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불이 나면……

  • 기사입력 2021.01.29 13:39
  • 최종수정 2021.02.02 14:1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 보급이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전기차에서 일어나는 화재도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 코나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전기차 종류를 크게 가리지 않고 화재가 발생한다. 미국 NHTSA(고속도로 교통 안전국)에서 쉐보레 볼트 EV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BMW는 미국에서 화재 위험을 감지해 BMW와 미니 PHEV 모델에 대한 리콜을 진행했다.

사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전기차의 화재는 상당히 적게 발생하는 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자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에 크게 놀라겠지만, 자동차는 언제나 화재의 위험을 안고 산다. 실린더 안에서는 항상 폭발이 일어나고, 휘발유는 불이 잘 붙는다. 엔진의 작동 온도는 몇백 도를 상회한다. 물론 자동차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는 자동차 화재가 정말 크게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왜 화재가 발생할까? 제일 큰 이유는 아직도 널리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있다. 자동차 외에도 휴대폰, 전자기기 등에 골고루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제조 과정 중 이물질 등이 들어가 성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혹은 충격을 받고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배터리에 이상이 없다면, 남은 것은 충전 또는 방전을 제어하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문제이다.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화재 위험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제품의 안전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수석 엔지니어는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1200만 분의 1로 보고 있다. 이 수치만으로는 꽤 적지만,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자동차 1대 당 몇 개의 셀을 품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셀을 가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화재 위험은 올라간다. 전기차가 주행 거리와 충전의 제약을 받는 이상 더 많은 배터리 셀을 가져야 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그런데 배터리 셀을 많이 가져간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기 쉽다는 이야기도 된다. 배터리 셀을 많이 가져가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안전 관련 장치 또는 소프트웨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전기차

전기차의 화재 위험은 적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 화재조차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왜냐하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전기차 구매를 고려했던 사람들이 발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항상 상위에 놓는 기준이 ‘신뢰성’과 ‘안정성’인데,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하면 이 두 개를 모두 잃어버린다. 일반 고객들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알 필요는 없으니, 자동차 제조사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가 코나 전기차를 빠르게 리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테슬라 역시 배터리 화재 사건이 일어난 후 자동차 소프트 업데이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파편에 의해 배터리가 손상되는 사건이 일어난 후, 차체 하단에 패널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나마 전기차에 있어 좋은 소식은, 전기차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을 신봉하던 운전자들도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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