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HLETIC VS BEAUTY 제네시스 G70, 스팅어 마이스터

  • 기사입력 2021.02.05 11:44
  • 최종수정 2021.06.28 14: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다른 엠블럼을 달고 태어난 한 지붕 형제가 지향점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성형수술을 하고 돌아온 G70와 심장을 교체하고 돌아온 스팅어가 만났다. 


#EXTERIOR
부분변경된 G70와 스팅어 마이스터를 나란히 세웠다. 각각 스포츠 세단과 패스트백 스타일의 그란투리스모 형상을 하고 있다. G70는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통해 분명 3박스지만 2박스 형태와 비슷한 느낌을 만든다. 반면 스팅어는 전형적인 패스트백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 디자인을 가지고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를 따라 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패스트백 디자인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1970년대에 나온 포니를 떠올려 보라. 물론 요즘의 디자인 비율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만, 그 차도 역시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용했다.

두 차의 라이트는 LED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G70는 형제 차들인 G80, GV80처럼 두 줄의 라이트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형제 차들은 헤드램프의 LED 프로젝터가 위아래 각 2개씩 총 4개를 가지고 있는데, G70는 위아래 1개씩 총 2개의 LED 프로젝터를 가지고 있다. 눈매가 조금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는 카리스마가 있다. 스팅어는 위아래로 분리된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을 장착했다.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눈이 초롱초롱해진 느낌이다. 4개의 불빛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G70는 테일램프도 두 줄의 디테일을 사용했다. 다만 그 형상은 다른 형제 차들과 차이가 있다. G80와 GV80의 테일램프는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램프가 트렁크까지 들어오지만, G70는 리어램프의 끝이 C필러를 향해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다. 또, 트렁크까지 램프가 침범하지 않는다. 이는 부분변경 모델의 특성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부분변경된 G70가 다른 제네시스의 디자인언어를 완전히 따라가기 위해서는 트렁크와 리어 펜더의 디자인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때문에 기존 부품들의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G70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빠진 모델인데, 스포츠 패키지 옵션을 장착하면 벤틀리가 연상되는 동그란 듀얼 머플러 팁과 차체의 컬러와 같은 리어 디퓨저가 장착된다.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있겠지만 실제 모습을 본다면 스포츠 패키지 옵션이 있는 모델의 뒷모습이 더 스포티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옵션이다.

스팅어의 뒷모습을 살펴보자. 우선 트렁크를 가로지르는 리어램프가 인상적이다. 거기에 트윈 듀얼 머플러 팁으로 멋을 더했다. 방향지시등은 요즘 유행하는 순차 점등 방식을 탑재했다. 해가 저물고 스팅어가 달리는 뒷모습을 보면서 뒤따라가면 도로 위의 다른 차들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두 차의 전체적인 라인을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G70가 더 역동적이다. 사람으로 비유를 하자면 G70는 온몸에 다부진 근육들을 슈트에 숨겨놓은 운동선수의 느낌이고, 스팅어는 길쭉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 같다. G70에서 사용된 라인은 전체적으로 곡선을 강조하면서도 볼륨감이 두드러지며 스팅어에는 직선을 시원하게 그려 길고 넓은 느낌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스팅어가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이는 145mm, 너비는 20mm, 휠베이스는 70mm 더 길다. 이 정도 크기 차이는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G70와 그란투리스모를 지향하는 스팅어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INTERIOR두 차 모두 부분변경 전과 비교해서 실내의 변화는 적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둘 다 실내 모니터가 10.25인치 와이드 타입 디스플레이로 바뀐 정도다. 실내에 사용된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물론, 눈에 보이는 곳과 손으로 만져지는 곳의 마감 실력은 이제 어느 브랜드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G70의 운전석에 앉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입체감을 잘 살린 12.3인치 3D 풀 디지털 클러스터다. 에코, 노멀, 스포츠 모드의 디자인 변화가 명확하며 시인성이 좋다. 또한 입체 계기판 기능을 켜면 계기판의 바늘과 각종 표시가 디스플레이 속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이 기능이 제법 신기해서 여러 각도로 자꾸 쳐다보게 된다. 반대로 스팅어의 계기판은 가운데에 7인치 LCD가 조합된 아날로그 계기판을 사용한다. 아날로그 계기판의 바늘이 각각 깊이감 있게 만들어져 보는 맛을 더했다. 게다가 속도계에 적힌 ‘300’이라는 숫자는 실제로 낼 수 없는 속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시트는 두 차 모두 퀼팅 스티치 옵션이 적용됐다. 시트의 편안함은 G70가 비교적 더 우수했다. 공조 장치의 온도를 조작하는 원형 다이얼의 조작감이나 실내 버튼의 질감은 G70에서 세련미가 느껴졌고, 스팅어는 상대적으로 경쾌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다르다. G70는 원형 스티어링 휠을 사용하고 스팅어는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을 사용한다. 감싸 쥐었을 때는 무엇이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좋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다만 경쟁 차종들을 생각했을 때 조금 더 두툼하게 만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실내 공간은 스팅어가 더 여유롭다. 차체의 크기 차이에서 오는 차이임을 생각해도, G70의 2열은 누군가를 태우기에 민망할 정도로 좁다. 스팅어의 2열도 그리 넉넉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성인 4명이 앉아서 가기에 큰 무리는 없을 정도다. 그리고 두 차 모두 2열 시트의 폴딩이 가능하다. 스팅어는 트렁크와 2열 사이에 벽이 없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특성 덕분에 성인 1명이 누워서 차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실내조명은 스팅어의 승리다. 스팅어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대시보드를 따라 이어져있다. 반면 G70는 실내 천장에 있는 단색 무드램프가 전부다. 앰비언트 라이트 하나로 실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짐을 생각하면 G70의 무드램프는 아쉬움이 남는다.

#PERFORMANCE두 차의 퍼포먼스를 느껴보기 위해 굽이진 산길로 향했다. 이번 매치의 두 차는 배기량이 다른 엔진이라는 점을 참고하자. G70는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스팅어는 4기통 2.5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두 차 모두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으며 최고출력은 각각 252마력, 304마력이며 최대토크는 각각 36kg·m, 43kg·m이다. 또한 두 차 모두 AWD 옵션이 적용되어 있다.와인딩 코스에 진입하기 전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했다. 둘 다 액셀의 반응이 예민해지고 높은 RPM을 사용하기 시작해 언제든 치고 나갈 준비가 됐음을 운전자에게 알린다. 게다가 G70는 스포츠 모드에서 사이드 볼스터가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다. 마치 운전자에게 ‘나 스포츠 세단이에요’하고 은근슬쩍 강조하는 듯하다.

스팅어가 배기량과 출력이 더 높은 덕분에 오르막을 비교적 더 힘차게 올라간다. G70는 극 초반의 터보렉으로 주춤댄 이후 가뿐하게 치고 올라간다. 한창 속도를 올리던 중 도로의 요철을 만났다. 같은 구간에서 비슷한 속도로 진입했지만, 스팅어는 천장에 머리가 부딪힐 만큼 꿀렁였고, G70는 이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첫 코너를 만났다.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돌려 코너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코너를 탈출하는 솜씨는 두 차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G70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앞머리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엉덩이도 재빠르게 따라온다. 똑똑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타이어를 짓이기며 그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연속되는 코너를 만나면 뒷바퀴의 그립이 살짝 희미해지며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려고 하지만 전자장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운전자를 진정시킨다.

스팅어의 핸들링 느낌은 G70와는 조금 다르다. G70를 먼저 타고 와서인지 스팅어의 움직임이 조금 더 둔한 느낌이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느낌이고 스팅어 자체로만 보면 역시 꽤 괜찮은 코너링 실력을 갖추고 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G70보다는 엉덩이가 반 박자 늦게 따라온다. 차체의 길이와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으리라. 스팅어 역시 마찬가지로 사륜구동 시스템과 전자장치가 개입하며 그립을 잃지 않기 위해 끈덕지게 노력한다.

디자인을 평가하면서 느낀 운동선수와 모델을 보는 기분은 와인딩 로드에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G70는 웬만큼 과격하게 몰아도 차가 적극적으로 코너를 헤쳐나갔다. 몸놀림도 가볍고 순발력이 좋았으며 지치는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스팅어는 우아함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억지로 애써서 만들어진 모습이라기보다 태생이 우아한 녀석 같다. 개발 단계부터 운동성능으로 스팅어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 G70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모습이다.와인딩을 마치고 고속도로 위를 달려보았다. 시속 80km에서 시속 120km까지의 추월 가속도 두 차는 다른 느낌을 전달했다. G70는 가볍고 날렵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라면 스팅어는 묵직하고 끈덕지게 밀어붙인다. 꽤 높은 속도까지 계속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도 속도계는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간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상 엔진음도 자연스럽고 스포티하다.

잘 달리고 잘 도는 만큼 잘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두 차 모두 준수한 편이다.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을 잘 잡아서 급제동 시에도 불안함이 없다. 급제동 테스트를 여러 번 반복해도 브레이크가 밀리는 느낌은 받지 못한 것은 칭찬할 점이다.

가성비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G70와 스팅어는 스타일이 다른 자동차다. 기존 스포츠 세단의 대표 주자로 군림하던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를 정조준한 G70와 BMW 4시리즈 아우디 A5 스포츠 쿠페를 겨눈 스팅어는 애초에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 이전 모델의 판매량은 G70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두 차 모두 부분변경을 거쳤고, 파워트레인을 강화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화한 스팅어가 부분변경 이전보다 더 나은 판매 성과를 거둘지 지켜보아야 한다.이제 가성비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흔히 독일 3사로 불리는 브랜드들의 모델들 대신 G70 혹은 스팅어를 구매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G70만큼은 가성비 외에 더 나은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프리미엄을 표방할수록 이미지 메이킹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를 가성비 브랜드로 키울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고자 한다면 다음 세대 G70에서는 여러모로 괜찮은 자동차가 아니라 진짜 화끈하고 강렬한 스포츠 세단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SPECIFICATION _ KIA STINGER MEISTER길이×너비×높이  4830×1870×1400mm  |  휠베이스 2905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497cc  |  최고출력  304ps최대토크  43.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10.0km/ℓ  |  가격  4079 만원SPECIFICATION _ GENESIS G70길이×너비×높이  4685×1850×1400mm  |  휠베이스 2835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52ps최대토크  36.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9.9km/ℓ  |  가격  4280만원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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