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VERY GOOD 토요타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

  • 기사입력 2021.01.04 10:52
  • 최종수정 2021.06.28 13: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큰형의 그늘에 가려져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토요타 프리우스 C 중에서도 크로스오버 모델을 타고 도심을 누볐다. 그리고 운전할수록 계속 드러나는 매력에 취해버렸다. 만만한 마음으로 접근해도 그 이상을 보여준다. 

최근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이 너무나 많은 기능을 가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전에는 프리미엄 세단에 겨우 탑재됐던 첨단 기능들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소형차에도 탑재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를 덜어준다는 ADAS 시스템, 스포츠카부터 편안한 세단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행 모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화려한 계기판 등 이 모든 것이 신기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면서도 때로는 거슬릴 때가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 C는 이러한 최신 기술에서 필요한 것들만 뽑아서 넣은 소형차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연비 하나만을 보고 만들어졌기에 토요타의 장기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었지만, 그것을 구태여 드러내지는 않는다. 등장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매력은 여전하고 정말 다루기 쉽다. 게다가 크로스오버 모델은 최저지상고를 높여 기초적인 오프로드 코스를 다니기에도 좋다. 그야말로 심플과 다재다능을 집약한 것 같다.

깜찍한 개구리프리우스 C는 2017년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고, 국내에 수입되는 것도 이 버전이다. 사진으로 볼 때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전면을 실제로 보고 있으면 ‘꽤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소 살이 찐 럭비공을 닮은 헤드램프는 전면의 작은 그릴과 힘을 합쳐 아기자기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일반 모델과는 달리 범퍼와 사이드스커트 하단, 그리고 휠 아치를 검은색의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있는데, 이를 통해 조금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자세히 보면 차체가 가진 곡선들이 드러난다. 소형 해치백인데도 불구하고 ‘더블 버블 루프’를 품고 있는데, 그만큼 공기 역학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세히 보면 테일램프의 측면에도 공기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작은 핀이 있다. 거대한 리어윙 또는 멋을 부린 에어로파츠 수준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에어로다이내믹’의 즐거움이다. 휠은 공기역학보다는 멋을 좀 더 고려한 형태이다.

아마도 이 차에 탑승한다면 가장 실망할 곳이 바로 실내와 대시보드일 것이다. 무심해 보이는 디자인에 가로로 긴 형태의 계기판을 얹었고, 그 아래로 기능만을 중시한 형태의 오디오와 에어컨 조작 스위치가 있다. 최근에 등장하는 계기판의 화려함을 생각하면, 투박한 형태로 숫자와 정보만을 아주 간단하게 전달하는 이 작은 계기판이 초라할 것이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없고 스티어링도 다소 옛 디자인이라 투박해 보인다.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무심해 보이는 모습을 견딜 수 없겠지만, 프리우스 C는 ‘실용성의 대가’다. 대시보드 상단과 스티어링 휠 뒤로 만들어진 수납 공간은 지갑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소품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기에 너무 좋다. 기어 노브 앞에 마련된 두 개의 컵홀더는 생각보다 대용량을 수용할 수 있어 커피를 두고 마시는 것이 즐겁다. 플라스틱이 지배하는 실내는 알코올을 뿌려 소독한 뒤 그냥 닦아내기만 해도 깔끔해진다.

시트는 얇게 만들어졌지만 고속 주행 중 흔들리는 신체를 제법 잘 잡아준다. 1열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좁다고는 느끼지 않을 수준. 차체 크기 때문에 2열은 조금 좁게 느껴지지만, 장거리를 주행할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트렁크는 생각보다 용량이 꽤 있고, 2열 등받이를 접으면 큰 화물도 문제없이 들어간다. 아무 생각 없이, 모든 상황에서 가볍게 사용하는 데 최적화 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깊게 생각하지 마! 그냥 즐겨!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에 탑재하는 파워트레인은 1.5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이다. 합산 출력이 101마력밖에 되지 않으니 큰 기대감은 없겠지만, 막상 출발해 보면 생각보다 역동적인 느낌이 만들어진다. 물론 국내에서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맞추기에는 약간 부족하다는 인상이 있고 절대속도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자동차가 아주 솔직하게 반응해 준다. 뜻밖의 즐거움이다.가속에서의 짜릿함을 원한다면, 프리우스 C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가속 페달의 조작과 출력 증강이 딱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이 정도면 되겠지’를 상정하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시내 주행에서 꽤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준다. 게다가 작은 차체 덕분인지 스티어링 조작에 대한 반응이 너무나 좋다. 물론 속도를 너무 내면 코너를 제대로 돌기 힘들어지지만, 일상적인 주행 속도 범위 내에서는 엄청난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래서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가 제일 잘 어울리는 장소는 바로 도심이다. 그 도심 속에서 자신의 운전이 서투르다면, 그래서 공사 구간을 저속으로 다니지 못한다든가 때때로 나타나는 포트홀을 일일이 피할 수 없다면, 크로스오버 모델이 갖고 있는 약간 더 높은 최저지상고는 신세계를 만들어 줄 것이다. 토요타가 새로운 플랫폼 개념을 내세우기 이전에 제작된 구형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함이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좋다.

이러한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의 기동력과 운전의 즐거움은 의외로 모터스포츠에서 나왔다. 토요타 내에서 레이싱 전용 부품 개발을 담당하던 TRD의 엔지니어들이 휠하우스를 포함해 전면의 공기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어낸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자동차였다면 느낄 수 없었겠지만, 크기가 작은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는 그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작은 하이브리드에 모터스포츠의 영혼이 담겼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연비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전할 때는 ‘회생 제동’을 잘 이용해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되도록 많은 전기를 얻으라고 말하지만, 프리우스 C는 그런 복잡한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가속 페달을 갑자기 깊게 밟아 가속해도, 회생 제동을 고려하지 않고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알아서 연료를 절약해 준다. 업무 때문에 하루 온종일 도심을 이동해도 겨우 기름 여덟 칸 중에서 한 칸만을 사용했을 뿐이다.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는 무조건 좋은 차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친근한 자동차’가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가졌다. 실내도 넓지 않고 질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승차감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잠깐만 타고 있어도 ‘이거 참 좋다’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래서 감히 단언할 수 있다.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는 ‘젊은이들을 위한 자동차’라고 말이다. ‘좋다’와 ‘즐겁다’는 키워드 두 개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도 ‘그 때 그 프리우스 C가 참 좋았지’라고 회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SPECIFICATIONTOYOTA PRIUS C CROSSOVER길이×너비×높이  4060×1715×1470mm휠베이스 2550mm  |  엔진형식  ​​I4 +전기모터, 가솔린배기량  1497cc  |  합산출력  101ps  |  엔진토크  ​​11.3kg·m 변속기  e-CVT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8.6km/ℓ  |  가격  ​​​259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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