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5, BMW 540i XDRIVE

  • 기사입력 2021.02.15 09:50
  • 최종수정 2021.06.28 14:43
  • 기자명 모터매거진

가장 5시리즈다운 트림을 만났다. 실키식스 5시리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마자 부드러운 게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보면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BMW에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직렬 6기통 엔진을 품고 있는 5시리즈다. 얌전한 이 엔진은 아이들링에서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도 거의 없다. 디젤차만 아니면 혹은 6기통이라면 무조건 진동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자부하고 대배기량 엔진을 달고 있는 모델들에서 불쾌한 잔진동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손에 떨림이 느껴지면 운전자는 차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진다. 촬영을 함께하고 있는 BMW 540i x드라이브는 이러한 부분에서 다행히도 고급차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6기통 5시리즈다. 개인적으로 가장 5시리즈다운 트림이라 생각한다. 최근 4기통으로도 출력에 아쉬움은 없지만 이 정도 세단 급에는 6기통 엔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정숙하면서 파워풀한 것이 차의 콘셉트와 맞아 떨어진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생산한다. 변속기는 ZF 8단 자동 유닛이다. 파워도 파워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인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다. 말이 쉬워 4초대지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스펙이다. 연비도 10.2km/ℓ로 출력과 배기량을 감안하면 준수하다.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엔진 리스폰스도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나간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봐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아니 남아돈다. 브로셔에 적힌 340마력보다 더 빠른 것 같다. 체감상으로는 400마력 정도다. BMW는 구동손실률이 낮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요즘 BMW는 6기통 3.0ℓ 엔진으로 500마력도 뽑아내니, 이 정도 출력은 데이터 그래프의 기울기를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실용구간에서 보통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을 ECU에 적용했을 것이다. 또한 이정도 파워라면 큰 터빈도 필요 없기에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사이즈가 작은 트윈스크롤 터빈을 달았다. 여기에 맞물리는 변속기도 최고다. 토크컨버터지만 듀얼 클러치만큼의 변속 속도를 자랑한다.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고의적인 변속 충격도 준다. ZF가 분명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지만 마지막 손길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것을 다른 브랜드 모델을 시승하면서 알게 되었다. BMW는 TCU 파트 팀에게 평생 연금을 보장해야 한다.

서스펜션은 세팅 방향은 컴포트다. 댐퍼 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레이트는 그리 단단하지 않다. M패키지가 들어가 있음에도 과거 BMW 특유의 단단함은 없다.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의 승차감에서 이득을 봤다.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승차감이 좋다 보니 스포츠 주행 시에 필요한 예리함은 무뎌진 줄 알았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 강성을 향상시켜 서스펜션의 긴장을 조금 풀어줬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쇽업소버를 달고도 좌우롤링이 심하지 않다. 코너에서 심하게 라인 바깥으로 밀릴 것 같지만 이상적인 동선과 근접하게 그린다. 스티어링 기어비도 촘촘해 복합코너를 재미있게 빠져나갈 수 있다. 고속에서는 차체가 노면에 밀착하는 솜씨도 뽐낸다.

잘 달리고 잘 도니 잘 서기만 하면 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섀시와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BMW는 역시 달리기에 있어서는 배신하지 않는다.  

차를 세우고 외관을 둘러볼 시간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디자인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눈매가 날카로워지고 키드니 그릴에 각을 살린 정도인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 젊어졌다. 측면 실루엣은 여전히 스포티하다.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은 앞으로도 길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휠은 차의 덩치에 맞게 20인치를 끼웠다. 타이어는 굳이어 F1 이글인데 그립이 끈적끈적하다. 5시리즈 자체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 타이어임에도 노면 소음이 크지 않다. 자리를 옮겨 뒷모습의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테일램프를 들 수 있다. 이전 모델의 것에 스모키 화장을 했다. 스포티한 매력을 더 어필하고 싶었나 보다. 그럼에도 밝기는 더 밝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가죽 색상을 브라운으로 선택한 덕분에 훨씬 고급스럽다. 메인 디스플레이의 사이즈가 더 커진 것이 눈에 들어 온다. 동승자에게 마술이라 장난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이 있고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맛 보면 헤어나올 수 없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무선 충전기도 마련되어 있어 최신식 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이며 크기가 적당하고 두툼하다. 가죽 촉감이 좋아 정차 중에 나도 모르게 계속 문지르게 된다.

최고급 가죽을 씌운 시트는 쿠션감이 좋다. 중앙에 퀼팅 스티치를 넣어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시트를 여러 부분으로 쪼개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 체형에 완벽에 가깝게 맞출 수 있다. 사이드 볼스터는 적극적이진 않다. 2열 공간은 어떨까?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국산차에 비하면 좁을 수 있지만 캐빈룸을 프런트 액슬 뒤로 한참 밀어놓은 것 치고는 공간을 잘 뽑았다. 트렁크는 동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골프백 3개는 무리 없이 들어간다.

편의사양도 가득 채워놨다. 먼저 오디오는 하만카돈 제품이 탑재된다. 캐빈룸 안에 16개의 스피커가 있다. 베이스가 빵빵하고 고음도 찢어지지 않아 귀가 편안하다.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가져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고급차 필수 아이템인 소프트클로징 기능도 잊지 않았으며 요즘 차에서 빠질 수 없는 반자율주행 시스템도 포함됐다. 차선을 잘 지키면서 앞차를 잘도 졸랑졸랑 따라간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급격히 돌리지 않고 서서히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 시스템은 똑똑한 것도 매력이지만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다. 처음 타더라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아주 칭찬한다.

540i x드라이브는 5시리즈 중에서 최상위 트림은 아니지만 가장 좋은 5시리즈를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하드웨어와 옵션 구성 공이다. 문제는 경쟁 모델이다. 540i x드라이브의 라이벌은 메르세데스 E450이 아니다. 형 격인 M550i다. 8기통 엔진을 달았기에 약 2000만원 비싸다. 고민된다. 그냥 8기통도 아니고 M5의 엔진을 디튠한 유닛이 후드 안에 박혀 있다. 조금만 더 과감해지면 M550i를 가질 수 있다. 가격 차이가 크다면 크고 작다고 하면 작은데 이 정도 가격대를 생각하는 구매자들은 고민될 것이다. 1억짜리 6기통 5시리즈냐, 1억2000짜리 8기통 5시리즈냐? 잠시나마 M550i를 타봤는데 정말 좋았다. M5가 부럽지 않게끔 다른 캐릭터로 세팅해 매력 있었다. 보통 브랜드였으면 8기통 쪽으로 손을 들었겠지만 BMW하면 실키식스 아닌가? 참 어렵다. 추후 M550i를 시승한 후 이 고민에 대해 더 깊게 파보고 싶다.

SPECIFICATION _ BMW 540i XDRIVE길이×너비×높이  4935×1860×1445mm  |  휠베이스  2975mm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8cc  |  최고출력  ​​340ps  |  최대토크  ​​45.9kg·m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0.2km/ℓ  |  가격  1억1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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