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에비에이터 PHEV VS 랜드로버 디펜더 VS 렉서스 RX450hL

  • 기사입력 2021.02.10 12:35
  • 최종수정 2021.06.28 14:31
  • 기자명 모터매거진

국내 소비자들은 큰 차를 선호한다. 유럽이나 일본 도로에서는 소형차들이 득실거리지만 국내 도로에서는 덩치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SUV도 풀 사이즈가 인기가 높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시원하고, 주변 사람들을 많이 태울 수도 있고, 광활한 트렁크 덕에 거창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단점도 있다. 일단 각종 카메라와 센서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주차가 어렵다. 그리고 가장 구매하기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연비다. 특히 수입산 대형 SUV는 기름 먹는 하마 이미지가 강하다. 기름을 알뜰살뜰하게 먹는 녀석들은 없을까? 본지 편집부는 기특한 대형 SUV를 각자 한 대씩 소환했다. 

LINCOLN AVIATOR PLUG-IN HYBRID 글 | 유일한기억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도 있겠지만, 링컨 에비에이터는 콘셉트 모델로 등장할 때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을 품은 모델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전기모터를 추가한 에비에이터를 절실히 기다려 왔다. 왜냐하면 이 녀석이야말로 링컨이 추구하는 ‘조용한 비행’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솔린 엔진도 조용하지만, 살살 돌아가는 그 소리조차 거슬려 할 운전자가 있으니 말이다.

외형은 일반 에비에이터와 차이가 없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어딘가에 하나 빠진 면이 있는, 약간은 불완전한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링컨 특유의 사각형을 품은 대형 크롬 그릴은 그대로 유지하는데, 그 안을 장식하는 패턴이 조금 다르다. 링컨의 십자 엠블럼은 이제 전기모터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품었는데, 밤에는 이 십자가가 빛나면서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날개와 곡선을 품은 형태로 다듬은 헤드램프와 그 아래에 가늘게 위치한 방향지시등은 그대로다.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런트 펜더에 새겨진 이름이다. 혹 누군가 자동차 이름을 물어볼 것 같아서인지 양각으로 크게 새겨져 있는데, 전기모터를 품은 모델이라고 이 이름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약간 부푼 펜더 왼쪽에는 충전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고,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휠은 마치 클래식카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 링컨의 레터링, 그리고 좌우를 잇는 형태의 긴 테일램프가 채우고 있는 후면은 거대한 SUV에서 심심함을 줄여주는 포인트가 된다.

광활한 실내 역시 변하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다양한 버튼이 빼곡하게 집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을 더 채울 것이 없나 찾아야 할 정도다. 1열에는 링컨의 자랑인 ‘30방향 럭셔리 시트’가 있어 편안한 자세를 추구할 수 있다. 시승차는 2열이 일체형으로 다듬어진 7인승 모델인데, 가족과 함께 부모님도 한 번에 모시려면 이쪽이 더 좋을 것 같다. 3열은 언뜻 보면 작은 것 같지만, 성인이 앉기에도 충분하다.이제부터가 진짜다. 에비에이터 PHEV는 기존의 V6 엔진을 그대로 품은 채 전기모터를 더했기 때문에 효율성과 함께 발진 감각에서 더 우위에 있다. 그런데 잠깐! 여기에서 중요한 게 있다. 링컨의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조금이라도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배터리 없이 엔진만으로 발진한다면? 오른발에 그리 힘을 주지 않아도 울컥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가려 한다. 처음 운전하게 되면 당황하기 십상이다.

전기모터는 출력도 그렇지만 토크가 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발에 힘을 살살 주면 그 의지를 깨닫고 거대한 차체를 소리 없이, 그리고 부드럽게 발진시킨다. 적어도 도심에서 ‘시끄러워서’ 혹은 ‘너무 다루기 어려워서’ 이 차를 못 타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 ‘에비에이터보다 코세어가 더 다루기 좋고 편하다’고 말했었는데, 전기모터를 더한 것만으로 코세어보다 더 다루기 편한 대형 SUV가 나올 줄은 몰랐다.

기존의 엔진에 그저 전기모터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에비에이터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고 ‘조용한 비행’은 이상향에 달했다. 게다가 장거리를 주행하면서도 차체 크기에 비해 의외로 좋은 연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거리에서 전기차, 장거리에서 내연기관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PHEV의 장점이 북미 스타일의 대형 SUV에 있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든다. 혹 충전을 할 수 없다면 어떤가? 주행 중 자연스럽게 충전할 수도 있는데!

LAND ROVER DEFENDER 글 | 조현규디펜더를 선택한 이유? 이 차는 바로 SUV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덩치와 무뚝뚝하지만 잘생긴 외모에 출중한 오프로드 성능을 가졌으면서 온로드에서는 한없이 편안하다. 곱상하게 생겨서 우아하게 가솔린을 마시고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 미국 친구와 일본 친구는 요즘 유행에 따라가기 바쁜 흔한 애들이다. 하지만 디펜더는 다르다. 작지만 강력한 디젤 심장을 품고 자기만의 개성을 한껏 살린 어른이다. 심지어 같은 집안 형제들 사이에서도 개성이 유독 강한 자동차다.디펜더를 마주 보면 시큰둥한 듯하면서도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내는 듬직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렇게 멋을 부리지 않아도 특유의 사각형 디자인으로 만든 시원시원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통해 디펜더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발휘한다. 에비에이터와 RX450hL이 아무리 꾸미고 나타나도 디펜더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멋을 따라오긴 힘들다.

듬직한 뒷모습엔 커다란 스페어 타이어가 달려있다. 마치 넓은 등짝에 동그란 백팩을 메고 있는 모습 같아 귀여움도 느껴진다. 가로로 열리는 트렁크가 묵직하지만 소프트 클로징이 있어 여닫기에 어렵지는 않다. 트렁크 위쪽 루프에 조그맣게 위치한 사파리 글라스는 디펜더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개성이기도 하다.4기통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경험해 보기 전에는 그 진가를 모른다. ZF 8단 자동변속기, 험로를 위한 2개의 로우 기어와 궁합을 맞춰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발휘한다. 이 정도의 출력으로도 2.5t의 차체를 활기차게 이끄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심지어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4기통 디젤 엔진이라고 믿기 힘들 수도 있다.경제성도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탑재된 다른 차들에 비해서 모자람이 없다.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9.6km/ℓ인데, 디젤 엔진의 특성상 복합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는 큰 차이가 없다. 일정한 속도로 크루징을 하면 복합연비를 뛰어넘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디펜더는 도로 위를 달릴 때는 우아하고 묵직하게 나아간다. 고속안정성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시승 차에는 굳이어의 올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지만 성능과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에서 모두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엔진과 타이어 모두 조용한 덕분에 운전 중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혀 받지 않는다. 여기에 성능 좋은 메리디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콧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만든다.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탁 트인 시야를 통해 도로를 내려다보면 마치 도로 위의 왕이 된 느낌이다. 신호를 기다리다 고개를 돌리면 유치원 통학버스의 기사님과 눈높이가 얼추 비슷할 정도다. 서로 민망한 눈빛 교환을 하고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험로 성능? 비교 불가다. 만약 이번에 비교하는 세 대의 차를 가지고 오프로드를 간다면 저 두 차는 디펜더가 가는 길의 반의반도 못 따라오리라 확신한다. 도로 위에선 왕이라면 도로가 아닌 곳에서 디펜더는 황제다. 웬만한 험로 정도는 컴포트 모드로도 거침없이 헤쳐나간다.

인테리어가 이만큼 실용적인 차는 드물다. 곳곳에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대시보드에 있는 수납공간이다. 주머니에 있는 지갑과 스마트폰, 이제는 피부 같은 마스크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다시 집어 들기 아주 편하다. 그 외에도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의 공간, 암레스트 아래의 수납공간 등 디펜더의 수납공간을 다 세어 보기도 힘들다.이와 더불어 2열을 접으면 광활한 적재 공간이 나타난다. 3인용 소파가 들어가도 공간이 꽤 남는다. 이 정도 넓이면 아마 냉장고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트렁크 바닥은 고무 매트로 처리되어 있다. 실어놓은 짐이 미끄러지면서 인테리어에 상처를 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시승을 마치고 디펜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무엇 하나 단점을 콕 집어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잘 만든 차다. 치킨은 후라이드, 맥도날드는 빅맥, 버거킹은 와퍼가 근본인 것처럼 랜드로버는 디펜더다. 적어도 내 마음에서는 그렇다.

LEXUS RX 450hL 글 | 안진욱대형 SUV라 하면 우선 운전하기 편해야 한다. 안 그래도 차도 큰데 운전하기까지 버거우면 정말 피곤하다. 스포츠카도 아닌데 주행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대형 SUV 중에서 어떤 모델이 가장 운전하기 편할지 생각해 봤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의 선택은 렉서스 RX450이다. 렉서스 브랜드가 주는 안락함이 다른 브랜드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생긴 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프런트 오버행이 너무 길어 측면 비율이 아쉽다. 허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오래 타도 최신차 느낌이 날 것이며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노멀 모델보다 11cm 길다. 휠베이스가 길어진 게 아니라 리어 오버행을 늘렸다. 덕분에 3열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인테리어는 아늑하다. SUV라기보단 고급 세단을 탄 느낌이다. 렉서스 특유의 꼼꼼한 조립 마감 수준을 보여주는데 차를 오랫동안 소유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돌리는 맛이 있고 굵직한 것이 잡는 맛까지 있다.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와 화면에 직접 터치도 가능하다. 거기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편의성이 높다. 풋페달도 플로어 타입이라 보기에도 좋고 발의 피로도 덜 하다. 다만 예쁘게 메탈 커버까지 씌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다. 스포티함은 전혀 풍기지 않는 컴포트 시트다. 고급 가죽으로 감싸 촉감도 좋고 내구성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해 장거리 주행에도 무리 없다. 3열은 성인 타기에는 힘들다. 가끔씩 아이들이 탈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이 ‘가끔’이 어느 4인 가족이 차를 구매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체크리스트일 수도 있다. 또한 3열은 자동으로 폴딩이 가능하고 독립적으로 에어컨 제어도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도 여유롭다. 3열을 폴딩하면 골프백 4개를 세로로 넣을 수 있고 3열을 세워뒀을 시에는 2개를 가로로 실을 수 있다.달리기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캐빈룸이 크기에 세팅만 잘하면 훌륭한 음악 감상실을 만들 수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렉서스의 단짝 마크레빈슨 제품이다. 과거 베이스가 약해 힙합과 록을 주로 듣는 나의 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클래식과 발라드에 적합했다. 정말 오랜만에 렉서스를 탔는데 이제는 음색이 젊어졌다. 저음도 묵직해 흥을 돋구고 고음처리도 깔끔해 보컬의 가사 전달도 잘 된다. 스피커를 무려 15개를 집어넣어 음악을 빵빵하게 즐길 수 있다.

렉서스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갔다. 최고출력 262마력, 최대토크 34.2kg∙m의 파워를 지닌 V6 3.5ℓ 엔진에 전기모터를 추가해 시스템출력 313마력을 완성했다.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해 보자.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전기모터만 돌아간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다 내연기관이 깨어나도 눈치채기 어렵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활성화되어 마음에 든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반응 속도가 제법 빠르다. 엔진도 터빈을 달지 않은 자연흡기에다 전기모터까지 있는 덕분이다. 300마력이 넘는 힘은 공차중량이 2.2t이 살짝 넘는데 견인하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추월하기도 쉽고 고속에서도 여유 있게 달린다.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이 차로 와인딩을 탈 운전자는 없을 테니 나라도 타 봐야겠다. 좌우롤링이 생각 보다 심하지 않고 스티어링 피드백도 솔직한 편이다.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이지만 꽤나 준수한 코너 실력을 보여준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벗어나는 정도가 크지 않다. 이 녀석에는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전륜으로만 구동해 효율성을 따지고 필요시에 50:50으로 만든다. 게다가 코너를 돌 때 언더스티어가 감지되면 뒷바퀴 구동력을 증가시키고 오버스티어 시에는 뒷바퀴 구동력을 감소시켜 운전자가 의도하는 라인을 따라 주행 할 수 있다.

시승은 끝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은 몰랐다. 촬영 때 눈이 엄청 왔었다. 돌아오는 길은 미끄럽고 막혔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트랙션이 좋아 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고 차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게 그리 힘겹지 않았다. 어떤 조건에서도 운전자가 차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이러한 컨디션을 유지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렉서스 RX450hL은 자극적인 매력은 없지만 장르에 충실하고 최고 수준의 조립 마감으로 ‘좋은 차’라는 것을 보여줬다.

SPECIFICATION _ LINCOLN AVIATOR PHEV길이×너비×높이  5065×2020×1760mm  |  휠베이스 3025mm엔진형식  V6 터보+E, 가솔린  |  배기량 2956cc  |  최고출력  405ps최대토크  57.7kg·m  |  모터출력  101.9ps  |  변속기  10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1km/ℓ  |  가격  9850만원SPECIFICATION _ LEXUS RX 450hL길이×너비×높이  5000×1895×1720mm  |  휠베이스 2790mm엔진형식  V6+E, 가솔린  |  배기량 3456cc  |  최고출력  313ps최대토크  34.2kg·m  |  변속기  CVT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12.3km/ℓ  |  가격  9560만원SPECIFICATION _ LAND ROVER DEFENDER길이×너비×높이  5018×1996×1967mm  |  휠베이스 3022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99cc  |  최고출력  240ps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9.6km/ℓ  |  가격  9180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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