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에 대한 이야기, 의외로 작고 은근히 커졌다

  • 기사입력 2021.02.06 12:29
  • 최종수정 2021.06.28 14: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들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그 크기도 다양해졌다. 그중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작고, 알게 모르게 덩치를 키운 자동차들도 있다. 포르쉐의 LMP1 레이스카 919 하이브리드와 현대자동차의 몇 가지 차종들을 보면서 자동차의 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의외로 작네?
자동차를 보고 의외로 작다고 하는 말은 실제로 볼 기회가 매우 적은 낮고 넓은 레이스카 혹은 슈퍼카들을 보았을 때 자주 접할 수 있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를 살펴보자.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는 2014년 포르쉐가 르망 24시에 복귀하면서 발표한 LMP1 레이스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르망 24시 3연패라는 기록을 세우고 WEC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17년 서울 모터쇼 포르쉐 부스에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전시된 적이 있었다. 당시 실제로 관람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의외로 작다’였다. 그 이유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를 볼 기회가 전무했기 때문에 크기에 대해 가늠하지 못했던 부분이 크다. 이런 경주용 자동차들은 모터쇼가 아니면 살면서 한 번 보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미디어에서 접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서킷을 주행하고 있는 사진인 경우가 많으니 비교 대상이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포르쉐 919는 얼마나 작은 것일까? 일단 수치로 간단히 말하자면 길이가 4650mm로, 이는 아반떼 CN7과 동일하다. 하지만 폭은 919가 75mm 더 넓고 높이는 370mm 더 낮다. 단순히 낮고 넓은 포지션 때문에 차가 커 보이는 것일까? 한 연구 결과에서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앞 유리의 크기가 일반 자동차와 동일하다고 먼저 인식한 후, 그 주변의 크기를 가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19와 같은 경주용 자동차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앞 유리의 크기와 동일하다고 인식한 뒤 전체 크기를 바라보니 사진과 영상에서 보았을 때는 크기가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하지만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911 레이스카와 비교했을 때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의 앞 유리 크기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들은 크기에 대해서도 정해진 규격이 있다. 게다가 크기가 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차피 1명이 앉아서 달리니 사람을 위한 공간을 최소화해도 되는 것이다. 둘을 나란히 세운 사진을 보자. 포르쉐 911도 실제로 보면 꽤 작게 느껴지는데 919는 그보다도 더 작다.

무럭무럭 자라라그럼 이번에는 생각보다 커진 차들을 살펴보자. 먼저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는 흔히 ‘각쿠스’라고 불리던 현대의 1세대 에쿠스와 얼추 비슷하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한 이후 플래그십의 자리를 이어받은 신형 그랜저는 길이 4990mm, 폭 1875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85mm의 크기를 가졌다. 1세대 에쿠스는 길이 5065mm, 폭 1870mm, 높이 1465mm, 휠베이스 2830mm다.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당시 에쿠스는 부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크기의 대형 세단이었다. 그러한 크기의 세단이 지금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크기가 됐다.이뿐만이 아니다. 아반떼 CN7은 그랜저 XG와 크기가 비슷해졌다. 아반떼는 길이 4650mm, 폭 1825mm, 높이 1420mm, 휠 베이스 2755mm이며 그랜저 XG는 길이 4875mm, 폭 1825mm, 높이 1420mm, 휠베이스 2750mm다. 즉 차체의 길이를 제외하면 휠 베이스는 아반떼가 더 길고 나머지 크기는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약 20년의 세월동안 현대자동차는 실내 공간을 넓히는 기술을 연마해왔다. 어쩌면 실내 공간은 아반떼가 그랜저 XG보다 더 클 수도 있다.

SUV도 비교해보자. 현재 판매되고 있는 투싼은 싼타페 1세대보다 크다. 길이는 무려 13cm가 길어졌고, 폭은 2cm 늘어났으며 휠베이스는 12.5cm 늘어났다. 이 정도면 지금의 투싼이 당시의 싼타페보다 한 체급 커졌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사실 크기가 커지는 것은 역사가 오래된 자동차들이라면 당연한 듯 거쳐오는 과정이다. 포르쉐 911과 BMW 3시리즈도 초창기 모델과 현재의 모델을 비교하면 놀랍도록 커졌으니 말이다. 만약 현재의 그랜저의 크기가 20년 뒤 아반떼의 크기라면? 진짜 그렇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날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지금의 그랜저 크기도 작은 차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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