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OF DIESEL,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매틱 VS BMW 523d

  • 기사입력 2021.02.01 21:58
  • 최종수정 2021.06.28 14: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새로 태어난 독일 출신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 두 대가 지금 이 자리에 나란히 섰다. 이들의 타겟은 매일 장거리 주행을 해야 하는,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이다. 디젤 엔진을 선택해야 하는 이들에게 E클래스와 5시리즈는 어떤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을까?  

YU’S DESIGN TALK


페이스리프트에서 두 모델의 개성이 이렇게까지 드러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벤츠 E클래스는 곡선을 품으며 좀 더 젊게, 역동적인 느낌을 갖고자 했고, BMW 5시리즈는 직선을 더욱 살리며 기존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가져가고자 했다. 그래서 측면을 보지 않는다면 E클래스는 새 모델의 느낌이 강하게 나고 5시리즈는 기존 모델과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것은, 둘 다 역동성을 지닌 모델이 되고자 했다는 것이다.

먼저 E클래스다. 이전과는 달리 그릴을 A자 형태로 다듬었는데, 사진으로 볼 때는 어색해 보이겠지만 실제로 보면 이 모습도 괜찮다고 생각해 버린다. 시승차는 이 그릴의 형태를 살리기 위해 AMG 라인의 범퍼를 적용했는데, 그릴이 그리는 각도와 앞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각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헤드램프에서는 E클래스의 상징인 두 줄의 주간주행등이 사라졌지만, 모듈 옆에서 작게 빛나는 형태를 남겨두어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5시리즈는 헤드램프의 폭이 더 가늘어지고 키드니 그릴이 조금 더 커졌다. 갑자기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릴의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기존 5시리즈의 비율을 해치지는 않는다. 매우 좋은 선택이다. 한 때 BMW의 상징과도 같았던 원형 LED 주간주행등이 육각형으로 변했다가 이제는 하단에 L자 형태로만 남았다. 앞 범퍼 하단에 있던 안개등이 사라져서 그런지 좀 더 역동적이면서 공격적인 형태가 만들어졌다.

두 모델 모두 후면에서는 선명함에 주력한 것 같다. E클래스는 테일램프를 삼각형으로 바꿨는데, 사진과는 달리 꽤 아름답게 느껴진다. 선명하게 빛나는 붉은색 라인이 테일램프 한가운데를 가르고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5시리즈는 테일램프의 전체적인 형태는 그대로 두면서 내부 그래픽을 바꿨는데, 그 대부분을 채우는 붉은색의 LED가 멋있게 보인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가늘게 다듬었는데, 시인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E클래스는 보자마자 변한 부분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티어링 휠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E클래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다듬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단은 굳이 강조하지 않고도 D컷을 살리고 있으며, 햅틱 터치는 더 진화해 볼륨 조절도 자연스럽게 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ACC 작동 시 잡고 있는 스티어링 휠을 흔들어줄 필요가 없다.

이전보다 스티어링 휠이 중앙에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도, 변속 레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벤츠 특유의 MBUX는 라디오 채널 등 기능을 찾는 게 이전보다 쉽고 음성 명령도 꽤 잘 인식한다. 시트는 역동적인 운전에 어울릴 것 같이 생겼지만, 여전히 편안하면서도 신체를 잘 감싸주고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통풍 기능과 마사지 등 추가 기능들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5시리즈는 언뜻 보면 기존의 실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달라진 점은 알 수 있는데,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모니터가 12.3인치로 커졌다. 어차피 기본 적용된 내비게이션을 잘 쓰지 않는다고? 그래도 상관없다. 이 큰 화면을 꽉 채우는 애플 카플레이가 있으니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달리면 된다. 선 없이 연결할 수 있으니 편리하고 수납함 안에 넣어두면 실내를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5시리즈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1열 시트의 등받이 부분 상단을 따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정확한 자세를 찾아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열선과 함께 통풍 시트도 갖추고 있는데다가 스티어링 열선도 있으니 편리함이 배가된다. 2열은 방석이 꽤 길어 다리가 긴 사람도 허벅지에 온전한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그만큼 레그룸은 희생당하지만, 다리를 꼬고 앉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AHN’S PERFORMANCE TALK

매치의 꽃 퍼포먼스 테스트다. 두 대 모두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을 가지고 있다. E클래스는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네 바퀴로, 5시리즈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파워는 거의 같지만 차이점이라면 BMW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디젤 엔진의 단점인 아이들링 시 거슬리는 진동과 소음이 캐빈룸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심지어 엔진스타트 버튼 아래 스톱앤고 버튼이 없다. 스포츠 모드에서만 비활성화될 뿐, 항상 정차 시에는 엔진을 잠재운다. 보통의 디젤차가 시동이 꺼지고 켜질 때 불쾌한 진동을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하는데 523d는 그렇지 않다. 언제 엔진이 꺼졌는지, 켜졌는지를 운전자가 눈치채기 어렵다. 이는 디젤 엔진을 꺼려하는 소비자들도 현혹시킬 수 있는 매력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를 탈 때 기대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보통 소비자들이 벤츠가 BMW보다 더 고급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두 대만을 놓고 보면 고급스러운 엔진 필링은 BMW의 압승이다. E클래스는 보통의 디젤차처럼 아이들링 시나 저속에서 디젤 특유의 거친 엔진 회전이 느껴진다. 삼각별 배지는 가솔린 엔진에나 어울린다고 브랜드가 알아서 실토하는 것 같다.

가속력은 두 대가 비슷하다. 화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 않다. 공도에서 쓰기에는 충분한 파워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가 쉽게 추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변속기를 비교해보자면 E클래스는 자사의 9단, 5시리즈는 ZF의 8단 유닛을 사용한다. 변속 속도와 변속 충격 모두 5시리즈의 것이 앞선다. 그렇다고 벤츠의 것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변속 속도가 답답하지 않고 다운시프트에도 나름 적극적이지만 저단에서 가끔씩 울컥거리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서스펜션 세팅은 두 차가 서로 바뀌었다. E클래스가 조금 긴장되어 있는 하체이며 5시리즈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댐퍼 스트로크는 E클래스가 더 짧고 스프링도 E클래스의 것이 더 강하다. 우리가 알던 메르세데스가 아니라 예전의 BMW를 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두 대의 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두 대 모두 비즈니스 세단치고는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던 5시리즈가 코너에서는 180°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BMW답게 극적인 움직임에도 좌우롤링이 심하지 않고 언더스티어의 정도도 크지 않다. 스로틀의 개폐량만으로도 코너 라인을 안쪽으로 당길 수 있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솔직해 디젤차지만 와인딩을 타는 맛이 있다.

시승차 E클래스는 5시리즈와 달리 사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서스펜션도 더 단단하니 조금 더 코너 탈출에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예상과 달리 단단한 서스펜션은 극적인 스티어링에 대처를 잘 하지 못 한다. 5시리즈보다 언더스티어의 정도가 심해 진입 속도를 낮춰야 한다. 타이어는 두 대가 브랜드는 다르지만 비슷한 급의 같은 사이즈를 끼우고 있음에도 타이어 스키드음도 E클래스에서 먼저 난다. 섀시 밸런스 역시 5시리즈의 승리다. 한편 독일차 하면 고속안정감을 빼놓을 수 없는데 두 대 모두 훌륭한 고속안정감을 선사한다. 노면에 차체가 깔리는 느낌은 5시리즈에서 더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동 테스트다. 제동 성능은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 대 모두 준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노즈다이브 현상이 심하지 않고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억제했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페이드 혹은 베이퍼록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중요한 기본기,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제동 성능은 두 대 모두 브랜드값을 보여준다.

퍼포먼스 테스트가 끝났다. 달리기에 있어서는 BMW가 메르세데스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두 대 중 어떤 차가 스포츠카처럼 달리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 그런 점을 판단한 것이 아니다. 4기통 디젤 엔진을 달고도 얼마나 고급스럽게 움직이는지, 차값에 걸맞은 승차감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가끔씩 운전자가 달리고 싶을 때 그 장단을 맞춰주는지만을 따졌다. 이 항목에서는 BMW가 메르세데스보다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갔다. 스포티한 비즈니스 세단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SPECIFICATION _ MERCEDES-BENZ E 220d 4MATIC길이×너비×높이  4940×1860×1475mm  |  휠베이스 2940mm  |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배기량 1950cc  |  최고출력  194ps  |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9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3.2km/ℓ  |  가격  7790만원SPECIFICATION _ BMW 523d길이×너비×높이  4965×1870×1480mm  |  휠베이스 2975mm  |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배기량 1995cc  |  최고출력  190ps  |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15.6km/ℓ  |  가격  7500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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