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VS 폭스바겐 제타

  • 기사입력 2021.02.10 15:36
  • 최종수정 2021.06.28 14: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과거 토요타 코롤라가 전 세계를 휘저었지만 이제 그 빛이 바래고 있다.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유력 후보는 현대 아반떼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에 아반떼가 있다면 독일에는 폭스바겐 제타가 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진짜 자동차를 만드는 폭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 공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편집부는 파워트레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가격으로 고민할 소비자들을 위해 두 모델을 소환했다.  

# EXTERIOR
글|유일한

브랜드의 대중화를 책임지는 준중형 세단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둘의 인상은 전혀 다르다. 독일과 한국으로 단순히 출신지가 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둘 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는 데다가 특히 북미 시장에서 격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SUV가 대중화되어 전통적인 형태의 세단은 그 입지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이 급에서는 세단이 건재하다. 세단이 SUV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제타는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형태를 가졌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한 눈에 엔진, 객석, 트렁크를 구분할 수 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다듬으려는 노력은 기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을 세운 게 느껴진다. 예전에 접했던 유럽 스타일의 제타가 아니라 북미 시장을 위한 제타이기 때문에 헤드램프와 그릴 등 주요 부분들이 크게 다듬어졌고, 범퍼도 조금은 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의 디자인 언어는 그대로 갖고 있다.

헤드램프부터 시작해 유리창 하단을 가로지르는 라인과 앞 펜더부터 출발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평행을 이룬다. 차체를 한 번 접어서 선명한 라인을 만드는 데다가 측면 하단에도 차체 안쪽으로 파고드는 영역이 있어 심심함이 덜하다. 루프 라인은 트렁크로 올곧게 떨어지고, 트렁크의 라인도 똑바로 살아있다. 오랜만에 보는 세단의 정석다운 모습이 이채롭다. 하단에서 삼각형을 그리며 약간 멋을 부린 테일램프가 있다.

아반떼 역시 3박스 세단이긴 하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측면에서 엔진은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객석과 트렁크의 경계가 애매하다. C필러 상단부터 떨어지는 라인이 트렁크 리드 바로 앞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단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4도어 쿠페’에 가까운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삼각형을 기본으로 해 일부러 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움과 함께 공기역학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출시 후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봐도 신선하다.

측면에서 삼각형 몇 개가 만나면서 역으로 ‘Z’자를 긋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강인함과 역동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최대한 높이를 낮춘 그릴은 가늘고 날카롭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만나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 같은 자세를 만든다. 후면은 H자를 길게 이은 붉은색의 라인과 테일램프를 조합했는데, 적어도 뒤에서 이 차의 존재를 모를 일은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지만, 그릴 위의 현대 엠블럼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줄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밤이 되어도 처음 느꼈던 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ㄷ’자 형태로 빛나는 주간주행등을 가진 제타는 커다란 헤드램프와 그 안에서 크게 빛을 내는 방향지시등이 어우러진다.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못 보고 지나치거나 눈에 띄지 않아 당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형태와는 달리 테일램프에 LED를 품고 있어 뒤에서도 제타라는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다. 실용성을 먼저 고려하고 그 위에 약간의 패션을 얹어낸 것이다.아반떼는 밤이 되어도 날카로운 인상을 풍긴다. 날카로운 눈썹 형태로 다듬은 주간주행등도 그렇지만, 밤이 되면 가는 헤드램프가 꽤 밝게 빛난다. 평소에 그릴 안에 숨어있는 방향지시등은 밤에 어두운 곳에서 그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다. 후면의 H 라인은 밤이 되면 선명한 붉은색을 발산하고, 테일램프 외에도 유리창에 별도의 브레이크 램프가 있어 제동을 못 알아볼 일은 없다. 아반떼의 강한 존재감은 밤에도 여전하다.  

#INTERIOR 글|조현규제타와 아반떼의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 보자. 실내에 사용된 소재는 아반떼가 한 수 위다. 제타에 사용된 소재도 차 급을 생각하면 크게 모자란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아반떼의 패브릭 소재는 이른바 신의 한 수였다. 도어 트림과 시트 등 곳곳에 사용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와 잘 어울리면서 훨씬 더 포근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여하튼 현대자동차의 실내 꾸미기 실력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제타는 차분하고 보수적이며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라면 그에 반해 아반떼는 화려하고 미래 지향적이면서 알찬 느낌을 전달한다.

이러한 느낌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송풍구 디자인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먼저 제타의 것은 은근히 촌스러운 느낌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송풍구 디자인은 15년 전의 자동차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실망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각형 송풍구는 제법 무게감 있고 차분하게 만들었다. 또한 스마트폰 거치대를 꽂기에는 딱이다. 제타와 달리 아반떼의 송풍구 디자인은 아주 세련됐다. 센터페시아에서 시작해 조수석까지 이어진 크롬 라인을 따라 송풍구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조화를 해치지 않아 보기 좋다. 만약 아반떼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이 송풍구다.

계기판은 제타가 아날로그 방식, 아반떼가 풀 디지털 방식을 사용했다. 제타의 계기판은 아반떼에 비하면 제법 깊은 곳에 위치해있다. 두 계기판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보기 편한 것은 제타다. 아반떼의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필요 이상으로 튀어나와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계기판 왼쪽에 위치한 의도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장식은 여전히 의문이다. 생김새는 마치 무선 충전 마그네틱 같은데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제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비교해 보자. 디스플레이의 디자인 역시 아반떼가 더 예쁘지만 운전 중에는 제타의 디스플레이가 시인성이 더 좋다. 이는 운전자 중심 설계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아반떼는 센터 터널의 플라스틱 가이드를 통해 전체적인 공간이 운전자를 아늑하게 감싸는 느낌이긴 하지만 제타는 디스플레이 및 공조 장치가 아반떼보다 더 운전자 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의 제타와 진보적인 아반떼의 차이가 확실하다. 제타의 것은 평범한 3스포크 타입이며 아반떼는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4스포크 타입이다. 아반떼는 스티어링 휠의 1시, 10시 방향의 손가락이 걸리는 부분을 상당히 돌출시킨 반면 제타는 매끈하게 처리했다. 양 손으로 움켜쥐고 이리저리 돌리는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아반떼의 스티어링 휠이 더 유리하다.

시트 착좌감은 아반떼가 푹신하고 제타가 단단하다. 사이드 볼스터는 한 눈에 보기에도 아반떼가 더 부풀어 올라있다. 덕분에 아반떼가 운전자의 몸을 더 감싸는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은 아반떼가 더 낮았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시트 포지션이 높은 것을 좋아할 수도, 낮은 것을 좋아할 수도 있어 무엇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높은 시야로 편안한 운전을 선호한다면 제타가 더 마음에 들 것이고, 낮은 포지션으로 스포티한 운전을 선호한다면 아반떼가 더 마음에 들 것이다.

2열 공간은 두 대가 거의 비슷하지만 아반떼가 조금 더 넓고 쾌적한 느낌이다. 하지만 제타는 C필러에 쿼터 글라스를 사용하여 아반떼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개방감을 가지고 있다. 헤드룸은 디자인의 특성상 제타가 더 여유 있다. 빠지면 아쉬울 2열의 열선 기능은 두 차 모두 포함되었다. 2열의 치열한 승부는 송풍구의 유·무로 결정된다. 아쉽지만 제타는 2열의 송풍구가 없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부러 빠트린 옵션으로 판단된다. 이 옵션은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 아반떼가 점수를 더 가져갔다.

차의 외모도 중요하지만 정작 운전자는 차의 겉보다 안을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아반떼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는 힘은 강하지만 분명 제타의 것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함과 무난함의 싸움이었고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아반떼의 인테리어가 더 끌렸다.

# PERFORMANCE 글|안진욱매치의 꽃, 퍼포먼스 타임이다. 먼저 하드웨어를 알아보자. 폭스바겐 제타는 4기통 1.4ℓ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파워는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린다. 현대 아반떼는 하이브리드다.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의 힘을 가진 4기통 1.6ℓ 엔진에 터빈 대신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출력 137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파워를 지니게 되었다. 변속기는 6단 듀얼 클러치 유닛이 달린다. 공차중량은 아반떼가 하이브리드임에도 1330kg으로 오히려 제타 1404kg 보다도 가볍다.

실제로 달려보면 두 대 모두 힘에 있어 아쉬움은 없다. 장르와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공도에서 출력은 충분하다. 보통의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여유롭게 추월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봐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수치상으로는 제타가 출력이 높고 토크는 아반떼가 세다. 차가 가볍고 토크가 조금 더 두툼해서인지 체감적인 가속력은 아반떼가 낫다. 고성능 트림이 그립지 않을 만큼 속도를 올린다. 반면 엔진 리스폰스나 회전질감은 제타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4기통 엔진을 얌전하게 세팅해 정말 부드럽다. 고회전영역으로 향하면서 신경질 한 번 부리지 않는다. 아반떼는 저속에서는 전기모터 도움으로 조용하다가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는 엔진이 힘겨워 하는 소리가 캐빈룸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변속기의 성능은 두 대 모두 무난하다. 제타는 이전에 듀얼 클러치를 사용하다가 토크 컨버터 타입으로 교체를 했는데 변속 속도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내구성은 현재 달려 있는 변속기가 앞서기에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아반떼에 달려 있는 듀얼 클러치는 스포츠카에 달려 있는 듀얼 클러치를 생각하면 안 된다. 아무래도 효율을 우선시하는 로직이 들어가 있어 듀얼 클러치 유닛 특유의 직결감과 빠릿빠릿한 변속 속도를 보여주지 못 한다.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는 아니니 수긍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제타는 가볍게, 아반떼는 묵직하게 조율했다. 제타는 독일차가 아닌 일본차 느낌이 강하다. 아반떼는 유럽차 세팅을 쫓고 있다. 스타일이 달라 성향에 따라 갈릴 뿐, 뭐가 더 좋다고 판단할 수 없다. 제타는 발걸음이 가벼운 소형차를 타고 있는 것 같아 신나고 아반떼는 묵직한 움직임이 고급스러움으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제타의 세팅이 마음에 든다. 만만해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유도한다. 말랑말랑하다고 해서 코너링 실력이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좌우 롤링은 아반떼가 덜하지만 코너링 한계는 비슷하다. 언더스티어의 정도, 진입과 탈출 속도 모두 어느 한 대가 크게 앞서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성능을 알아보자. 조건은 제타가 좋다. 윈터 타이어를 끼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디 유럽차들의 제동 성능은 국산차보다 강하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제동거리에 있어 아반떼가 제타보다 살짝 짧았다. 제타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결과는 아반떼 승이다. 아반떼의 것이 더 좋다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 현상은 두 대 모두 심하지 않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갔을 때는 제타가 조금 더 오래 버텨줬다. 코너를 타면서 브레이킹을 걸면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는 움직임은 제타와 아반떼 모두 잘 잡았다. 

CONCLUSIONAHN`S CHOICE제타가 더 끌린다. 일단 외모에 큰 특색이 없어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인테리어도 아반떼가 더 화려하지만 장기간 소유할 것을 감안하면 심플한 레이아웃이 더 괜찮다. 제타를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주행감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손맛이 가벼워서 좋다. 이로 인해 은근히 재미있다. 또한 자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오래 타도 지금의 컨디션이 유지될 것만 같다. 과거 DSG가 마일리지가 쌓이면 오너의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YU’S CHOICE처음 이 비교를 시작할 때는 제타가 우위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타는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일 출신의 탄탄한 승차감은 미국의 성격에 희석되었고 실내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반면 별 기대를 안 한 아반떼는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보여줬다. 연비를 우선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성능도 갖췄다. 내구성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다른 모델을 통해 오랜 기간 검증마저 마쳤다.

JO’S CHOICE독일에서 온 제타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다뤄보니 아반떼는 제타와 비교해도 부족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UI의 편리성은 아반떼가 더 좋았다. 게다가 아반떼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 나처럼 한 푼이 아쉬운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이 가진 가성비는 큰 매력이다. 분명 브랜드 가치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자체는 아반떼가 더 마음에 들었다. 이번 대결에서는 조심스레 아반떼의 승리를 외친다.

SPECIFICATION _ VOLKSWAGEN JETTA길이×너비×높이  4701×1798×1458mm  |  휠베이스 2684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395cc  |  최고출력  150ps최대토크  25.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3.4km/ℓ  |  가격  2951만원SPECIFICATION _ HYUNDAI AVANTE HYBRID길이×너비×높이  4650×1825×1420mm  |  휠베이스 2720mm엔진형식  I4+E, 가솔린  |  배기량 1580cc  |  최고출력  105ps최대토크  15.0kg·m  |  변속기  6단 DCT  |  합산출력  141ps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9.5km/ℓ  |  가격  2814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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