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UDEST SUV, 재규어 F-PACE SVR

  • 기사입력 2021.01.09 09:48
  • 최종수정 2021.06.28 13: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세상에서 가장 큰 재규어다. 가장 빠르기도 하다.   


과연 고성능 SUV가 필요할까? 이 장르의 본질은 실용성이다. 넉넉한 적재공간과 높은 차고로 운전이 편안하고 가끔씩 마주하는 험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이런 SUV에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선 구조적으로 SUV는 아무리 힘이 세다 하더라도 스포츠카의 움직임을 쫓긴 힘들다. 제아무리 슈퍼카 브랜드에서 600마력 이상 파워트레인을 넣고 하체를 조인다고 한들 무거운 중량과 높은 무게중심으로 코너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고성능 SUV에 회의적이다. 물론 살 능력도 되지 못하지만 가지고 있는 파워트레인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고성능 SUV가 생겼다. 바로 재규어 F-페이스다. 그리고 SVR 배지가 붙었다. 재규어의 고성능 디비전이 만든 괴물이다. 확신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SUV 중에서 가장 빠르지도, 가장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배기 사운드만큼은 최고다. 터보차 특유의 답답한 소리를 토해내는 여느 고성능 모델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렁차다. 터빈 대신 컴프레서를 달아 속이 시원해지는 소리를 완성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나이의 소리다. 8기통 특유의 중저음은 물론 고회전으로 갈수록 톤이 높아진다. 여기에 가끔씩 터지는 백프레셔가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정말 마음에 들지만 아쉬운 점 하나를 꼽자면 백프레셔가 생각보다 잘 터지지 않는다. 배기 효율을 위한 로직이 씌워진 탓이겠지만 기름을 조금 더 먹더라도 F-타입처럼 팝콘을 튀겨줬으면 한다. 

이런 사운드를 제공하는 파워 유닛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보닛 안에는 거대한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이 달려 있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의 힘을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3초, 최고시속은 283km에 달한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만 놓고 본다면 스포츠카를 넘어선다. 실제로 달려봐도 수치에 거짓은 없다. 스로틀을 연만큼, 아니 운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간다. 터보차처럼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펀치력은 없지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토크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연흡기 엔진과 유사한 회전 질감으로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회전 질감이 부드럽고 본격적으로 달리고 싶다면 엔진회전수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집중력을 요한다. 

여기에 변속기가 장단을 잘 맞춰준다. 변속 속도가 듀얼 클러치 수준은 아니지만 토크 컨버터치고는 상당히 빨라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으면서 시프트 패들을 튕기는 맛이 있다. 특히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어서 배기 사운드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 쉽다. 저단에서 울컥거리는 불쾌함도 없어 변속기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코너링 퍼포먼스는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난 이 녀석의 코너링 실력에 거는 기대가 전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와인딩을 타본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은 고급 세단보다는 살짝 단단한 편이다. 앞은 더블 위시본, 뒤는 멀티링크로 휠과 차체를 묶었다. 첫번째 코너에서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무게중심이 높아 롤링이 심할 줄 알았는데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용기가 더 생긴다. 다음 코너는 조금 더 세게 들이댄다.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온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훌륭하다. 정말이지 서스펜션을 기가 막히게 조율했다. 

당신의 그럴듯한 스포츠 쿠페가 산길에서 재규어 F-페이스 SVR을 만난다면 코너링 실력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했음에도 앞뒤 타이어를 스퀘어 세팅으로 가져가지 않은 것만 봐도 이 차의 구동 배분과 섀시 밸런스를 짐작할 수 있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향을 가미하기 위해 앞타이어는 265mm, 뒷타이어는 295mm를 선택했다. 코너를 돌 때 이상적인 라인에서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가속 페달 조절만으로 충분히 라인을 타이트하게 그릴 수 있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빠른 편이라 적극적인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 생각해 보면 F-페이스 SVR의 차고는 그리 높지 않다. 이러한 움직임을 위해 애초에 무게중심을 낮춰 놓은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중량과 괴력을 다루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으며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달리기 기본기가 탄탄하다. 

차를 잠시 세우고 외모를 감상한다. 잘 생겼다. 재규어는 하나 같이 잘 생겼다. 여기에 SVR 특유의 파란색 페인트가 발려져 있다. 노멀 버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에어로파츠를 과감하게 빚어 달리기 실력을 뽐내고 있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여느 재규어와 같은 디자인이다. F-타입을 탈 때는 크게 느껴졌던 이 스티어링 휠이 F-페이스에서는 알맞게 느껴진다. 기어노브는 다이얼 타입 대신 레버 타입이다. 신선함은 다이얼보다 못하지만 주행하면서 오른손을 얹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하기도 힘들다.   

뒷좌석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2열 공간을 잘 뺐다고 생각한다. 트렁크는 기본적으로 650ℓ를 제공하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099ℓ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어 거창한 취미생활이 가능하다. 편의사양도 빵빵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옵션은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이다. 중저음이 매력적이고 고음 또한 찢어지지 않아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장르는 록과 힙합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기타 장르도 무난하게 소화한다. 요즘 없어서는 안 될 애플 카플레이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재규어 F-페이스 SVR은 매력적인 차다. 고성능 SUV에 회의적인 이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힘이 있다. SUV가 가지는 기본적인 장점에, 빠지지 않는 외모에, 운동신경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백만불 짜리 목청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메르세데스 지바겐을 가지고 카페 거리를 누비는 이유는 배기 사운드 때문이다. 사람들의 귀를 통해 관심을 바라는 것이다. F-페이스 SVR은 지바겐처럼 카페도 가지만 와인딩도 탈 수 있다는 이점 하나가 더 있다. 물론 두 대의 장르가 다르지만 이렇게 정확한 목적을 두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완벽하게 통할 수 있는 차다.  

SPECIFICATION _ JAGUAR F-PACE SVR
길이×너비×높이  4737×1959×1670mm  |  휠베이스 2874mm
엔진형식  ​​V8 슈퍼차저, 가솔린  |  배기량  5000cc  |  최고출력  550ps
최대토크  ​​69.4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 km/ℓ  |  가격  1억265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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