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스타로드’의 우주선처럼 매력적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아니다. 이것은 얼마 후에 다가올
현실이다. 그리고 캐딜락이 이번 CES 2021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일 기술이기도 하다. 얼마 후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기
SUV, 리릭(Lyriq)의 거대한 33인치
화면을 통해서 말이다.
캐딜락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화면은 극히 일부이고, 그나마도 작동 영상이
아닌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화면 내에서
자동차가 상당히 부드럽게 움직이고, 각 기능들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동차를 멋지게 띄우다가 필요할 때는 다른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며, 운전자가 기능 또는 자동차에 생긴 이상 징후를
바로 알 수 있도록 만든다. 그것도 생생하게, 즉각적으로
말이다.
리릭의 인포테인먼트 화면 인터페이스를 만든 곳은 ‘테리토리 스튜디오(Territory Studio)’다. 이 회사는 비쥬얼을 주로 담당하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비행 제어 계기판과
레이더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400개의 스크린을 가진 콘트롤 룸,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유저 인터페이스 등을 제작했다. 이들은 미학, 조작의 목적
및 기술을 예술적으로 통합해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렇다면, 캐딜락은 왜 자체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끌어들였을까? GM의 수석 관리자인 빌 톰슨(Bill Thompson)은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사고 방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는 곧 새로운 시각을 가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과 혁신에 따라 자동차 산업에 파괴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했고, 기존의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닌 영화 또는 게임 디자이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2D와 3D 그래픽을
다뤄온 만큼, 미래지향적인 우주선에 가까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캐딜락은 과연 새로운 시도와 함께 새로운 그래픽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리릭이 출시되는 시점에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글 | 안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