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자동차 잡지는 사진 촬영을 위한
자동차를 섭외하는 것부터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 찾기, 촬영 및 편집 등 곳곳에서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만약 자신이 기사 또는 다양한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해도,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영역인 셈이다. 종이에 인쇄한 잡지가 아니라 디지털 매거진이 되는
시대에도 이런 모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영상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도 사진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런데 만약 이 사진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진사들이
멋있는 사진 하나를 얻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방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코로나 19가 지배하고 있어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없는 이 시대에도 방법은 나온다.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는 ‘레이싱 게임’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레이싱 게임의 그래픽이 점점 좋아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상을 실제로 수행한 사람이 있다.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인
‘레딧’의 유저 에릭 유이(Eric
Yui)가 디지털 매거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에게는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없었기에 기사와
문구는 영국 ‘에보 매거진’에서 그대로 갖고 왔지만, 사진은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4’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는 게임을 실행해 자동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고,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하게 다듬었다.
디지털 매거진을 직접 보면 꽤 놀라고 만다. 시승기 또는 컬럼에 등장하는
사진은 물론 중간에 있는 광고사진까지도 ‘포르자 호라이즌 4’를
통해 만들어냈다. 총 78 페이지에 달하는 잡지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일일이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도 꽤 공이 들었을 텐데, 사진 구도는 물론 사진에 맞춘 문자 배열까지
훌륭하게 해 냈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잡지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이다.
앞으로는 게임과 일반 사진의 경계도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즈음에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 시리즈 X로 등장하는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최신 버전은 더 미려한 그래픽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PS5로 등장할 예정인 ‘그란투리스모’의 최신 버전도 그래픽 향상과 함께 좀 더 실제 자동차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게임으로 시승을 한 뒤 시승기를 쓰고 사진을 찍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글 | 안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