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ACE, 롤스로이스 고스트

  • 기사입력 2021.03.13 15:28
  • 최종수정 2021.06.28 16: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완벽한 쇼퍼드리븐이자 오너드리븐이다.  ­­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 판테온을 앞에 두고 환희의 여신상이 지켜준다. 우리들이 볼 수 없는 별들과 함께 다니고 아무리 굴러도 휠캡 속 배지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수어사이드 도어는 내릴 때조차 근사한 장면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많은 시그니처 아이템을 품은 자동차가 또 있을까? 롤스로이스 이야기다. 성공의 상징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어떠한 업적을 이뤄야 가질 수 있다.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라 하면 럭셔리 부분에서는 단연 롤스로이스가 그 자리를 잡고 있다. 그다음이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격차는 크다. 바퀴 달린 것 중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롤스로이스.

오늘은 롤스로이스와 함께 하는 날이다. 대상은 고스트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따끈따끈한 2세대 모델이다. 고스트는 롤스로이스 가문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은 팬텀이지만 판매량은 고스트가 담당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이 가능하기에 고스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1세대 고스트가 워낙 성공을 거둔 터라 2세대 고스트의 어깨가 무겁다.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한다. 데뷔를 환상적으로 했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부담감으로 무너지는 경우를 말한다. 과연 2세대 고스트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단순히 미신이라 비웃으며 훌륭한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된다. 이 세상 무엇보다 하얀 고스트가 눈앞에 있다.

모델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고스트의 날이 섰다. 이전 세대보다 패널의 끝을 날카롭게 빚었다. 덕분에 젊고 역동적인 맛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헤드램프다. 각진 헤드램프만으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속에 담긴 주간 주행등은 모서리를 더욱 부각시킨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여전히 존재감 넘치는데 마음에 드는 것은 전방 카메라 위치다. 그릴의 수를 짝수로 두어 카메라를 정가운데 위치시킬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한쪽으로 애매하게 치우친 카메라를 보면 다 된 밥에 재 뿌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허나 롤스로이스는 이러한 작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프런트 범퍼는 공기 흡입구를 시원하게 뚫어 냉각에도 신경을 썼다.

익스테리어의 하이라이트는 옆모습이다.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기다란 후드, 그리고 루프에서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라인이 유려하다. 측면 패널에 잔망스러운 기교는 전혀 부리지 않았다. 오직 잘 그린 큰 그림만으로 눈을 홀린다. 휠하우스 형상이 보통 차와 조금 다르다. 반듯한 원을 그리다 마무리할 때쯤 선을 뒤쪽으로 뺀다. 이 마무리 하나로 차가 전진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리를 옮겨 후면을 살펴보자. 요트처럼 끝이 수렴하는 디자인이다. 모든 롤스로이스는 이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테일램프가 최신 롤스로이스임을 알려주고 나머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머플러 커터는 상당히 크다. 얌전하게 다니는 차지만 언제든지 폭발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제 문을 열고 입성한다. 최고급 가죽 향이 기분 좋다. 손으로 만져봐도 정말 부드럽다. 가죽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죽을 사용한 게 분명하다.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으로 안정감을 주고 버튼의 수를 최소화해 정갈하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BMW와 같아 다루기가 쉽다. 확실하지 않지만 스티어링 휠은 이전보다 직경이 작고 굵어진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이 녀석의 성격이 1세대처럼 얌전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트는 푹신푹신해 장거리 이동에도 허리와 엉덩이가 괴롭지 않다. 또한 사이드볼스터 따위는 두지 않았다. 단점이라면 한 번 앉으면 일어서기 싫다는 것.

뒷좌석은 어떨까? 역시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고스트에는 휠베이스가 더 긴 익스텐션 모델이 있다. 시승차는 노멀 버전인데 2열에 앉아보면 굳이 익스텐션 모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넓다. 헤드레스트에 쿠션이 달려 있는데 이게 정말 편하다. 머리를 대고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 헤어스타일에 신경 쓰는 이라면 목 베개를 하고 기대면 된다. 휴식은 집이 아닌 롤스로이스에서 제대로 할 수 있다. 자동으로 도어를 열고 트렁크를 열어보자. 덩치에 비해 트렁크 공간이 그리 크진 않다. 시승차는 냉장고 옵션이 들어가 공간을 조금 손해 봤지만 그래도 골프백 2개는 무난하게 들어갈 듯하다.  

본격적인 시승을 음악과 함께한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오디오는 자동차에 달린 오디오 시스템 중에서 진정한 하이엔드 성능을 보여준다. 다른 브랜드들이 명품 오디오 배지를 붙이고 옵션 장사를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어떤 딱지가 붙어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 브랜드 벨류에 걸맞은 성능을 중요시했다. 모든 영역을 깔끔하게 소화한다. 고음을 맑게 처리한다고 해서 베이스를 등한시 여기지 않는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완벽한 오디오다. 출력도 강해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고 음색을 유지한다. 남자가 취미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 3가지 중에 오디오와 자동차가 있는데 고스트 하나로 그중 2개를 즐길 수 있다.

음악이 흘러나와서인지 엔진을 깨워도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르겠다. 오디오 볼륨을 줄여봐도 여전히 모르겠다. 정숙하다 못해 고요하다. 방음재 무게만 100kg이라는데 사실인가 보다. 드라이빙 레인지를 D에 놓고 차를 움직여 본다. 미끄러진다. 움직임이 교양 넘친다. 부드러운 정도가 지나쳐 믿어지지 않는다. 도로 위의 차들이 근처에 오지 않아 운전하기도 편하다. 참고로 이전 세대 고스트와 주행감이 살짝 다르다. 1세대 고스트는 운전할 때 차가 큰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차선을 지키기도 주차를 하기도 버거웠다. 허나 2세대 고스트는 차가 더 커졌음에도 큰 차를 모는 부담감이 전혀 없다. 인상적이다. 운전하기 수월해져 오너드리븐의 만족도가 향상됐다.

고속도로에 롤스로이스 고스트가 떴다. 한번 달려봐야겠다. 고스트의 심장은 V12 6.75ℓ 트윈 터보다.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파워를 ZF 8단 자동 유닛이 처리한다. 힘이 장사인지라 공차중량이 2.5t 정도임에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g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8초다. ECU 로직을 얌전하게 세팅해놔서 그렇지 괴력을 가지고 있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거침없이 달린다. 힘이 남아돈다.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도 촐랑거리며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차체 무게중심이 노면에 깔린다. 저속에서 말랑말랑했던 하체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단단해지며 캐빈룸의 평화를 지킨다. 거슬리는 풍절음과 타이어 소음도 없어 완벽한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잘 달리는 만큼 제동 시스템도 잘 준비했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이 걸려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무거운 차체, 강한 엔진에 브레이크 퍼포먼스가 압도한다.

시승과 촬영이 끝났다. 고스트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결점이 보이지 않았던 이전 세대 고스트를 능가한다. 과거 1세대 고스트를 타고나서 사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살 능력도 없지만 이전 고스트는 모는 재미가 없어 그리 탐나지 않았다. 허나 새로운 고스트는 운전하고 싶게 만들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주행감을 전달한다. BMW의 장점인 앞뒤 무게 배분 50:50으로 맞추고 엔진도 캐빈룸으로 바짝 당겼다. 덕분에 이 큰 차를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이렇게 완성한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링에 감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SPECIFICATION ROLLS-ROYCE GHOST길이×너비×높이  5546×1978×1571mm휠베이스  3295mm  |  엔진형식  ​​V12 터보, 가솔린배기량 ​​​6750cc  |  최고출력  ​​571ps최대토크 ​​86.7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6.5km/ℓ가격  4억710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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