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18.07.03 18:1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한국GM이 미국 본토에서 쉐보레 이쿼녹스를 들여왔다. 태평양을 건너온 구원병은 첫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글 | 이승용

쉐보레 이쿼녹스는 엄밀히 따지면 태평양을 건너온 수입차다. 북미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들여와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GM은 대형 세단인 임팔라와 스포츠카 카마로, 볼트(VOL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BOLT) 전기차 등 4가지 차를 해외 GM 법인에서 수입해왔다. 이쿼녹스는 한국GM의 5번째 수입차가 되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3세대로 대물림해온 이쿼녹스는 미국 본토에서 200만대 이상 팔린 인기모델이다. 수많은 SUV와 픽업트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에서 인기를 끈 비결은 정확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똑 부러진 상품성에 있다.

소형 SUV는 애들이랑 애완견을 태우기에도 좁고 하물며 유행하는 유모차도 싣기 어려울 정도로 짐칸이 작아서 이래저래 불편한 반면, 중형 SUV는 가격이나 주차공간 등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고객들에게 이쿼녹스는 적당한 차체 크기와 실내공간을 지닌 매력적인 SUV였다.

게다가 이웃집 청년처럼 순수한 외모와 무난한 차림새의 디자인은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본토에서 이쿼녹스는 동급 SUV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를 누리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쉐보레 이쿼녹스가 드디어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경영정상화 협상 등으로 국내에서 소란이 일었고 소비자들의 불신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GM의 추락을 막고 부활의 불쏘시개가 될 구원병 역할을 이쿼녹스가 맡았다.

이쿼녹스는 지난 6월 7일 부산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200여 대나 판매되었다. 초기 수입 물량이 동이 날 정도로 수입차 이쿼녹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첫 임무 수행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쉐보레 캡티바를 사기엔 못내 아쉬운 점이 많았던 고객들이 좀 더 나은 사양의 이쿼녹스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차란 막연한 기대치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 시장엔 내로라하는 무시무시한 경쟁 모델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이쿼녹스의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난 6월 18일 미디어 시승행사장에서 한국GM의 설리번 부사장은 이런 추세라면 초기 수입 물량이 7월 안에 판매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고개를 돌린 고객들의 환심을 다시 잡고 흐트러진 판매망을 재정비해 위기를 돌파해 나갈 각오를 밝혔다.

한국GM은 이쿼녹스의 꾸준한 판매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앞으로 들여올 대형 SUV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연착륙을 위해 발판을 잘 다져놔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SUV가 인기 강세를 누리는 시점에서 SUV의 본고장 북미에서 수입해온 SUV라는 이점이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안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 부진을 겪은 임팔라를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널찍한 실내공간과 빼어난 주행감

이쿼녹스의 디자인은 눈에 매우 익숙하다. 쉐보레 브랜드 고유의 패밀리룩을 고수하면서 현대적 감각에 어울리게 디테일을 다듬었다.

둘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과 노란 나비넥타이를 맨 앞모습만으로도 쉐보레 일가 중 하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총기 넘치는 헤드램프 디자인과 지나친 몸치장을 배제한 수수하고 단정한 옷매무새는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각적으로 차체가 작아 보인다. 길이 4650mm, 너비 1845mm, 높이가 1690mm로 캡티바보다 작다. 휠베이스는 2725mm로 캡티바와 같다. 높이가 낮아서 멀리서 언뜻 보기에 SUV보다 왜건 스타일로 보인다. 국내 경쟁 SUV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크기를 강조해서인지 다소 왜소해 보인다.

반면에 차체가 낮아 보여 날렵한 이미지를 전해주는 이점도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차체 크기가 준중형과 중형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식 크기 분류에 따른 표현이다.

시각적으로 차체가 상당히 작게 보이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실내는 꽤 넓다. 3세대 이쿼녹스는 GM의 새로운 가변형 플랫폼인 D2XX에서 조립된다. 오펠에 의해 개발된 이 플랫폼은 크루즈와 볼트(VOLT), 올란도를 생산하던 델타 2 플랫폼과 중형 SUV를 생산하던 세타 플랫폼을 대체한 설비다.

3세대 이쿼녹스는 새로운 플랫폼 덕분에 실내가 널찍해졌다. 특히 드라이브 샤프트가 지나가서 불룩하게 솟은 부분이 시트 아래쪽으로 밀려나 뒷좌석 바닥이 평상처럼 평평하다. 뒷좌석 가운데에 앉아도 발 디딜 공간이 있어 편안하다. 거기에 더해 넉넉한 무릎 공간은 매력적이다.

여기저기에 알찬 수납공간이 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처럼 도어 트림의 맵 포켓 안쪽으로 3단 우산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비 오는 날 운전석에서 내릴 때마다 우산 찾느라 차 바닥을 더듬거릴 필요가 없다. 발상이 좋다.

센터 콘솔은 태블릿 PC가 들어갈 정도로 깊다. 물병이나 음료수, 오만 잡동사니를 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미국 SUV는 이런 점이 편리하다. 아기자기한 디테일보다 통 큰 사이즈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뒷좌석 시트는 원터치 버튼으로 쉽게 접힌다. 앞쪽으로 6:4로 나뉘어 접히는 뒤 시트를 접으면 1800ℓ의 널찍한 수납공간이 생긴다. 대형 애완견을 집채로 옮길 수 있는 사이즈다. 뒷좌석은 앞으로 접히기도 하지만 등받이를 살짝 눕힐 수도 있어 편안한 자세로 이동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에 숨겨진 수납 트레이도 활용도가 높다. 또한 트렁크를 가리는 러기지 스크린을 기본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형 SUV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볼멘소리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수납공간이 작기 때문이다. 나들이나 레저용으로 사고 보니 이것저것 들어가는 게 별로 없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이쿼녹스는 야외활동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지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무난하다. 제값을 하는 소재로 실내를 꾸며 놓았다. 시트와 대시보드 일부를 감싼 인조 가죽은 관리가 편하고 촉감도 부드럽다.

센터페시아 아래에 2개의 USB 단자와 휴대전화 무선충전기가 설치되었다. 뒷좌석엔 220V 인버터와 총 4개의 USB 단자가 마련되었다. 1열부터 3열까지 12V 파워아웃렛을 준비했다.

운전석 쪽 도어 트림에 트렁크 해치 개폐 높이 조절 스위치가 달렸다. 보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차량 설정 메뉴 속에 포함되는데 이쿼녹스는 굳이 외부로 빼놓았다. 사람에 따라서 편리할 수도 있다. 속이 알차게 꽉 찬 SUV다.

이쿼녹스는 헤드업 LED 경고등, 전방충돌경고장치, 차선이탈 및 유지보조시스템, 후측방경고장치 등 능동형 첨단 안전장비를 두루 갖추었다. 전방위 안전사양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특히 주의 경고를 진동으로 전달하는 햅틱 시트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캐딜락 차에 장착된 것과 같은 부품으로 사고위험 신호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 세그먼트의 SUV치곤 기본으로 제공되는 안전장치가 수준급이다.

파워트레인은 1.6ℓ CDTI 4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었다. 배기량이 겨우 1598cc밖에 안되는 에코텍 터보 디젤 엔진으로 1645kg의 차체를 움직이기에 힘겹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의외로 빠릿빠릿하고 야무진 몸놀림에 깜짝 놀랐다.

복합연비도 13.3km/ℓ다. 한국GM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주행에서 더 높은 연료효율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출력 136마력이 3500rpm에서 출력되고 최대토크는 2000~2250rpm에서 32.6kg・m을 기록한다. 터보랙 때문에 초반 가속은 살짝 굼뜨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약 9초 후반~10초 정도 걸렸다.

6단 시속 80km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2단까지 스킵되며 속도를 점차 높인다. 시속 160km까지 30초 정도 소요됐다. 이후 맥이 좀 풀리는 듯하다. 배기량 때문에 모자란 힘이 유독 아쉽다. 애달프긴 해도 가속 초반에 땅을 박차고 달려가는 실력은 기대 이상이다.

변속은 초반부터 부드럽게 진행된다. 4400rpm에 이를 때까지 엔진회전수를 높이고 변속한다. 6단 변속기보다 9단 변속기를 체결했다면 좀 더 빠르고 매끄럽지 않았을까? 연비 면에서도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

3세대로 풀체인지되면서 변속기를 바꾸지 않은 건 차체 경량화로 인해 나아진 연료효율성 때문이다. 고강성 하이퍼포먼스 스틸로 차체를 단단히 감싸고 격벽을 쌓아 뒤틀림 강성 높였다. 마일드 스틸을 사용한 차체는 17.6%에 불과하고 대부분 초고장력 강판으로 조립했다.

강성이 높은 기가 스틸도 19.7%나 사용했다. 그 결과 차체를 경량화할 수 있었다. 차체 강성은 지난 세대보다 22% 높이고 차체 무게를 180kg이나 줄여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9단 자동변속기 대신 차체 경량화에 돈을 투자한 것. 그래도 9단 자동변속기가 빠진 건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는 아주 조용한 편이다. 디젤 엔진이지만, 진동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소음과 진동은 무난한 편이다. 단지 풀 스로틀로 가속할 때 애끓는 통곡 소리가 멀리서 들릴 뿐이다. 가속 성능은 소리만 크고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의 덩치 큰 SUV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고속주행에서 묵직하게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촐싹거리지 않고 차분하다. 고속안정성은 훌륭했다. 운전석만큼 뒷좌석의 승차감도 편안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웠다. 노면의 거친 반항에도 드세게 덤비지 않고 차분하고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런 점이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R-EPS 조향 시스템은 실망을 주지 않았다. 둔탁하지 않고 제법 정교했다.

이쿼녹스는 짜릿할 정도로 빠르지도 않고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지 않아도 변덕스러운 노면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거나 너스레를 떨지 않았다. 3세대 동안 200만대 이상 팔린 SUV답게 관록을 보여주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선택 버튼을 눌러 작동시킬 수 있다. 평상시에 앞바퀴 굴림으로 움직이다가 필요시에 버튼을 누르면 사륜구동이 되는 것. 항시 사륜구동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미끄러운 노면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면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이쿼녹스의 장점은 가벼운 차체와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 세그먼트에 걸맞은 상품성이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편안했고 즐거운 시승이었다.

SPECIFICATION
CHEVROLET EQUINOX
길이×너비×높이4650×1845×1690mm
휠베이스2725mm
무게1645kg
엔진형식4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1598cc
최고출력136ps
최대토크 ​​​32.6kg·m
변속기6단 자동
구동방식AWD
서스펜션(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모두)235/50 R 19
0→시속 100km-
최고속도-
복합연비13.3km/ℓ
CO₂ 배출량143g/km
가격2987만~42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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