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붕괴된 모터쇼

  • 기사입력 2021.03.10 19: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집 안에 가두어 놓은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자동차 업계 역시 코로나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는 주요 국제 모터쇼들이 좋은 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부분의 모터쇼들은 결국 2020년에 개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많은 모터쇼가 취소되거나 개최 일정을 미뤘다. 매년 1월에 열리던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결국 2년 연속 취소를 알렸다. LA 오토쇼는 오는 11월 19일로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때의 상황에 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모터쇼는 7월 1일에 개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최근 주최 측은 일정을 미뤄 연말에 개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전했다.이러한 움직임은 신차 발표회에서도 이어졌다. 많은 제조사가 오프라인 신차 발표회를 취소하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열린 BMW 5시리즈, 6시리즈 LCI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처럼 자동차 안에 탑승한 채로 신차 발표회를 여는 방법도 있었지만 멀리서 지켜만 보아야 하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폭스바겐은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된 지난 2020년 4월 ‘버추얼 모터쇼’를 통해 가상 모터쇼를 진행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사진 혹은 영상으로 선보이는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했다. 가상의 부스를 콘셉트에 맞게 구성했고 인터랙티브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해 방문객에게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360°를 모두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시된 차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으며 색상과 휠을 직접 변경하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역시 전체 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CES에서 자동차 제조사는 주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참여하는데 그 중 GM이 가장 눈에 띄었다.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과 강력한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고 새로운 운송 서비스 계획 또한 알렸다. 물론 온라인으로 말이다. 매일 다른 연사가 등장해 GM의 비전과 목표를 알리는 데 주목했으며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눈길을 끌었다.자동차 제조사는 이러한 움직임이 그다지 싫지 않은 모양이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라 불렸던 독일 국제 자동차 전시회로 돌아가 보자. 2019년 9월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약 56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2017년 81만 명, 2015년 93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을 생각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심지어 미국발 경제 위기가 닥친 2009년에도 8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프랑크푸르트는 2019년을 끝으로 뮌헨에 모터쇼 개최지를 넘겼다.

프랑크푸르트가 뮌헨에 개최지를 넘기게 된 배경에는 많은 자동차 제조사의 불참 선언이 있었다. 페라리, 볼보, 푸조, 토요타 등 20개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불참을 선언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독일 제조사의 집안 잔치와 다를 바 없었다. 이후 디트로이트 모터쇼 또한 여러 제조사가 불참 선언을 하고 CES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규모가 줄어드니 관람객의 숫자와 미디어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환경친화적이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집중하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 내연기관이 주를 이루는 전통적인 모터쇼를 기피하는 모습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자동차 제조사의 금전적인 부담 역시 모터쇼의 규모를 줄이는데 한몫했다. 한 개의 모터쇼에 참여하는데 최소 수십억의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 비용 대비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다. 여기에 미래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벌금 역시 제조사들에겐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전통적 모터쇼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미 코로나 19 이전부터 진행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일반 소비자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모터쇼에 나오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신차 발표회를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된 덕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온라인으로 신차를 발표하는 것이 오프라인 행사보다 비용은 더 적게 들지만, 더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친환경 자동차,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이 된 요즘 시기에 제조사들이 온라인 마케팅 강화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한편으로 당연한 현실이다.기술의 발전과 겪어보지 못한 질병으로 인해 전통적 모터쇼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극단적으로는 이미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들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됐으며 모터쇼가 아니더라도 제조사들은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할 기술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전시 규모 역시 모터쇼의 매력을 점차 감소시키고 있다. 이제 모터쇼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할 때가 되었다. 정확히는 생존을 위해 강력하게 몸부림쳐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어 새로운 모터쇼를 만들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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