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만 자동차를 탈 수 있다구요?

  • 기사입력 2021.02.10 13:27
  • 최종수정 2021.06.28 14:3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 제조사들이 고급스러운 제품을 만들어서 비싸게 팔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해도해도 너무한 상황들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히 달라질 수도, 더 세련될 수도 있다.  

세상 모든 물품이 그렇겠지만, 자동차도 만들어질 때부터 고객을 철저히 설정한다. 고객의 나이, 직업, 수입, 결혼 여부, 꾸리는 가정의 모습,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요소들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시간이 흐를 때마다 의미 없이 올라가는 것만 같은 자동차 가격에도 아주 치밀한 계산과 생각이 숨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야기하는 고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고정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똑같은 패턴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게 킹스맨이라구요!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바로 ‘30~40대의 젊은 가장’이다. 여기까지는 보편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슬리는 부분이 많아진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줄 알고 자신에게도 투자할 줄 아는, 그리고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성공이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적은 수입을 이야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찻값이 얼만데.

그 이야기를 한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듣다 보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딱 하나다. 바로 영화 ‘킹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요원들의 모습이다. 격투술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신체를 단련했고, 결코 부족하지 않은 봉급을 받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에그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은 물론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일과 라이프 사이에서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유지한다. 게다가 슈트를 입고 멋을 부릴 줄도 안다.그렇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킹스맨’을 원한다. 그런데 킹스맨이 그렇게 많이 존재하던가? 결코 아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어딘가에서 엇나가기 마련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지 못하거나, 모든 것을 이루었는데 젊은 가장이 아니게 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둘 중 하나다. 고객이 자동차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제조사가 고객에게 만족하지 못하거나.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킹스맨은 자동차 제조사들, 그리고 고객들의 이상향일 뿐이고, 그것을 위해서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그 말도 맞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면 그런 모습을 광고 또는 홍보 영상을 통해 보여주어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봐도 성공한 젊은 가장 외에는 자동차를 살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곳이 너무 많다. 성공에 대한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말이다.킹스맨 말고 다른 고객도 있어요사실 자동차 제조사가 킹스맨을 원하는 게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네는 어디나 비슷하고, 과거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그 독일에도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니 말이다. 그래도 광고 또는 홍보 영상을 통해 킹스맨이 아닌 평범한 젊은이 혹은 중년 또는 노인이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는 것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 프랑스 제조사인 ‘시트로엥’의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라이프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그런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가장의 모습이긴 하나 킹스맨은 아니어서 때로는 낮은 체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것 역시 삶의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비록 필자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당시 그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었다. 앞으로는 킹스맨이 타겟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타겟이 되는 그런 자동차와 광고들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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