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THE BEST LAND ROVER

  • 기사입력 2020.12.30 13:10
  • 최종수정 2021.06.28 16:21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랜드로버 디펜더 VS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같은 하늘 아래에서 태어났지만, 이들의 대결은 숙명과도 같다. 옛날부터 오프로드 주행용 SUV를 논할 때 빠질 수 없었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그리고 디펜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LAND ROVER DEFENDER
글 | 안진욱
 
랜드로버에서 가장 터프한 녀석이다. 메르세데스에 G바겐이 있다면 랜드로버엔 디펜더가 있다. 전형적인 2박스 타입의 디자인에 디펜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형 디펜더를 만났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과거 디펜더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사라져 아쉬웠는데 실물을 보면 이러한 불만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콘셉트카 수준의 디자인이다. 아니 이 것은 콘셉트카다. 정말 예쁘다. 랜드로버 브랜드에 있어 디펜더는 상징과 같은 존재이기에 작정하고 만든 티가 난다. 여하튼 이렇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SUV는 처음 본다. 길이는 5m가 넘고 폭은 2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덩치가 무식하게 보이지 않는다. 강함은 느껴지지만 모나지 않았다.

각 파츠를 둘러보면 딱히 기교를 부리진 않았다. 실루엣을 잘 그려 놓으니 잔재주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시승차는 색상이 타스만 블루라는 오묘한 페인트가 발라져 있어 세련된 분위기가 차를 감싼다.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맛도 있다. C필러에 박스 혹은 사다리를 달 수 있다. 박스는 크진 않지만 세차용품 세트는 충분히 넣을 수도 있으며 달고 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근사해진다. 가지고 온 디펜더에는 사다리가 달려 있지 않아 아쉬웠다. 미적 용도뿐만 아니라 루프랙에 짐을 올릴 때 요긴하다. 엉덩이에는 스페어 타이어를 달아놔 운전자를 활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참고로 무거운 이 스페어 타이어로 인해 해치를 닫기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다. 소프트 클로징을 탑재해 연약한 여성도 쉽게 닫을 수 있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투박하지만 고급스럽다. 대칭형 레이아웃의 센터페시아에 디스플레이와 각종 버튼들을 정갈하게 배치했다. 디스플레이는 직관성이 좋아 처음 타는 이들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장르에 맞게 직경이 크고 손가락을 거는 부분 없이 매끈하게 처리했다. 패들 시프트는 없다. 일부러 빼놓은 게 참 마음에 든다. 실내 곳곳에 수납 공간이 어마어마하다. 컵홀더의 개수를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으나 10잔을 들고 타도 될 것이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아 장거리 주행에도 피곤하지 않다. 2열로 넘어가자. 디펜더는 휠베이스가 3m가 넘는다. 이로 인해 2열 공간도 엄청 넓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남아돈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편안하다. 트렁크는 덩치에 걸맞게 광활하다. 기본으로 1075ℓ 제공되며 2열을 폴딩하면 최대 2380ℓ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2열 시트가 40:20:40으로 나눠 접을 수 있어 아주 실용적이다. 트렁크 폭도 넓어 골프백이 가로로 들어간다. 4명이 함께 라운딩을 떠날 수 있다.

여행에 어울리는 디펜더와 어디론가 떠나자. 디펜더의 심장은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1초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 유닛이 들어가며, 험로를 위한 2개의 로우 기어가 들어 있는 변속기도 달려있다. 사실 디펜더에게 이러한 수치는 별 의미 없다.

시동을 켠다.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았다. 디펜더는 왠지 시끄럽고 덜덜거려도 용서가 될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으니 고맙다. 가속 페달을 밟아 보면 생각보다 엔진 반응 속도가 빠르다. 답답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공차중량이 2.5t이 넘어가지만 힘이 전혀 달리지 않다. 진짜다. 이 덩치에 4기통 디젤로 이렇게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보통의 교통흐름을 따라가면서 추월하기도 편하다. 고속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거기에 고속안정감도 만족스럽다. 트레드 형상이 거친 오프로드 성향이 강한 타이어를 끼우고 있음에도 고속에서 전혀 불안하지 않다. 붕 뜨지 않고 평화롭게 전진한다. 참고로 타이어 타이어는 스퀘어 세팅으로 255/60 사이즈다.

정말 마음에 든다. 사실 난 랜드로버 중에서 디스커버리를 가장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포르쉐하면 911이듯이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여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었다. 디스커버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나에게 랜드로버는 디펜더다. 촬영을 하면서 두 대를 동시에 감상하고 타봤는데 개인적으로 디펜더가 더 예쁘고 커서 끌렸다. 고급스러움이야 디스커버리가 우위에 있지만 그렇다고 디펜더가 고급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출력도 만만하면서 부족하지 않고 기름도 알뜰살뜰하게 마신다. 또한 촬영 중 많은 여성들이 예쁘다고 해준 것만으로도 디펜더의 구매 가치는 충분하다. 지금부터 랜드로버는 디펜더가 이끌 것이다. 올 뉴 디펜더는 디펜더의 성격은 보여주면서 랜드로버의 정체성은 잃지 않았으니.

험로를 찾아 떠난 디펜더

지난달에 험로를 충분히 달렸기에 디펜더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일부러 다른 험로를 찾아 떠났는데, 그 험로에서 좌우로 흔들리면서 전진할수록 튼튼한 차체와 압도적인 주행 성능에 매료되고 만다. 일반적인 산길 정도는 굳이 주행 모드를 바꿀 필요조차 없으며, 주행 모드를 바꾸고 디퍼렌셜을 잠그면 바퀴 한두 개 정도는 공중에 떠 있어도 주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앞에 있는 뾰족하고 거친 돌을 밟을 것 같아서 두렵다면, 센터페시아 화면에서 ‘투명 보닛’을 선택하고 달려보자. 험로 주행의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LAND ROVER DISCOVERY글 | 유일한신형 디펜더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 모델들 중에서 남성미를 그대로 드러내던 녀석이었다. 말쑥하게 다듬어진 지금의 모습을 보면 쉽게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분명히 그랬었다. 그래서 5세대에 접어들며 깔끔하면서 몸에 딱 맞는 브리티시 수트를 입은 것처럼 변한 디스커버리에게 잠시 실망한 적도 있지만, 거친 자갈들이 즐비한 도로를 지나면서 랜드로버가 정체성을 지키고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 디스커버리의 자리를 새로 태어난 디펜더가 위협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디펜더가 옛 디스커버리의 자리를 슬그머니 가져가고, 디스커버리가 옛 레인지로버의 자리를 가져가려고 움직인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지난 달에 디펜더가 너무 좋아져서 디스커버리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어쩌면 ‘디스커버리의 진면목을 그냥 지나치고 섣불리 판단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디스커버리를 불렀다.

오랜만에 바라봐도 신선함과 함께 세련됨이 느껴진다. 전면과 C필러, 테일게이트가 슬며시 누웠고, 헤드램프와 프런트 그릴은 얇고 가는 형태로 다듬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LED 주간주행등도 원을 품는 대신 U자 형태로 바뀌었고, 디스커버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지붕의 이중 굴곡은 형태만 살짝 남았다. 오프로드를 당당하게 다닐 것 같았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말쑥한 차림으로 도심을 누비는 신사다운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런 느낌은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소재의 고급화야 새삼스레 다시 언급할 것도 없지만,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그리고 시트에 빈틈없이 두른 가죽은 시간이 흐른 후에 봐도 조금 어색하다. 이제는 더 이상 온 몸에 진흙이 묻은 채로 무심하게 탑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센터페시아에 ‘인컨트롤 터치 프로’를 적용하면서 물리 버튼이 많이 줄어들었고, 기어 노브도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다. 그나마 에어컨과 음량 조절 버튼들이 살아있다는 점이 다행인 거 같다.

스티어링 휠은 림이 가늘어서 험로 주행을 고려했다는 점이 바로 느껴진다. 좌우로 배치된 버튼들은 벨라보다는 좀 더 조작하기 쉽고 누르는 느낌이 명확하다. 그 뒤에 있는 디지털 계기판은 디지털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센터 콘솔에는 주행 모드를 다이얼로 조절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서스펜션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들어차 있지만, 의외로 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적다.

시트는 7인승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가족이 탑승한다고 하면 평상시에는 3열 시트는 접혀 있을 것이다. 디스커버리의 주행 능력상 극상의 편안함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단단하면서도 오래 앉아도 몸에 불편함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2열과 3열 시트는 터치만으로 간단하게 제어할 수 있는데,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를 통해 시트를 접고 펴는 동작을 간단하게 지정할 수 있다. 다 접으면 차박도 가능한 공간이 나온다.

감상은 이 정도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라인업 내에는 2.0ℓ 디젤 엔진도 준비되어 있지만, 디스커버리의 주력은 3.0ℓ 6기통 디젤 엔진이다. 시동을 걸어도 디젤 특유의 걸걸거리는 소리가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덩치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무겁지만, 엔진의 토크가 높아서 그런지 경쾌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속의 둔화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발진한다. 발진 시에는 아무래도 엔진 회전이 올라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용하다.일반도로, 그 중에서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감각 역시 세련미가 넘친다. 액티브 서스펜션이 작동하면서 고속 주행 중에는 자동으로 높이를 낮춰주는데, 이를 통해 안정감을 더 배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시트 포지션이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승용 모델과 동일한 감각까지는 느낄 수 없지만, 안정감만큼은 상당하다. 엔진조차 조용하게 반응하니 높이만 제외하면 도심 또는 고속도로에서도 SUV라고 인식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디스커버리라고 하면 오프로드를 빼 놓을 수 없으니 스티어링을 돌려 다소 거친 산길로 올라갔다. 따로 주행 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약간의 험로는 쉽게 돌파하고, 심지어는 진흙으로 인해 타이어가 쉽게 빠지는 길도 가볍게 돌파한다. 그러다가 제법 깊은 개울을 만났다. 폭우로 유실된 다리가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것인데, 디스커버리라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상고를 약간 높이고 주행 모드를 바꾸니, 마치 평지인 것처럼 가볍게 개울을 돌파해 버린다.단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무가 우거진 숲을 돌파할 때 차체를 긁으려고 하는 나뭇가지들의 존재이다. 이전 모델까지만 해도 이런 존재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이제는 이런 험로에서 쉽게 다칠 것만 같은 느낌’이 무의식적으로 다가온다. 돈을 추가로 줘야 하는 나밉 오렌지(Namib Orange) 색상이 손상을 입는 것은 정말 싫다. 다행이 차체가 손상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의미로 험로 주행을 방해하는 존재가 나타난 것 같다.

오랜만에 디스커버리와 함께 도심을, 고속도로를, 그리고 산 속을 누비고 다녔다. 그렇게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주행할 때도 사진사의 걱정을 뒤로한 채 “디스커버리니까 괜찮아”라고 외쳤다. 그리고 일반적인 탑승 인원인 5명을 넘어 언제든지 7명이 탑승할 수 있다는 점도, 스마트폰을 통해 미리 시트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디펜더가 매력이 넘치기는 하지만, 디스커버리 역시 만만치 않은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도심 주행이 많다면,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원한다면 아무래도 말쑥한 형태의 디스커버리가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은 험로에 뛰어들어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한 번 느껴보고 안심한 뒤 다시 도심에서 자신 있는 주행을 즐기면 된다. 이제는 디스커버리의 매력을 좀 더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MOTOR MAGAZINE’S WINNER LAND ROVER DEFENDER디스커버리와 디펜더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탑승 인원과 엔진일 것이다. 7인이 탑승하는 일이 많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가진 디젤 엔진을 원한다면, 디스커버리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가족만 탑승할 수 있으면 되고 조금은 거칠어도 좋다면, 그리고 어디든 걱정 없이 갈 수 있기를 원한다면 디펜더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디스커버리와 디펜더를 모두 탑승해 본 두 기자의 선택은 디펜더로 굳어졌다. 일반도로도 험로도 모두 주행할 수 있는데다가 실내 질감도 마음에 들고, 대시보드에 다양한 물품을 무심하게 던져 놓아도 괜찮다. 실컷 뛰고 논 아이들이 흙 묻은 신발을 털지 않고 탑승해도 혼낼 필요가 없고 나중에 물을 뿌려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다. 그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면, 디펜더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SPECIFICATION _ LAND ROVER DEFENDER길이×너비×높이  5018×1996×1967mm  |  휠베이스 3022mm  |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배기량 1999cc  |  최고출력  240ps  |  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9.6km/ℓ  |  가격  ​​​9180만원SPECIFICATION _ LAND ROVER DISCOVERY길이×너비×높이  4970×2000×1888mm  |  휠베이스 2923mm  |  엔진형식  V6 터보, 디젤배기량 2993cc  |  최고출력  306ps  |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9.7km /ℓ  |  가격  1억1560만원

글 | 안진욱,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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