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SOFTNESS,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1.03.05 16:55
  • 최종수정 2021.06.28 16: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SUV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형 세단. 살아날 길은 고성능 아니면 하이브리드로의 특화다. 그 중에서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혼다어코드는 부드러움과 꽤 괜찮은 성능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중형 세단은 그 동안 국내에서 ‘가족들을 위한 불패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이 공식도 많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 중형 세단을 사느니 차라리 한 체급을 더 높여 준대형 세단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SUV로 이동하기도 한다. 국내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과 사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프리미엄 모델이 아닌 좀 더 대중적인 성향을 지향하는

모델들은 판매량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세단이 살아남는 방법은 크게 두 개인 것 같다. 하나는

힘이 넘치는 엔진을 탑재하고 스포츠카와 패밀리 세단의 경계에 서는 것. 다른 하나는 하이브리드를 탑재하고

조용함과 연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번에 탑승하게 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후자를 선택했다. 중형 세단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어코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이전에 느꼈던 매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지,

한 번 더 진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유려한 라인과 넓은 실내

출시될 때도 꽤 유려한 라인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세단이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라 지붕 후면을 유려하게 다듬고 트렁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쿠페와 같은 인상을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은 제대로 확보하고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시장에서도

매력이 될 수 있다. 측면에 또렷이 드러난 숄더 라인도 그렇지만, 측면

하단을 장식하는 라인도 꽤 멋지다.

전체적으로 보면 유려하고 아름다운데,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앞 모습과 뒷모습이다. 혼다 특유의 ‘솔리드 윙 페이스’는 솔직히 말하면 중형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패밀리룩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전면의 강렬함이 차체의 유려함을 끊어버린다. 차라리

번쩍이는 크롬이 아니라 검은색으로 다듬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테일램프도 날카로움을 강조하지 말고

조금 더 흐르는 것처럼 다듬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실내는 정말 넓다. 앞 좌석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레그룸도, 헤드룸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다. 시트도 쿠션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어 편안하고 몸을 착 감싸는 느낌도 좋다. 변속기를 버튼식으로 바꾸면서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장거리

주행 시 거대한 텀블러를 들고 탑승해도 문제가 없다. 중형 세단 공간 싸움이라면 국내에서 아마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대시보드와 그 주변의 시스템들은 심플하다. 겉보기에는 ‘너무 기능이 없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는 보기도 쉽고 의외로 다루기도 쉽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하니 스마트폰만 있으면 불편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계기판은 속도계는 아날로그, 회전계와 트립 컴퓨터는 디지털을 지원하는데,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에 딱히 약점이라 할 수는 없다. 1열 통풍 시트도 있으니, 여름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하고 편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이미 CR-V를 통해 충분히 체험해 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지만, 어코드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앞

바퀴만을 제대로 굴리면 되는 만큼, 호쾌함까지는 아니어도 즐겁게 달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패밀리 세단인 만큼 스포츠카와 같은 감각까지는 바랄 수 없겠지만, 아주

예전에 1.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버전을 시승했을 때 생각보다 놀라운 주행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라고는 하지만 주력은 전기 모터다. 고속 주행 영역에 돌입해

엔진이 본격적으로 동력에 개입하기 전까지는 최고출력 184마력의 전기 모터가 모든 것을 맡는다. 아무래도 CR-V보다 차체가 가벼운지라 가속에서도, 연비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약간 과장을 붙이면 이전 세대의 3.5ℓ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 비슷하다고 할까. 모터의 특성 상 초반 가속에서도 높은 토크가 발생하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씩 속력을 붙여나가도 엔진은 의외로 조용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부분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고, 어코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엔진의 회전음이 조금 이상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어코드의 엔진은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 돌아간다. 그리고 오른발에 힘을 주는 것에 따라 조금씩 높아지는 엔진음도 마음에 든다. 물론 급가속 시에는 엔진음이 혼자 붕 떠 버리는 느낌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급하게 가야 할 일은 적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가 코너를 만나면, 그 시점에서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다. 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의 움직임 만으로 앞 바퀴의 움직임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앞 서스펜션 일부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뒤 서스펜션도 암을 길게 뽑아놨는데,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코너에서도 안정성이 느껴진다. 단, 과감한 공략은 조금 어렵다.

코너링 도중 원심력이 걸릴 때, 언더스티어가 더 커져간다는 것을 명쾌하게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승차감도 꽤 좋다. 감히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상위권에는 속하는 감각이다. 포장이

조금 벗겨져 조금 거친 노면에서도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고 있으며, 타이어 또는 서스펜션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범위도 적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해도 승차감이 유지되기 때문에, 가족을 태우고 빠르게 가야 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잘 포장된 노면이라면

승차감은 정말 좋아진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단차가 꽤 있는 요철에서 반응인데, 꽤 날카롭게

소리가 나면서 충격이 치고 올라온다. 위 아래로 움직이는 범위 자체는 적고 어코드보다 심한 반응을 보이는

중형 세단도 많지만, 이러한 반응이 아쉬운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작은 자동차인 ‘재즈’에서는 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철을 만났을 때 마치 젤리처럼 부드럽게 반응하는 재즈에 비해 상위 모델인 어코드가 이런 면에서 떨어진다는

점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꽤 매력적인 세단이다. 실내 공간과 승차감, 하이브리드의 연비와 주행 감각을 중시한다면 후보에 반드시 올려놔도 좋을 만큼 말이다. 그래서 가격도 이 정도면 납득할 만 하지만, 국내 시장에 있는 경쟁자들의

스펙이 만만치 않다. 동력을 하이브리드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독일 출신 중형 세단도 경쟁자가 된다. 과연 이들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가격을 제대로 고수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SPECIFICATION

HONDA ACCORD HYBRID

길이×너비×높이  4905×1860×1450mm

휠베이스 

2830mm

엔진형식 

​​​​​​ I4+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1993cc

최고출력 

​​145ps  |  합산출력  215ps

변속기 

e-CV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7.5km/ℓ  |  가격  4570만원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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