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GLC 300e 4매틱 쿠페, 이상적인 독일 SUV

  • 기사입력 2021.01.29 15:07
  • 최종수정 2021.06.28 14:2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참 마음에 든다. 자극적인 매력은 숨겨 놓고 약점과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장르는 이러한 차가 최고다.  


직업 특성상 자동차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최근 들어 전기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때마다 내 대답은 이러하다. 충전이 부담스럽고 조금 있으면 전기차만 타야 하는 시대가 오기에 지금은 열심히 내연기관을 즐기자고 권한다. 그래도 사람 마음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나와 질문자의 간극을 좁혀 줄 해결책이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충전을 하고 싶으면 하고 귀찮으면 안 해도 된다.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전기차를 맛볼 수도 있다. 원래 애매한 장르라고 여겼지만 수많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면서 내 편견은 사라졌다. 얌전하고 파워도 충분하면서 연료도 알뜰살뜰하게 사용하는 매력이 돋보였다. 이번에 함께한 모델 역시 나를 녹여 버렸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벤츠 GLC300e 4매틱 쿠페(이하 GLC 쿠페)다. 

SUV가 대세라지만 평범한 SUV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GLC 쿠페는 이름처럼 쿠페와 같은 유려한 실루엣에 잘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 프런트 그릴은 배지 주변에 크롬 장식을 더해 삼각별이 더욱 빛난다. 헤드램프는 크기가 작지만 그릴과 잘 어우러지고 시인성이 훌륭하다. 시승차는 AMG 패키지가 적용되어 프런트 범퍼의 디자인이 스포티하다. 측면은 루프 라인도 예쁘지만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프로포션이 안정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자리를 옮겨 뒷모습을 바라보면 리어 범퍼에 깔끔하게 매립되어 있는 머플러 커터 2발이 눈에 들어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지만 300마력이 넘는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모델이지만 인테리어는 최신의 메르세데스처럼 화려하지 않다. 아무래도 계기판과 메인 디스플레이가 이어져 있지 않은 게 크다. 아쉽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여전히 우월한 인테리어다. 원형 송풍구는 클래식한 멋이 있고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에 버튼을 최소화해 정갈하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이며 크기가 적당하고 그립감이 좋다. 기왕이면 에어백 부분도 가죽으로 감싸줬으면 만족도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레드 컬러로 힘을 준 시트는 고급 가죽으로 마무리해 촉감과 착좌감이 좋다. 2열 공간도 준수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다. 루프 라인 때문에 헤드룸에서 손해를 볼 줄 알았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트렁크 공간은 동급 SUV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운전자를 도와 줄 편의사양도 가득 차 있다. 먼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 기능을 포함한 최신 버전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Driving Assistance Package)가 기본으로 탑재되었다. 여기에 교차로까지 감지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Active Brake Assist)와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패키지(Active Lane Keeping Assist), 그리고 하차 경고 어시스트를 비롯한 프리-세이프 플러스(PRE-SAFE PLUS) 등이 포함됐다. 

이제 파워트레인을 알아보자. 먼저 내연기관은 4기통 2.0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35.7kg∙m의 파워를 생산한다. 여기에 최고출력 122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지닌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출력 320마력을 완성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8초다. 변속기는 9단 자동 유닛이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이 8.7kWh에서 13.5kWh로 증가했다. 이 덕분에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25km 정도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출퇴근이 가능하다. 

이 차에는 총 6가지 드라이빙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에코(Eco), 컴포트(Comfort), 스포츠(Sport), 인디비주얼(Individual)과 같은 기존 4가지 드라이빙 모드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모드인 배터리 레벨(Battery Level) 및 전기(Electric) 모드가 추가되었다. 배터리 레벨은 전기 절약 모드와 같이 작동하며 전기모터만을 사용하는 주행 환경에 대비해 전기 모드의 사용을 제한하고 가솔린 엔진만으로 주행하며, 배터리의 충전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킨다. 전기 모드는 순수 전기 주행 모드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만으로 주행하며,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외부로 전달한다. 전기 모드는 스티어링 휠의 시프트 패들을 통해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에 햅틱 액셀러레이터 페달(Haptic Accelerator Pedal)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록 신호를 주거나 엔진 구동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진동 신호를 운전자에게 보내 줘 보다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조용하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 그리고 메르세데스의 방음 능력이 더해지니 캐빈룸은 평화롭다. 내연기관이 켜지고 꺼지고를 반복해도 운전자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그 리듬이 부드럽다. 인상적인 것은 이 차가 정말 빠르다는 것. 사실 달리기 성능은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연비를 중시하는 운전자를 위한 트림인 줄만 알았다. 320마력 수치에 거짓은 없다. 엔진 리스폰스가 빠르고 밟는 대로 전진한다. 어지간한 성능으로는 덤비지도 못할 가속력이다. 본격적인 AMG가 아니지만 충분히 고성능 모델이라 불러도 될 만큼 잘 달린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속도가 아무리 높아도 차체가 전혀 불안하지 않다. 차고가 높지만 무게중심이 노면으로 깔려 여유 넘치는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선사하는 서스펜션이 고속에서는 야무진 면모를 보였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 SUV치고는 코너링 한계값이 높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진입속도 조절만으로 선을 더 예쁘게 그릴 수 있다. 짧고 복잡한 코너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빠져 나온다. 공차중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줘 반해버렸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어떨까? 먼저 회생제동 시스템 떄문에 발생하는 페달링의 이질감은 없다. 다행이다. 출력과 섀시를 다루기에도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라인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지 않아 언제든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다. 

근래에 타 본 메르세데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사실 자극적이지는 않다. 외모가 화려하거나 퍼포먼스가 폭발적이지 않으니까. 이 차는 SUV다. 굳이 빠를 필요도 디자인이 화끈할 필요도 없다. 장르에 충실한 모델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GLC300e 쿠페는 정말 마음에 든다. 편하고 주행감이 고급스럽다. 메르세데스 배지의 가치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게다가 잘 생긴 외모와 효율성까지 갖췄으니 상품성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SPECIFICATION _ MERCEDES-BENZ GLC 300e 4MATIC COUPE 길이×너비×높이  ​4735×1930×1625mm  |  휠베이스 2875mm  |  엔진형식  I4 터보+전기모터, 가솔린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211ps  |  최대토크  ​​35.7kg·m  |  시스템출력  ​​320마력  |  변속기  ​​​9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9.4km/ℓ  |  가격  799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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