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편해서 좋지 아니한가

  • 기사입력 2021.02.19 15:51
  • 최종수정 2021.06.28 14: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작고 다루기 쉬운 SUV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모른다.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이 있다면 더 좋다. 볼보 XC40는 그 영역을 정말 잘 짚어내고 있다. 


소형 SUV라는 장르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의 성능이 평준화되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동차 숫자의 변화에 민감하거나 브랜드 별로 극명한 차이를 두는 사람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구매 시 성능에 집중하기보다 디자인, 가격, 경제성을 더 따지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 소형(서브콤팩트도 포함해서) SUV 중에서도 수입 부문은 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프리미엄 영역에서는 독일의 3대 브랜드를 비롯해 영국 브랜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올해에는 미국 브랜드 하나도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약간 벗어나면 흔히 ‘국민차(가격은 이미 국민차를 넘어섰지만)’라고 부르는 독일 브랜드 하나와 프랑스 브랜드 두 개, 조금 특이한 것도 포함하면 소위 ‘원조’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브랜드도 있다.그러면 그 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볼보 XC40는 과연 어떨까? 디자인, 가격, 주행 감각, 사용의 용이성, 경제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며칠 간 운전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은 하나, 100%의 만족은 아니지만 모든 영역에서 매우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의 변화는 새로 탑재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함께 온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고자 한다.

더 발랄하고 조금 더 건방진먼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볼보의 모든 모델이 동일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동일한 언어를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콘셉트는 등급마다, 그리고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다. 맏형인 XC90가 우아함과 진중함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XC40는 더 발랄하고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인상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가족과는 다른 머리색을 가진 펑키’라고나 할까. 자세히 보면 스파르탄과 같은 이미지도 있다.

거대한 엠블럼을 가진 그릴, 토르의 망치를 품은 헤드램프는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토르의 망치가 Y자 형태로 갈라져 있어 좀 더 과감한 느낌을 만든다. 전면을 더 가파르게 다듬어서 마치 ‘잉글리시 불독’과도 같은 느낌을 낸다.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2열 유리창 하단에서 급작스럽게 올라오는 라인인데, 이를 통해 발랄함을 보여주면서 깔끔한 차체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테일게이트 측면을 길게 장식하는 테일램프도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센터페시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세로로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이제 볼보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이 안에서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어 바깥으로 돌출된 스위치 또는 다이얼은 상당히 적은데, 그 덕분에 꽤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내를 정리 정돈이 간편하고 풍부한 수납이 가능한 개인 서재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상위 모델들과는 달리 스티어링에 블랙 하이글로시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오랫동안 수많은 기능을 조작해도 오히려 지문이 남지 않아 더 좋다. 스티어링 지름은 크지도 작지도 않게 느껴지며, 손에 쥐는 감각도 꽤 좋아 오랫동안 운전해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볼보 시트의 편안함은 워낙 유명한 것이니 두 번 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리고 뒷좌석도 결코 좁지 않다. 헤드룸도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으니 어쩌다가 부모님을 모시기도 좋을 것이다.

14마력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때

엔진이 바뀌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T4 가솔린 엔진에서 B4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바꾸었는데, 언뜻 들으면 단순히 기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만 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엔진이 숙성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기존 엔진에서 약 90%의 부품을 변경했고, 이를 통해 엔진 내 마찰 감소와 효율 향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린다.

어쨌든 이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꽤 좋은 느낌을 만들어준다. 엔진의 구동에 보조를 하는 정도이다 보니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처럼 엔진을 끄고 모터만으로 구동하는 등 적극적인 조용함 또는 연비 절약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시동을 거는 순간, 그리고 엔진이 꺼졌다가 다시 시동이 걸리는 순간에 진동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동해 버린다. 이것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면 무조건 갖춰야 하는 덕목이니 넘어가자고? 그럼 또 다른 장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그것은 바로 ‘가속에 지체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출력이 낮다고 해도 터보차저를 더한 가솔린 엔진은 출발 시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모터가 활약한다. 출발, 그리고 재가속에서의 주춤거림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면서 평탄한 형태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최고출력 14마력밖에 안 되는 아주 겸손한 스펙의 모터지만, 주는 혜택은 그 이상으로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200마력이 안 되는 출력을 부족함 없이 끌고 나갈 수 있다. 도심에서는 당연히 편안하고, 고속도로에 올라서도 초고속 영역으로 돌입하려 하지 않는 이상 경쾌함이 느껴진다. 엔진이 그다지 시끄럽지 않으면서 진동도 적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이 만들어진다고 할까. 아무튼 일상적인 주행에서 하이브리드임을 굳이 의식할 필요도 없고, 오른발에 힘을 주는 대로 지체 없이 차체를 이끌어주며 연비도 생각보다 꽤 좋게 나온다.그리고 이번에 더 놀란 것이 바로 서스펜션의 성숙이다. 기존 모델도 편안한 서스펜션을 자랑했지만, 요철 등에서 생각보다 거칠게 반응해 뒷좌석에서는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이 점에 꽤 신경을 썼는지, 편안함을 제공하면서도 요철에서 꽤 부드럽게 반응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XC40를 시승할 때 R-디자인 버전의 서스펜션 반응을 꼭 느껴보길 권한다. 이름은 스포츠 서스펜션이지만, 편안함을 제공하면서 제일 숙성된, 그리고 능숙한 반응을 보여준다.

주행 중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브레이크에 걸리는 약간의 위화감, 그리고 차체 크기에 비해 회전 반경이 제법 크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큰 위화감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브레이크를 몇 번만 반복해서 밟다 보면 그 느낌은 순식간에 익숙해지고, 회전 반경은 유턴할 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되는 정도다. 그 외의 부분들은 너무나 만족스러운데, 그래서 올해 들어온다는 XC40 전기차 모델이 더욱 더 기대된다. 아쉽게도 XC40 PHEV 모델은 못 볼 것 같지만 말이다.프리미엄 모델이라는 것을 별 다른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운전이 익숙한 사람은 자동차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작은 차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재미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북유럽으로 대표되는 ‘스칸디나비아 라이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볼보 내에서 XC40가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판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SPECIFICATION _ VOLVO XC40길이×너비×높이  4425×1875×1640mm  |  휠베이스  2702mm엔진형식  I4 터보+E, 가솔린  |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197ps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10.4km/ℓ  |  가격  ​​​​​​​​​513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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