자가 정하고, 그대로 코너에 뛰어들어 차가 기울어지는 감각을 즐겨보자. 서서히 눌리는 것 같았던 서스펜션이 어느 시점에서 눌리는 것을 그만두고 버텨 주다가, 코너를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차체를 다시 서서히 밀어낼 것이다. 일명 ‘쫀득하다’는 푸조 특유의 코너워크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2008은 운전의 재미가 꽤 있다. 높은 토크와 다루기 쉬운 출력은 가속에서의 답답함을 없애주고, 다단변속기와 패들시프트는 코너에서 적절한 기어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유의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코너링의 재미를 모두 추구하게 만든다. 브레이크 역시 아쉬움은 없다. 이전에는 조금 아쉬웠던 것 같은 ACC 등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이제는 충실하게 갖추었기에, 편안한 운전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가솔린과 전기 모터의 시대라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장거리 주행과 충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많다. 휴대폰의 배터리가 20% 이하로만 떨어져도 불안함에 충전기부터 찾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런 이들에게도 자동차 선택권은 줘야 하고, 2008 디젤은 그 선택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거 걱정하지 않는다면, 안심하시라! 2008은 전기차 버전도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선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없다!

SPECIFICATION _ PEUGEOT 2008 1.5 BlueHDi길이×너비×높이  4300×1770×1550mm  |  휠베이스  2605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499cc  |  최고출력  ​​130ps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7.1km/ℓ  |  가격  ​​​​​​​​​3545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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