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세단, 1.3으로 충분할까? 르노삼성 SM6 TCe260

  • 기사입력 2021.01.31 17:48
  • 최종수정 2021.06.28 14:2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엔진의 출력은 유지하면서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자동차 시장에 유행하던 숙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운사이징의 정수라고 부를 만한 르노의 1.3 터보 엔진이 장착된 중형 세단 SM6의 운전대를 잡았다.

 
쏘나타, K5의 자리를 위협했던 SM6가 부분 변경을 거치고 돌아왔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 완성도가 워낙 높았던 덕분에 아주 간단한 시술만 받았을 뿐인데 마치 새로운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다. 헤드램프의 형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방향 지시등이 시퀀셜 타입으로 바뀌었고 범퍼에 크롬 장식이 추가됐다. 헤드램프는 LED 매트릭스 기능이 추가됐는데 시동을 걸면 웰컴 라이트가 꽤 화려하게 빛난다.

차의 후면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리어램프의 디테일이 변경됐는데 기존 모델보다 차분하고 중후한 이미지가 한껏 강조됐다. 램프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과 면 발광 LED가 고급스럽다. 후면의 방향지시등 역시 시퀀셜 타입으로 바뀌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세련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태풍마크 가운데에 위치한 후방 카메라와 트령크 열림 버튼이다. 잘 차려 입은 정장에 눈에 띄는 실밥이 하나 튀어나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보자. 우선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세로로 길게 배치된 9.3인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각 기능들의 직관적인 배치가 특징이다. 하지만 터치 반응이 여전히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보다 반 박자 정도 느려 사람에 따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모델에서 수 없이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공조장치는 물리 스위치로 돌아왔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은 쫀득하고 만족스럽지만, 온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은 저렴한 소재의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아쉽다.센터페시아와 시트에 적용된 퀼팅 가죽은 기대보다 높은 고급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실내 곳곳의 마감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언뜻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무난한 실내 디자인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석 시트의 착좌감은 편안하고 시트 포지션도 알맞다. 특히 2단으로 나누어지는 헤드레스트가 가장 마음에 든다. 헤드레스트 자체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뒷통수 각도에 맞게 쿠션을 조절할 수 있어 목과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허리 부분을 묵직하게 눌러주는 마사지 시트도 대단하게 시원한 느낌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의 피로도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2열의 공간은 경쟁 브랜드의 중형차와 준중형차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부족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다. 1열 시트의 뒷 부분을 무릎 공간에 맞게 파놓은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한 손에 쏙 들어오는 기어 노브를 D로 옮기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된 운전대를 감싸 쥐고 차를 움직여보자. 중형 세단은 2리터 엔진이라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져버린지 오래다. 단순히 배기량으로만 따지면 소형차에 탑재되던 1.3리터 엔진이 이제는 중형세단의 심장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과연 꽤 덩치가 큰 중형세단을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이전 XM3에서도 경험해보았지만, 활기차게 움직이는 1.3리터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과 게트락 7단 듀얼클러치 미션의 조합이 전달하는 느낌은 수준급이다. 156마력의 최고 출력과 26.5kg.m의 최대 토크는 SM6의 차체를 경쾌하게 이끌었다. 만약 누군가 이 엔진이 1.3 엔진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기존 2리터 자연 흡기 엔진과 비교했을 때 부족함을 느끼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

전체적인 가속력은 중, 저속에 힘을 집중시킨 탓에 고속으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시승차의 문제인지 기어노브와 운전대로 전해지는 진동이 생각보다 요란했다. 이는 다운사이징 엔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노면의 소음이나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꽤 높은 속도로 주행하면서도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는 뒷 유리를 제외하고 모두 적용된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흡, 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덕분이다.연비 또한 만족스럽다. 꽉 막힌 시내 도로에서는 트립 기준 10km/l 수준을 유지했고,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약 14~15km/l 수준이었다. 연비 운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평소 주행습관으로 운전했을 때 이 정도의 수치다. 만약 연비에 신경을 쓰면서 알뜰살뜰하게 다닌다면 경제성 또한 좋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멀티 센스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보자.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꽤 우렁찬 소리로 귀를 간질인다. 소리가 꽤나 자연스러운 것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운전대의 반응도 한층 묵직하고 빠릿해진다. 코너를 만나면 유럽차 특유의 민첩함이 잘 느껴진다. 다만 이 차로 급격한 와인딩을 즐기기는 무리다. 패밀리 세단의 본분을 잊지 말자. 그래도 가끔 달리는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운전자를 간질이는 무언가는 확실히 존재한다.이런 저런 논란에도 이번 SM6는 토션빔을 적용했다. 물론 많은 악평을 받은 기존 모델에서 많은 개선을 거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승차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별 다른 지적할 점이 없었다. 일부러 속도를 내면서 방지턱을 넘으니 충격이 전해지는 정도였는데,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요철 및 방지턱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면 될 일이다. 과속 방지턱은 그러라고 만들어 놓은 장치이니 말이다. 멀티링크가 더 좋다, 토션빔이 더 좋다는 논쟁은 접어두자. 각 방식에 따른 장, 단점은 명확하고 제조사만의 철학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SM6 TCe 260은 패밀리 세단으로 활용하면 높은 만족도를 누릴 수 있는 차다. 완성도 높은 잘생긴 외모와 부족하지 않고 적당한 출력에, 낮은 배기량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장점이 있으며, 실내 또한 꽤 만족스럽다. 이전 모델에서 지적된 승차감에 대한 문제도 이제는 상당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성인 남성 셋이 타고 다니면서 “이 차 괜찮은데? 되게 편하네”라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법. 이전 모델 오너들의 이런 저런 악평이 워낙 높았던 탓인지 판매량이 영 시원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외모에 끌린다면 다른 이들의 평가는 잠시 지우고 열린 마음으로 한 번 타보기를 권한다. 만약 출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보다 더 잘나가는 TCe300 모델도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SPECIFICATIONRENAULTSAMSUNG SM6 TCe 260길이×너비×높이  4855×1870×1460mm  |  휠베이스  2810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332cc  |  최고출력  ​​156ps최대토크  26.5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2.9km/ℓ  |  가격  ​​​​​​3265만원

글 │조현규  사진│ 최재혁,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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