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VS 월급, 해법은 없다?

  • 기사입력 2021.01.26 15:43
  • 기자명 모터매거진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자동차 부문에서 월급 그리고 고용안정

문제 때문에 노사가 전쟁을 치른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전쟁이 유독 심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넷 상의 글들을 보고 있으면 ‘노조가

무조건 잘못했다’는 글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 이게 사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굳이 살펴보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노사가

전쟁을 치르는 것은 미국도 그리고 옆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노사 관련 문제 중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르노삼성’일 것이다. 르노삼성은 2020년

전체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 모두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2012년 이후 8년만에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된다.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72% 이상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생산이 3월로 종료되며 전년 대비 80% 가까이

대폭 감소한 것이 컸다. 한 때 ‘카를로스 곤’을 체포하면서 르노 그룹에 반기를 들었던 닛산의 스노우볼이 이렇게까지 굴러온 것이다.

그래서 ‘서바이벌 플랜’을

통해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들은 20% 임금

삭감을 진행하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데, 르노삼성 노동자들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 안다면 그들에 대해 함부로 날을 세울 수 없을 것이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2012년과 2013년엔 임금 동결,

2015년 호봉제 폐지 등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 대표가 소위 ‘강성노조’로 대표되는 강경파인데, 자세가 너무 강경한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르노삼성이 나아지면 노동자들의 처지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버텨왔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익금의

상당 부분은 기술비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르노 프랑스 본사가 가져갔고, 르노삼성에 남은 것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르노와 닛산의 싸움에(마크롱도 잊으면 안

된다) 르노삼성의 등만 터졌다.

이제 전 세계 소식이 잘 들려오고 있으니 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강성인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의 댓글들 내용대로

‘회사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노조만이

남아 있을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일본에

‘춘투(春闘)’라는 말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주길 바란다. 정기적으로 봄이 되는 시기에 임금 협상 및 투쟁을 진행하기에 이런 단어가 생긴 것이다.

일본의 춘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급

인상’이다. 토요타 자동차 노동조합은 2000년 춘투에서 1만 100엔

‘베어(기본급 인상)’를

요구했었는데, 토요타 측에서 “이미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난색을 표해 결국 7년 만에 기본급이 동결된 채로 협상이 타결됐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그리 전망이 밝지 않고, 9200엔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토요타는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른 보상을 제시하지 못하면 토요타에서도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는 토요타의 춘투가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토요타의 춘투 그리고

베어에 따라 다른 회사의 베어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토요타는 2018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베어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중이다. 혼다는 신차 판매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노조 집행부가 베어를 반려하는 안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했다. 보너스도 약간 감소하긴 하지만, 고용 유지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아니 토요타나 혼다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자가 무조건 양보해서가

아니다. 자동차 이외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과격 파업’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마츠자키 아키라(松崎明)’가

이끌었던 JR 동일본 노조다. 회사가 노동자와 이익을 일치시키고

고통을 나누는 등 믿음을 주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토요타의 수장 ‘도요다 아키오’가 그렇게 전면에 나서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큰 돈이 들어간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게 있다. 그런 대응책에 대해 노동자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았냐는 것이다. 현대차가

작년에 별 다른 이견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 뒷이야기에 주목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과 사람을 같이 챙겨야 한다면 꼭 그 이야기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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