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Y, 테슬라 모델 Y 롱 레인지

  • 기사입력 2021.03.10 16:10
  • 최종수정 2021.06.28 16: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 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테슬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뜨거운 감자인 테슬라 모델3의 SUV 버전 모델Y를 마주했다. 모델3의 단점을 메꿔 완성도를 높인 것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의 공통점은 걸출한 리더를 통해 혁신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것이다. 예쁜 디자인은 물론이고 놀라운 사용자 경험, 직관적인 UI 또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첫 테슬라 시승에 앞서 그동안 테슬라의 명성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품었다.

모델Y의 네이밍부터 흥미롭다. 테슬라가 드디어 섹시 라인업을 완성했다. 각 모델의 알파벳을 모으면 S, 3(E), X, Y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델Y의 디자인이 섹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모델Y는 테슬라의 조약돌 같은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모델3에서 볼륨감을 한껏 키워 통통해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인상이 둥글둥글한 자동차를 빵빵하게 키워놓으니 게임 <별의 커비> 시리즈에 등장하는 분홍색 캐릭터 ‘커비’같아 제법 귀여운 모습이다.그렇다고 둔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진하고 강렬한 캐릭터 라인은 물론이고,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그린 선들을 통해 꽤 잘 달릴 녀석처럼 생겼다. 그리고 높은 차체에 벨트라인을 낮게 만들었다. 덕분에 승객이 탑승하는 그린하우스가 넓어 보인다. 여기에 멋있는 신발도 신고 있다. 바람개비 같은 10개의 스포크를 가진 검은색 무광 휠의 크기는 20인치이며 차체의 색상과 잘 어울린다.

문을 열고 모델Y에 앉아보자. 버스 혹은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찍는 것처럼 테슬라의 카드키를 B필러에 가져다 대면 문의 잠금이 풀린다. 또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카드키를 암레스트 아래에 가져다 대야 한다. 스마트키에 익숙해져 있어 이런 동작들이 번거롭긴 하지만 테슬라만의 개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차체와 시트의 높이를 절묘하게 만들어 타고 내리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시트도 푹신푹신하다. 덕분에 착좌감이 좋고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도가 적지만 몸을 시트에 잘 붙잡아주지는 않는다. 운전대에는 두 개의 롤러가 달려있다. 음악을 넘기거나 볼륨을 조작하고 오토파일럿 기능의 속도와 차간 거리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운전대의 두께가 두꺼워 잡는 맛도 좋다.

모델Y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델3에서 보았던 그 모습이다. 모델3에 적용되었던 글로시한 소재들이 매트한 소재로 바뀐 것을 빼면 디자인에서 큰 차이는 없다.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아이패드를 닮은 15인치 디스플레이다. 차량의 조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동할 수 있다. 심지어 계기판마저 디스플레이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대시보드는 낮고 광활하다. 탁 트인 공간 덕에 전방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을 준다. 디스플레이의 만듦새도 좋다. 센터페시아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운전 중에 디스플레이가 흔들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실내를 가만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허전함이 있다. 송풍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송풍구가 숨겨져 있다. 2단으로 분리한 대시보드의 중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송풍구다. 송풍구 역시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한다. 바람의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처음 만져보는 사람이라도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다.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UI가 발휘하는 매력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살펴보면 꽤 재미난 기능들이 들어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한 웹 서핑,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은 물론이고 간단한 게임과 토이박스 모드를 통해 실내에 방귀 소리를 내거나 산타의 웃음소리를 재생하는 등의  기능들이 있다. 이러한 기능들을 통해 재미있는 사용자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오면 운전자가 차 안에 있는 시간을 또 다른 즐거운 경험으로 채워야 한다. 그것이 미래에 다가올 자동차 브랜드들의 주요 경쟁 요소가 될 것이며 테슬라는 이미 그것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공간도 살펴볼까? 우선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을 충분히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센터 콘솔과 암 레스트에 깊고 넓은 수납공간이 있다. 컵 홀더 사이즈도 적당하며 각 도어 포켓도 다른 차들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다. 대신 글러브 박스가 아주 작은 편이라 몇 가지 서류를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는 요즘 확장성에도 잘 대응했다. 디스플레이 아래에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된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 2개가 있다. 손이 가기 편한 위치에 있어 만족스럽다. 또한, USB C타입 충전 포트도 앞뒤 각각 2개씩 총 4개를 준비해 충전 문제로 싸울 일은 없어 보인다.

수납공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내연기관이 있어야 할 자리는 트렁크로 만들어졌다. 백팩 2~3개를 넉넉하게 담을 만한 공간이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트렁크의 바닥을 열면 널찍한 수납공간이 나타나고 심지어 트렁크 공간의 양쪽에 제법 깊게 공간을 파놓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실내에서 느끼는 개방감 또한 탁월하다. 모델Y의 낮은 벨트라인 덕분에 창문의 크기가 크고 지붕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 풍경을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혹은 풀 플랫이 가능한 2열 시트를 눕혀 차박을 해도 제법 낭만적일 것이다. 하지만 천장에 별도의 커버가 없는 것이 아쉽다. 햇볕을 가리고 싶을 때 가리지 못한다. 만약 한여름 뙤약볕 아래를 달려야 한다면? 정수리가 푹 익을지도 모르겠다.

모델Y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다.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방식인데 이는 사고 혹은 배터리가 방전되는 상황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슈가 있다. 따라서 수동으로 문을 여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1열 도어에는 그것이 잘 마련됐다. 윈도 조작 버튼 앞에 있는 제법 빡빡한 레버를 당기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2열은 그렇지 않다. 도어 포켓에 있는 별도의 고무 커버를 꺼내고 작은 사각형의 플라스틱 커버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와이어를 당겨야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이 플라스틱 커버를 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요령이 부족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를 사용할 일은 없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 긴급하게 차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문제는 달라진다.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 장치인 만큼 디자인에서 조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직관적이고 간편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난 뒤 혼란스럽고 긴장된 상황이라면 앞서 말한 2열에서의 탈출 과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델Y를 본격적으로 움직여보자. 시승차는 모델Y 롱 레인지 모델이다. 배터리의 용량은 82kWh이며 국내 인증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511km다. 배터리가 가득 충전된 시승차를 받았을 때 예측 주행가능 거리가 510km인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별도의 전비 테스트는 진행하지 못했다. 짧은 시승 기간 동안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야 했고, 심지어 눈까지 내렸기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테스트하기 어려웠다.그래도 대략적이나마 말해보자면, 성인 3명이 이틀간 히터를 틀고, 촬영 장비를 싣고 영하 5도의 날씨에 200km를 다소 혹사시키면서 주행했을 때 배터리 잔량이 30%였다. 촬영을 위해 전원을 켠 채로 꽤 오랜 시간 두었던 것까지 고려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배터리 성능은 충분히 쓸만한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기차의 장점은 최대토크가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발휘되는 것이다. 덕분에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면서 달려 나가는데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힐 만큼 아찔하다. 운전대는 꽤 무거운 편인데 고속주행에서는 안정감을 주지만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지나거나 주차를 할 때는 제법 피로감이 느껴졌다.코너를 만나면 모델Y는 장르의 한계를 명확히 나타낸다. 배터리가 바닥에 있어 무게 중심은 낮아도 코너를 돌 때 차체는 좌우 롤링으로 인해 제법 휘청거린다. 2톤에 가까운 무게와 높은 차체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코너를 빨리 달리라고 만든 자동차도 아니니 말이다.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을 작동해보자. 차선과 주변 차들을 인식하는 속도가 빠르며 주변 환경에 대해 빠른 반응 속도로 차를 조작한다. 앞차와의 간격을 똑똑하게 맞춰 착실히 잘 따라간다. 고속도로 출구의 제법 큰 램프 구간도 차선의 중앙을 정확히 맞춰 돌아 나가는 솜씨가 놀랍다. 부드럽게 조작해 탑승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시승차에는 FSD가 빠져 있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원격으로 차를 움직이는 등의 기능은 맛볼 수 없었다.모델Y는 분명 매력적인 자동차다. 예쁜 디자인, 충분한 퍼포먼스와 주행거리,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전기차를 고민한다면 왜 모델Y를 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충분할 만큼 매력적인 자동차다.

하지만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역습이 심상치 않다. 기존 자동차 생태계의 강자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을 때 테슬라는 그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오직 테슬라만이 가졌던 기술이 마케팅 기법으로 평준화되고 무력화된다면? 자동차로서 부실했던 디테일들이 테슬라의 가치를 잠식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이에 대한 테슬라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다면 앞으로의 전기차 시장은 더욱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SPECIFICATION _ TESLA MODEL Y길이×너비×높이  4750×1921×1624mm  |  휠베이스  2890mm엔진형식  전기모터  |  배기량​​​-  |  최고출력 ​​384ps  |  최대토크  ​​51.2kg·m변속기  -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  |  가격  6999만원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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