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340i 투어링, FAST & HEAVY LOAD

  • 기사입력 2021.02.10 13:55
  • 최종수정 2021.06.28 14:4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왜건은 디자인이 좋지 않고 느려서 싫다고? 이 녀석 앞에서는 그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6기통 엔진이 주는 폭발적인 힘, 그리고 달리기 실력 앞에 왜건에 대한 불만은 금세 녹아내린다.


지금까지 수많은 자동차를 접하면서 ‘왜건은 디자인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세단의 뒤를 억지로 늘려 만든 것 같은 왜건은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며, 처음부터 왜건의 형태를 고려해 유려한 루프 라인과 제법 멋을 부린 측면 유리창을 가진 모델들이 지금까지 꽤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는 싫다’는 필자의 반골 정신도 약간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어쨌든 디자인만으로 배척을 받을 차는 아닌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왜건이 정말 팔리지 않다 보니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도 이제는 없고, 수입도 꽤나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왜건이 꾸준히 수입되는 것을 보면 용하다는 생각도 들고 응원도 해주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모델이라면 응원을 더 보내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왜건이 실용성 또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흔히 볼 수 없는 직렬 6기통 엔진으로 말이다.

BMW M340i 투어링. 이미 세단 모델은 충분히 체험해 봤고, 비교 시승도 진행하면서 그 출력과 운동 성능에 반했었다. 그렇다면 왜건인 투어링 모델은 과연 어떨까? 왜건의 실용성과 고성능을 동시에 즐기면서 최저지상고도 높지 않으니 SUV와는 달리 (심리적인)불안함에 움찔거릴 일도 없지 않을까? 바이러스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녀석은 ‘차박 최적화’가 가능한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빠르게 떠날 수 있는 그런 차 말이다.어쩌면… 슈팅브레이크?디자인은 확실히 3시리즈다. 조금 큰 것 같아도 꽤 균형이 잘 잡혀 있는 키드니 그릴, 독특한 형태로 하단에 발톱을 품은 헤드램프, L자 형태의 브레이크 램프를 품은 테일램프까지. 그동안 보아왔던, 그래서 익숙한 3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물론 M시리즈의 막내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앞 범퍼에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품는 것을 잊지 않았고, 스포츠 서스펜션을 탑재해 일반 모델보다 자세를 낮추어 멋을 만들고 있다.

똑같은 엔진을 품은 세단 모델과 비교하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세단에서는 볼 수 없는, 실용성을 강조한 루프랙과 휠을 검은색으로 장식해 역동성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다. 시승차는 파란색의 차체를 갖고 있는데, BMW의 엠블럼에도 있는 색상이라 그런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열 유리창이 세단 모델보다 훨씬 더 큰데, 디자인적으로 어색한 부분은 전혀 없다. 테일게이트가 생각보다 날렵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멋’을 강조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실내는 앞좌석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독자 여러분들이 3시리즈 사진을 통해 많이 봐왔던 BMW 다운 구성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M시리즈의 막내인 만큼 M 전용 스티어링 휠과 신체를 잘 잡아주는 시트를 갖춘다. 그런데 뒷좌석부터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테일게이트까지 길게 이어지는 루프 덕분에 헤드룸이 꽤 넉넉하고 그만큼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뒷좌석에 어르신을 모신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넉넉한 트렁크는 왜건이 갖추는 또 다른 장점이다. 아마 4인 가족이 레저를 즐기기 위해 떠난다면, 굳이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높지 않은 화물을 적재할 때는 트렁크 덮개를 이용하면 되고, 높은 화물을 적재할 때는 그물망을 사용해 짐이 앞으로 쏟아지는 것을 막으면 된다. 이 그물망은 커다란 개를 태울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화물 정도는 커다란 테일게이트를 열지 않고 뒤 유리만 연 뒤에 집어넣을 수 있다.

화물은 적당히 적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엔진과 변속기는 이전에 운전해 봤던 M340i 세단과 동일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하나가 있다. 바로 뒷바퀴가 아니라 네 바퀴를 굴린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인 만큼 사륜구동을 의도적으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무래도 왜건 형태로 다듬어진 만큼 차체도 약간은 무거워졌을 것이니, 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선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재미가 줄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고속 영역에 진입해 보면 확실히 사륜구동의 안정감도 느껴지지만, 코너에서 앞 바퀴를 제어하는 재미가 후륜구동보다 딱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시승할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았었는데, 만약 눈이 본격적으로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면 서킷 한 구석에서 드리프트 연습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달리면서 제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스티어링을 통해, 그리고 시트를 통해 확실히 전해져 온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여전히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출력을 즉각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만든다. 고회전 영역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는데, 확실히 다른 형태의 6기통 엔진보다 회전이 매끄럽다. 터보차저를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소리를 내고 있으며, 출력보다는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토크가 더 인상적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가 생각보다 짧기에 패들시프트를 바쁘게 조작해야 하는데, 그 재미가 또 일품이다.

왜건이지만 M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을 탑재했으니 그만큼 승차감에서 손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일반 모델보다는 조금 단단하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같이 탑승한 가족이 불안함을 느낄 정도로 딱딱한 것은 아니다. 승차감과 스포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인데, 만약 트렁크에 무거운 화물을 적재한다면 승차감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뒷바퀴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쌀 한 포대 정도는 적재해볼까?

어쨌든 타고 있다 보면 꽤 즐겁다. 개인적으로는 BMW가 라인업들 중에서 3시리즈를 제일 잘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새로운 시대가 되어도 바뀌지 않았다. 분명히 지금의 3시리즈, 특히 지금 운전하고 있는 M340i 투어링은 1990년대에 판매했던 5시리즈 투어링만큼 크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평균 신장이 커진 만큼 자동차도 커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지만 좁지는 않은, 손 위에 놓고 굴릴 만한 적당한 크기를 가졌다고 느껴진다.

이 실용적인 왜건은 어디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올곧게 직선을 그리는 고속도로도, 수많은 곡선을 그리는 와인딩 로드도 문제없을 것이다. 약간 좋지 않은 노면 정도는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단단해지는 서스펜션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덤으로 많은 화물을 실용적으로 적재할 수 있는 트렁크가 있다. 그야말로 ‘아주 실용적인 스포츠 패밀리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가정이 있을까? SUV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아니. 하나 생각났다. 가족이 있고 덩치가 큰 개를 같이 키우고 있다면 이 녀석이 정답일 것이다. 전용 이동장을 추가할 필요 없이 개를 트렁크에 태우고 그물망을 쳐서 트렁크 공간과 뒷좌석을 분리해 두면 모두가 만족하면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초원에 도착해서 개와 함께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모두가 만족하는 가정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SPECIFICATIONBMW M340i xDrive Touring길이×너비×높이  4713×1827×1440mm휠베이스  2851mm  |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배기량 ​​​2998cc  |  최고출력  ​​387ps최대토크  50.9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 km/ℓ가격 ​​​​​​827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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