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이온 배터리 다음은 뭘까?

  • 기사입력 2021.03.08 14:26
  • 최종수정 2021.06.28 16: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많은 산업에서 친환경적 흐름이 대세가 되었고 이 중 가장 떠오르는 분야는 배터리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21세기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승부처로 떠올랐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계가 지적되는 요즘, 차세대 배터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아는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가 가능한 이차 전지 중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중 화재 안전에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리튬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이 액체이며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전 중일 때, 혹은 충돌 후 화재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적 측면에서는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 모두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와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차세대 이차 전지 시스템인 ‘포스트-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의 방향은 명확하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더 좋은 성능, 안전, 짧은 충전 속도, 저렴한 가격이다.차세대 이차 전지와 관련한 일본 NEDO(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2025년까지 ‘혁신형 리튬 이온 배터리’라는 이름으로 성능 개량과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2030년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이며 이후 2035년에서 2040년까지 리튬 메탈 배터리, 리튬 황 배터리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기술 개발 연구 단계에서는 리튬 공기 배터리가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 이온이 오가며 전기가 충·방전되는 방식이다. 이 리튬 이온이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전해질이며 리튬 이온은 이 전해질이 액체로 되어 있다.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 성능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뿐만 아니라 무게와 부피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차세대 이차 전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하게 되면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문제가 되었던 액체 전해질로 인한 화재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하게 된다. 또한 저온에서 얼어버리는 액체 전해질과 달리 고체 전해질은 저온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겨울에 나빠진 배터리 효율로 인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전극 제조 후 후공정으로 주입해야 하는 액체 전해질과 달리, 고체 전해질은 전극 제조 공정 중 투입이 가능하며 전극 내 균일한 분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극 후막화에 따른 전극 저항 증가 문제를 해결해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고출력, 고용량화가 가능하고 빠른 충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만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 SDI는 최근 경력사원을 채용을 발표했는데 이 대상에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배터리 안전성 연구 등이 포함됐다.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7년, 2028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없지만,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토요타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를 이미 1000개 이상 확보했다. 토요타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퀀텀스케이프와 손을 잡고 수년 내에 전고체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튬 황 배터리리튬 황 배터리는 음극재는 리튬 메탈과 같은 경량 재료, 양극재는 황 탄소 복합체를 사용하는 배터리다. 이론적으로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극 소재 대비 10배 이상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밀도는 무게당 5배 이상 높다.게다가 양극 소재로 사용되는 황은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양산화 과정만 거치면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비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으며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제작 공정을 대부분 활용할 수 있어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하지만 해결해야 할 단점 또한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수명이 짧은 것이다.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면서 양극에 존재하던 황이 전해질 내 리튬 이온과 결합해 3종류의 리튬 황 화합물로 변화한다. 방전 반응에 의해 생성된 중간 반응물이 전해질에 잘 녹는 문제가 있는데 이로 인해 양극 내 황의 양이 지속해서 감소한다. 그리고 일부의 중간 생성물은 음극으로 이동하여 리튬과 반응해 음극의 리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충·방전이 진행되면서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도성이 높고 가벼운 양극 구조와 전해질 접촉을 막을 수 있는 보호막이 있는 리튬 음극, 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신규 전해질 등에 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2020년 8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이 리튬 황 배터리를 탑재한 무인기로 성층권 환경에서 비행하는 테스트를 성공했다. 영하 70도의 낮은 온도와 진공에 가까운 성층권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확인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2024년 리튬 황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리튬 에어 배터리차세대 배터리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리튬 에어 배터리는 말 그대로 공기 중 산소를 양극 소재로 활용해 충·방전 작동을 하는 배터리다. 리튬 황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음극은 리튬 금속을 사용하고 양극은 공기 중 산소가 반응하도록 만드는 다공질 탄소와 촉매로 이루어져 있다.리튬 에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리튬 이온 배터리로 약 15분 비행하는 드론이 있다면 같은 무게로 1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것이다. 셀 구조가 단순하고 훨씬 가볍기 때문에 드론 및 로봇공학과 같은 모빌리티 분야와 전자기기 시장으로의 확장 또한 용이하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다르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금속 산화물이 필요하지 않고 공기 중 널리 퍼져있는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차세대 이차 전지 중에서 상용화 시점은 가장 늦을 전망이다.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는 현재의 기술로는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난제는 배터리의 수명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과 충·방전 사이클을 모두 양극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음극에서 넘어온 리튬이 양극에서 산소와 반응하며 과산화 리튬(Li2O2) 산화물을 생성하는데 이 과산화 리튬이 충·방전 사이클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극에서 산소와의 반응성을 높이고 생성된 과산화 리튬을 처리할 수 있는 촉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충전과 방전 전압 사이의 차이가 커 에너지 효율이 낮은 문제도 있다. 이는 충전 전력 대비 사용할 수 있는 방전 전력의 감소를 초래한다. 100% 충전을 해도 실제 효율은 50~60% 선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질소, 이산화탄소 등 공기 중 다른 성분을 여과할 수 있는 장치, 지속적인 산소 공급을 위한 송풍 장치 등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리튬 에어 배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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