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5-V 블랙윙, ELEGANT WARBOY

  • 기사입력 2021.03.03 09:32
  • 최종수정 2021.06.28 16: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으르렁대는 특유의 음색과 막강한 토크를 자랑하는 8기통 엔진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대에 슈퍼차저를 화끈하게 돌리는 고성능 수동변속기 자동차가 등장했다. 그런데 심지어 그게 프리미엄 세단이다! 

국내에서는 평가가 꽤 박한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가 캐딜락이다. 오래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왔고 대한제국 순종 황제는 물론 대통령들도 애용할 정도로 고급스러웠지만, 유럽 브랜드들과 본격적으로 겨루기에는 그동안 무언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그 부족함을 ‘밥 루츠’가 주도하여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유럽 프리미엄들과도 겨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지극히 미국다운 메커니즘으로 고성능 대결을 벌이고자 한다.

캐딜락 CT5는 CTS의 후속 모델이다. 플랫폼은 대폭 개량되었고, 수직과 수평을 중심으로 하는 캐딜락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언어는 성숙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의 2.0ℓ 엔진만으로도 꽤 인상적인 성능을 내고 있었지만, 캐딜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최고출력 360마력을 발휘하는 6기통 엔진을 탑재하더니, 그것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드디어 오래전부터 다듬어 온 6.2ℓ 8기통 엔진을 꺼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이튼(Eaton)의 슈퍼차저를 더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캐딜락’이라고 불릴 정도로 출력은 막강하다. 최고출력 668마력, 최대토크 91.1kg·m에 달하는 이 엔진은 역동적인 주행을 고려한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한다. 그리고 최고속력은 시속 200마일(시속 322km)을 넘는다. 이렇게 강력한 엔진을 만들기 위해 캐딜락의 엔지니어들은 알루미늄과 티타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엔진 내 공기 흐름을 다듬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마도 ‘6단 수동변속기’일 것이다. 캐딜락은 멋지게 달릴 줄 아는 이 스포츠 프리미엄 세단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막강한 토크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트윈 디스크 클러치는 페달을 밟는 재미를 더해준다. 설령 오랜만에 수동변속기를 만진다 해도 당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출발만 잘하면 기어를 올릴 때는 ‘노 리프트 시프트(No-Lift Shift)’가, 기어를 내릴 때는 액티브 레브 매칭(Active Rev Matching)이 운전자를 보조해 준다.

달리기 성능만 강력한 것이 아니라, 코너링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들도 다수 가졌다. 4세대로 진화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은 도로의 변화를 감지해 정보를 모은 후 이전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전송하고 처리한다. 가혹한 스포츠 주행 속에서도 쇽업소버 안에 담긴 유체의 온도 변화를 감지해 반응을 조절하고, 이에 따라 승차감과 역동적인 주행 사이에서 균형을 노릴 수 있다. 물론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외형은 언뜻 보면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지만, 그 안에 소소한 변화들이 숨어있다. 검정색으로 다듬은 그릴과 그 아래 위치한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는 엔진과 변속기, 차동 제한 장치의 냉각에 큰 도움을 준다. 외부를 장식하는 탄소섬유 부품들은 모두 공기역학을 철저히 고려한 것들이며, 차체 하단에도 ‘언더 윙 패널’을 장착해 공기를 매끄럽게 제어한다. 측면에 드러난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는 이 거친 세단을 언제든지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CT5-V 블랙윙은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를 선언한 캐딜락이 어쩌면 마지막 내연기관 기술을 모두 집대성해 만든 짜릿한 스포츠 세단일지도 모른다. 이후로 더 이상 새로운 8기통 세단이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짜릿한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을 원한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이다. 미국 내 판매 시작가는 8만4990달러이니 꿈은 크게 한 번 가져보자. 국내에도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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