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300h, 기본에 충실한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1.03.03 10:56
  • 최종수정 2021.06.28 16: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렉서스 ES300h는 푹 우려낸 사골 육수처럼 진하고 능숙한 기본기가 일품이다. 잘 나가고, 잘 서고, 잘 도는데 연료도 알뜰살뜰하게 쓴다. 그런데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렉서스가 기본기라는 메인 요리 하나로 승부하기엔 경쟁자들이 너무 막강하다.

 
자동차의 기본기란 무엇인가? 당연하게도 잘 나가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이다. 이러한 항목이 당연한 듯 보여도 이러한 기본기에서 아쉬움을 보여주는 자동차도 많으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렉서스 ES300h를 움직였을 때 기본기가 튼실한, 잘 만든 자동차라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나아가는 감각과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가 아스파트를 움켜쥐고 돌아 나가는 느낌은 물론 차를 멈출 때조차도 아쉬운 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모든 동작을 깔끔하고 우아하게 해낸다.

우선 이 차의 심장을 알아보자. ES300h의 엔진룸엔 직렬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가 조합되어 있고 더욱 경량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출력을 보조한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 최대 토크는 22.5kg.m이다.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장르를 생각했을 때 제법 넉넉한 출력을 갖췄다. 하이브리드 세단이지만 가속 성능은 충분하다. 일상적인 범위에서는 느긋하고 편안한 가속감으로 운전자에게 안정된 감각을 선사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도 가끔 달리고 싶은 날이 있는 법, 가속 페달을 힘껏 짓이기면 CVT 변속기의 특성상 높은 RPM을 유지하며 속도가 올라간다. 제법 맹렬하게 속도가 올라가는데 지치는 느낌 없이 후반에도 여전히 힘이 느껴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 역시 훌륭한 편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배터리로 구동되다가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의 동작이 놀랍도록 매끄러우며 운전자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알뜰살뜰한 경제성도 만족스럽다. 공인연비는 17.2km/l, 꽉 막히는 시내 도로를 1시간 이상 주행해도 트립 상 연비가 15km/l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를 준수하며 여유롭게 달렸을 때 트립에서의 연비는 23km/l를 웃돌았다. 준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적어 엔진이 공회전을 하고 있을 때 생각보다 요란한 소리가 실내로 전달된다. 그 소음은 특히 공조기를 켜 놓았을 때 심하다. 정숙한 실내 공간을 만드는 솜씨가 수준급이라는 렉서스지만 이런 부분은 아쉽다. 또한 주행 차선을 중앙으로 유지하는 기능인 ‘차선 추적 어시스트’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직선 도로에서는 안정적이지만 큰 커브를 만나면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과하게 쏠려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같은 커브에서 경쟁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차선의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과 대조된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느낌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댐퍼의 스트로크가 길어 컴포트한 세팅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코너의 안쪽을 향해 공격적으로 파고든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라인을 그려주는 솜씨가 대단하다. 이러한 감각은 분명 한국 차, 유럽 차와는 다른 일본 차만의 감각이다. 오랜 시간 단련한 기본기가 빛난다. 웬만한 요철을 만나도 차는 당황하지 않는다. 운전자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조용하고 부드럽게 처리하고 나아간다. 브레이크가 믿음직스러운 것 또한 만족스럽다. 페달의 답력은 부드럽지만, 제동력 하나는 확실하다. 회생제동 장치의 개입도 별 다른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또한, 고속에서 연거푸 강력한 브레이킹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고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 또한 잘 억제했다.

차를 멈추고 인테리어를 살펴보자. 손이 닿는 곳곳에 부드러운 가죽을 감싸 고급스러움을 한껏 강조했다. 스티어링 휠은 우드와 가죽을 적절히 조합해 단단함과 푹신함이 알맞게 느껴진다.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훌륭한 공간감을 만들어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여기에 투톤으로 구성한 센터페시아로 운전석 중심의 공간 구성을 해냈다. 그리고 LED 인디케이터가 적용된 아날로그 시계를 통해 고급스러운 감각을 완성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 차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조작을 변속기 옆 컨트롤 패드로 조작해야 한다. 물론 운전을 하면서 인포테인먼트를 조작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작해야 할 때 컨트롤 패드의 조작감은 아쉽게 느껴진다. 원하는 메뉴로 단번에 선택하기 제법 어렵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UI와 메뉴의 구성 또한 사용자 친화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원하는 설정을 위해 오랜 시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씨름을 해야 했다. 게다가 계기판 속 메뉴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계기판 위로 삐쭉 튀어나온 두 개의 뿔이 있다. 왼쪽 뿔은 자세제어장치를 끄는 버튼이고, 오른쪽의 뿔은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버튼이다. 이 버튼들이 굳이 이 위치에 이런 방식으로 있어야 했을까. 전체적인 조형미를 해치는 느낌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노말, 에코 모드인데 레버의 원형 스위치를 위로 돌리면 스포츠, 아래로 내리면 에코모드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노말 모드로 변환된다. 하지만 승객이 느끼는 편안함은 어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 역시 훌륭한 기본기가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전륜 구동답게 2열 공간은 넉넉하게 마련했다. 키 183cm의 운전자에게 맞춘 1열 세팅에도 2열에 앉으면 주먹 두 개가 가뿐히 들어간다. 게다가 등받이의 각도와 시트의 푹신함이 절묘해 차를 움직이면 순식간에 잠이 들 수 있을 것만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1열 시트는 탑승객의 몸을 편안하지만 단단하게 잘 잡아주어 안락함을 느낀다. 

이제 차에서 내려 외관 디자인을 살펴보자. 렉서스의 디자인 언어인 ‘L피네스’가 완성도의 정점에달했다. 우선 정면은 스핀들 그릴을 통해 한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인상을 구성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마치 폭포수가 흐르는 것 같다. 공격적으로 치켜뜬 LED 헤드라이트에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측면 부분 역시 밸런스가 좋다. 정석에 가까운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간결한 캐릭터 라인과 윈도우를 감싸는 크롬 라인 등이 눈에 띄며, 리어램프를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 역시 그 느낌이 과하지 않다. L자 모양의 디테일을 넣은 리어램프와 봉긋하게 솟아오른 트렁크 라인이 제법 섹시하다.

정리하자면 ES300h는 기본기가 훌륭한 자동차다. 하지만 요즘의 자동차 시장에 잘 만든 기본기 하나로 승부하기는 무리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친절하지 못하고 곳곳에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그러니까 메인 메뉴는 잘 하는 식당에서 맛없는 반찬을 먹는 느낌이랄까. 다른 경쟁자들이 메인 메뉴는 물론이고 반찬까지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것과는 대조적인 느낌이다.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분명 매력적인 자동차겠지만 말이다.

글│조현규  사진│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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