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SPORTS CAR, 로터스 에보라

  • 기사입력 2021.01.14 10:38
  • 최종수정 2021.06.28 13:5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로터스라는 브랜드의 장벽은 높다. 운전에 미쳐 있어야 하며, 그 실력이 빛나야 허락된다. 엘리스나 엑시지까지 갈 필요 없다. 보통의 운전자라면 로터스의 세팅 수준과 진짜 스포츠카가 무엇인지를 에보라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난 수동 마니아다. 전기차를 맞이하는 지금 이 순간, 옛것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나다. 직업 특성상 수많은 신차를 타지만 수동변속기를 달고 있는 시승차는 거의 없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타본 수동변속기를 단 시승차는 토요타 86과 현대 벨로스터 N, 그리고 로터스다. 로터스는 오히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을 찾기 힘든 브랜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순수함은 불편하다는 공식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날것에 가까운 로터스에서 그나마 편한 차가 에보라다. 터브의 두께가 엑시지나 엘리스 보다 얇아 승하차가 편하고 캐빈룸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로터스 에보라 시승 스케줄이 잡혔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판교에 위치한 로터스 매장에서 에보라 410을 맞이한다. 엘리스나 엑시지와 달리 각을 세워놓은 보디에 오렌지빛 페인트를 발라놔 시선을 잡아 끈다. 촬영장으로 향하기 위해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앞서 말했듯이 낑낑대지 않고 들어올 수 있다.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드라이빙에 필요한 것만 마련해 놨다. 경량화를 위해 오디오 시스템까지 떼어놨는데 태어나서 오디오 없는 차는 처음 타봤다. 이런게 로터스를 타는 맛이다. 이동수단이 아닌 달리기만을 위한 차란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작고 그립감이 좋다. 위아래는 알칸타라로 마무리하고 12시 지점은 빨갛게 표시해놨다. 드리프트를 할 때 순간적으로 스티어링 정렬을 찾을 때 용이하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킷시트는 쿠션감이 적당하며 날개가 두툼해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뒷좌석이 존재하지만 앉을 생각은 꿈에도 하면 안 된다. 사람이 앉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공간이 있는 것이 얼마나 편리했는지 모른다. 로터스를 촬영할 때면 가방이나 기타 소지품들을 촬영차에 둬야 했기 때문이다. GT카 장르에 대한 로터스의 진한 배려다. 엔진룸 뒤쪽에 마련된 겸손한 트렁크 공간도 고맙다. 단 엔진열을 감안해야 한다.   

트렁크를 사우나로 만들어 버리는 범인은 바로 V6 3.5ℓ 슈퍼차저 엔진이다. 토요타 2GR-FE 엔진에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에델브락(Edelbrock)의 컴프레서를 달았다. 그 결과 파워유닛은 최고출력 410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생산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4.1초, 최고시속은 280km에 달한다. 에보라가 엘리스와 엑시지보다는 무겁지만 로터스 배지 효과로 겨우 132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가벼운 차체와 고출력 파워유닛의 만남으로 차가 날아다닌다. 운전자의 명령에 엔진은 날카롭게 반응한다. 자연흡기에 가까운 엔진을 6단 수동변속기로 조작하는 맛이 일품이다. 기어의 체결감이 손끝으로 짜릿하게 전해진다. 

로터스는 과급기를 모두 슈퍼차저를 사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터스로 드래그 레이싱을 하는 경우를 유튜브에서도 찾기 힘들다. 직선 도로보단 산길 혹은 트랙에서 달리는 것이 로터스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슈퍼차저가 터보차저보다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다는 보장은 없다. 숙련된 드라이버가 터보랙 구간을 이해하면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두터운 토크와 높은 출력을 내는 터보 차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허나 로터스는 직진 성능이나 랩타임에 목숨 거는 드라이버를 원치 않는다. 능동적인 드라이빙 자체를 즐기는 운전자를 원할 뿐이다. 토크밴드가 날뛰지 않고 가속 페달로 엔진회전수를 조절하기엔 슈퍼차저가 좋다. 게다가 반응속도도 자연흡기에 맞먹기에 코너 탈출 시 미세하게 가속 컨트롤을 할 수 있고 사운드의 이점도 있다. 에보라를 타고 터널로 들어가면 머리털이 선다. 6단으로 가다가 더블 클러치를 작렬하며 3단으로 다운시프트 후 스로틀을 활짝 열면 세상이 울린다. 컴프레서가 돌아가는 소리와 머플러 커터에서 울리는 배기 사운드는 터보차저에서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터널이 끝났다고 행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더 신명 날 수 있는 굽이진 도로를 앞두고 있다. 에보라의 코너링 퍼포먼스 수준은 엑시지에 준한다. 솔직히 공도에서는 엑시지와 코너링 성능을 견주기가 힘들다. 그만큼 코너링 한계점이 높다. 완벽한 뉴트럴스티어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라인을 쉽게 그릴 수 있다. 짧은 코너도 대수롭지 않게 빠져나간다. 트랙션도 쫀득쫀득해 웬만해서는 타이어 스키드음을 듣기가 힘들다. 이 녀석의 한계를 알려면 난이도 높은 레이싱 트랙으로 가야한다. 

에보라는 로터스에서 유일하게 파워 스티어링이 달려 있지만 스티어링 피드백이 빠르고 솔직하다. 에보라는 로터스가 분명했다. 오히려 엑시지보다 와인딩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드라이빙 모드를 레이싱에 놓으면 주행안정화장치가 해제되는데 밸런스가 좋고 전체적인 세팅이 거칠지 않아 쉽게 채찍질 할 수 있다. 섀시가 운전자에게 주는 긴장감이 다른 로터스 모델보다 덜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이러한 부분을 오히려 부담 없이 놀 수 있다는 매력으로 돌려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잡아 줄 AP 레이싱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 역시 막강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아 언제든지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오랜만에 신나게 놀았다. 최근에 타본 차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사실 난 로터스의 열렬한 팬으로서 에보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모름지기 로터스는 타기 어렵고 운전하기 어려워야 로터스라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에보라가 정말 좋아졌다. 살짝 편한 로터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타보지 않으면 모른다. 많은 브랜드들이 하드코어 버전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하지만 오히려 로터스는 조금의 편안함을 주어 마켓을 공략하고 있다. 차를 조금 탈 줄 안다고 자부하는 이라면 무조건 로터스 에보라를 타보는 것을 권한다. 진짜 스포츠카가 무엇인지를 맛볼 수 있다. SPECIFICATION _ LOTUS EVORA길이×너비×높이  4394×1845×1229mm  |  휠베이스  2575mm엔진형식  V6 슈퍼차저, 가솔린  |  배기량 ​​​3456cc  |  최고출력  ​​410ps최대토크  ​​42.8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  가격  -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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